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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의시뮬레이터 (27)

[ 사진설명 ] 공군1전투비행단 교육생이 T-50 비행절차훈련 시뮬레이터로 훈련을 하고 있다. 1전비가 보유한 T-50 시뮬레이터들은 서로 연결이 가능해 교육생들 간의 편대임무와 공중전 등을 수행할 수도 있다.

사람은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는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운전자가 최적의 운전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별도의 연구소까지 운영하기도 한다. 연구를 통해 시행하는 것들은 핸들의 위치를 살짝 바꾼다거나, 변속기의 각도를 조금 튼다거나, 실내조명의 밝기를 약간 다르게 하는 등 사소한 것이지만 이 모든 것이 모여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편안함과 감동을 준다. 공군1전투비행단의 T-50 시뮬레이터에서도 이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실제 항공기로 훈련하는 것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배어나는 T-50 시뮬레이터에 올랐다.

T-50 전술훈련 시뮬레이터(FMT : Full Mission Trainer)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조종석에 올랐다.

T-50 FMT가 갖고 있는 모든 성능을 체험해보기 위해서는 G-슈트와 헬멧 등 비행장구류를 완벽히 갖춰야 했지만, 기자의 체격이 평균 이상으로 커서 맞는 사이즈를 구하기 어려워 착용하지 못한 채 탑승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조종석에 앉아 좌석 위치를 조정하려고 수동 레버를 찾고 있으니, 시뮬레이터 장비 관리를 맡고 있는 이상진 준위가 다가와 전동시트를 부드럽게 조작해줬다.

지금까지 시뮬레이터를 타면서 전동시트 같은 옵션이 포함된 것은 처음이어서, T-50이 상당히 고급 항공기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시각·청각·촉각 지배 `실감체험'

기자가 예전 KT-1 시뮬레이터 체험 당시 이륙에 3번이나 실패하면서 자신감을 잃은 터라 좌석에 앉아 무엇부터 해야 할지 우물쭈물하던 차에 이 준위가 시연(Demo) 모드 비행을 구동시켜 줬다.

이 비행모드는 장비를 조작할 필요 없이 조종석에 앉아만 있어도, 이륙부터 착륙까지 시뮬레이터가 포함하고 있는 다양한 기능을 맛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최신예 국산 시뮬레이터인 만큼 외부인사의 시승도 잦기에 마련해 뒀다고.

시연을 시작하자 가벼운 엔진의 진동이 좌석으로 계속 전해져오는 가운데 T-50이 광주기지의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곧이어 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기상이 재현되자 화면과 좌석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어 눈앞에 나타난 적기에 미사일과 기관포를 발사할 때도 좌석에 반동이 일어나면서 더욱 실감나게 비행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야간 착륙으로 시연비행이 마무리되자 요즘 유행하는 4D 영화를 보고 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FMT를 경험해본 뒤 여유롭게 비행체험을 하기 위해 비행절차훈련 시뮬레이터(OFT : Operational Flight Trainer)로 자리를 옮겼다.

FMT는 부대에서도 1대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훈련 일정이 빡빡한 편이다. 교육생 한 사람당 한 시간씩 일일 평균 9회의 비행훈련을 지원하지만 필요하면 최대 13회까지 가동시킨다고 한다.

▶ 정밀 소프트웨어로 실제에 가깝게

무광에 회색빛이 감돌던 FMT의 조종석과 달리 OFT는 실 기체와 같이 주황색이 들어간 화려한 도색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준위는 “FMT 내부에서는 기체 도색이 고화질 화면투사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빛이 반사되지 않는 도료로 칠해놨지만, OFT의 화면은 후면투사 방식이기 때문에 반사로 인한 화질 저하의 우려가 없기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준위의 도움을 받아 가볍게 이륙에 성공한 뒤, 난도가 낮은 적기를 추가해 간단한 교전을 해봤다.

T-50은 고등훈련기이긴 하지만 전투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TA-50과 FA-50에 대비해 시뮬레이터는 교전 기능도 포함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아군기를 포함해 27가지의 항공기와 20여 가지 지상목표의 모델이 구현돼 있다고.

이어서 독도 상공과 백두산 상공을 잇달아 비행했다. 인상적인 것은 시뮬레이터를 구동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최신식인 관계로, 진행하던 임무를 재시작할 필요 없이 신속하게 비행지역 등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적인 지형도 실감나는 비행에 일조했다. 고해상도의 위성사진을 이용해 만든 지형은 우리나라 대기의 투과도까지 고려해 공중에서 보이는 지상의 색감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특정 날짜를 입력하면 예상되는 달의 모양과 광량까지 계산해서 재연해주는 등 계절이나 시기에 따른 비행환경 변화도 체험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돼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날 홍문기(소령) 지상교육훈련대대 교관실장은 T-50시뮬레이터의 이러한 기능들을 활용해, 기상과 지형이 맞물려 공간정위상실(SD)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국내 비행지역들에 대한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있었다.

홍 교관실장은 “사고발생 확률이 높은 상황들을 그대로 재연함으로써 교육생들이 이를 체험해보고 주의할 수 있도록 교육할 예정”이라며 “첨단 시뮬레이터를 통해 사고도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Q&A] T-50을 이용한 고등비행 훈련

국산 초음속 항공기인 T-50 고등훈련기 훈련 과정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사실들을 물어봤다.

Q. 공군1전투비행단에서는 T-50을 이용해 초음속 비행훈련도 하는지?

A. 초음속 비행은 소음이나 충격파, 항공기에 미치는 영향 등 고려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특별한 자격을 가진 조종사만 특정 여건이 갖춰진 상황에서 실시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생들뿐만 아니라 전투조종사들 가운데에서도 초음속 비행을 경험해본 사람이 드물다.

Q. T-50과 같은 최신 디지털 기술을 탑재한 기종으로 훈련받은 후, F-5같이 오랜 기간 우리 공군과 함께해 온 아날로그 기종을 조종하게 되면 어려움이 있지는 않은지?

A. 최신 기종과 구세대 기종이 가진 가장 큰 차이는 압축된 비행정보를 표시해주는 HUD(Head Up Display)라 할 수 있다. 1전비에서는 교관 재량에 따라 구형 기종을 맡게 될 교육생들에게 HUD를 끈 채로 비행하거나, 이착륙하는 훈련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눈을 돌려 각종 계기로부터 정보를 얻는 연습을 시키는데 대부분의 교육생이 금방 적응한다.

< 출처 : 국방일보 김철환, 2011. 7. 22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1-07-22 13: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