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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열전 (159) 육군23사단 신병교육대대

[ 사진설명 ] 육군23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훈련병들이 사격술 예비훈련을 받고 있다.

“우리 아들을 멋있는 사나이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프진 않을까, 잘하고 있을까 걱정했는데 조교님들이 직접 쓴 편지를 받고 한시름 놨습니다.”

육군23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는 군인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훈련병들의 함성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즉각 임무수행이 가능한 정예 전사 육성’을 목표로 엄하게 훈련병들을 단련하는 호랑이 조교들이 인간미 넘치는 손편지로 훈련병 부모님들과 적극 소통해 화제가 되고 있다.

훈련병·조교·부모와 유대감 형성

신교대대 조교들은 매 기수마다 5주간의 신병교육 중 2주차까지 훈련병들을 관찰하고 느낀 내용을 담아 ‘사랑의 손편지’를 가족들에게 보낸다. 훈련병들도 직접 편지를 쓰고 부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가족·친구들의 메일을 받지만 조교들의 손편지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훈련병들이 교육받고 생활하는 모습, 입소 후 변화된 모습, 훈육하는 조교들의 각오 등을 담아 국가를 위해 군에 아들을 보내고 그리워하는 부모님과 가족·친구들의 허전한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기 때문이다.

신병 14-1기로 훈련을 수료한 곽륭집(21) 이병의 어머니 김순익(50) 씨는 “아들과 직접 연락할 수 없어 걱정했는데 사랑의 손편지를 통해 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 마음이 놓였다”면서 “덕분에 편안히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교들이 손편지를 쓰는 목적이 훈련병 가족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좀 더 강한 훈련을 위해서는 지휘자(조교)와 훈련병들과의 깊은 신뢰가 필수. 손편지는 그런 신뢰를 형성하는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스마트한 전사’ 양성 훈련효과↑

손편지를 쓰기 전까지만 해도 조교들은 훈련병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흔했다. 그저 5주간 머물다 가는 인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편지를 쓰기 위해 한 명 한 명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들에 대해 쓸 내용을 고민할 뿐만 아니라 훈련병들의 가정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에서 유대관계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유대감은 부대의 ‘생각하고 행동하는 전사’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최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부대는 훈련병을 스스로 생각해 보고 말할 수 있는 ‘스마트한 전사’로 양성하기 위해 자기주도적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만 하고 ‘네, 네’ 기계적으로 답했던 기존 주입식 교육의 패러다임을 확 바꾼 것이다.

육군본부의 지침과 ‘될(DEL)운동’에 따라 경직된 신병교육을 탈피한 새로운 교육훈련에서 훈련병들은 6~8명씩 한 개 팀으로 편성되고 야외훈련 전날이면 훈련병 수첩과 동영상 등을 보며 미리 훈련내용을 학습한다. 야외에서는 간단하게 조교 시범을 참관한 후 팀 단위로 토의하고 생각하며 자율적으로 훈련한다. 물론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조교에게 묻고 잘못된 방향으로 훈련이 진행되면 조교가 바로잡아 주는 것은 필수.

이때 조교는 각 팀의 성적을 지속적으로 평가해 신병 수료식 날 ‘철벽 탑팀’을 선발한다. 탑팀에는 가족 면회와 함께 외박의 특전이 주어지기 때문에 훈련병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훈련에 참여해 사격, 체력수준 등에서 뛰어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신병 수료식에서 여느 부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보통 수료식이 끝나면 가족들이 신병과 함께 곧장 부대를 빠져나가곤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용백(소장) 23사단장이 훈련기간 동안 수고한 조교들을 악수로 격려하는 동안 가족들이 기다렸다가 신병들과 함께 조교에게 악수를 청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다 헤어지곤 한다. 손편지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대 인터넷 카페도 활성화

손편지 외에도 부대는 인터넷 카페를 활성화시켜 가족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총 회원 수가 5만 명에 육박하고 하루 방문자 수가 8000명을 넘어서는 등 부대 인터넷 카페는 부대와 장병 가족들 간의 또다른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며 훈련병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부대와 훈련병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인터뷰] 엄태웅 육군23사단 신병교육대대장

“훈련병 시기는 부대와 부모님과의 소통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부대와 가족이 함께 훈련병을 관리하면 좀 더 안정적으로 군 적응을 이끌 수 있죠.”

육군23사단 엄태웅(중령·육사52기) 신병교육대대장은 ‘사랑의 손편지’ 도입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예 전사 육성을 위해 교육훈련은 강하게 해야겠지만 생활관에서만큼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엄 중령의 생각.

“군이 좋아졌다지만 훈련병 입장에서는 겁을 먹기 마련인 만큼 야전에서 가르칠 건 제대로 가르치되 생활관에서는 혼내기보다 자상하게 알려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군 생활은 자대에서 시작되니까 자대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알아야 할 사항을 알려주는 것이죠. 우리가 원하는 것은 훈련병을 잔뜩 긴장해 로봇처럼 얼어 있는 군인이 아니라 자신감 있고 눈빛이 살아 있는 군인으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간부와 조교들에게 늘 모범이 될 것을 주문한다는 엄 중령은 힘든 와중에도 자신의 지휘방침에 잘 따라주는 조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훈련병들에게 우리 부대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백지상태에서 만나는 군의 ‘첫’인상입니다. 저만 해도 훈련병들이 만나는 첫 대대장이죠. 그래서 늘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조교들에게도 솔선수범하자고 독려합니다. 바쁜 임무수행 중에 손편지까지 쓰면서 녹색견장을 찬 지휘자로서 훈련병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조교들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엄 중령의 바람은 손편지 쓰기뿐만 아니라 현재 현역 병사는 물론 전역자 가족들의 참여가 활발한 대대 인터넷 카페가 잘 유지되는 것.

“저는 부대를 떠나겠지만 계속 대대 간부들과 가족들이 섬세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강한 교육훈련이 가능해 사단 전투력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기체계가 발달해도 중요한 것은 장병 개개인의 전투력이니까요.”

< 출처 : 국방일보 김가영, 2014. 5. 1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