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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열전 (167) 육군50사단 해룡연대
사단 해안경계 중 77%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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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 육군50사단 해룡연대 장병들이 깎아지른 듯한 동해의 해안절벽에 자리 잡은 진지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깎아지른 듯한 동해의 해안절벽 아래 자리 잡은 경계진지. 늦가을이지만 밤이면 한겨울이 무색하리만치 차갑게 몰아치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야간감시장비를 통해 검은 밤바다를 살피는 병사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북한 정찰국 소속 무장공비 120명 중 60명이 바로 이곳 해안으로 침투했기 때문이다. 작전 결과 107명의 적을 사살하고 7명을 생포했지만, 아군 역시 8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40명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과거를 잘 알기에, 이곳 해안을 지키는 육군50사단 해룡연대 장병들은 ‘적은 반드시 다시 온다’는 생각으로 임무에 매진하고 있다.
육군2작전사령부 예하 부대라면 흔히 GP·GOP를 지키는 전방에 비해 후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2작사 예하에도 최전방 부대가 있다. 해룡연대가 대표적인 경우다. 연대가 담당하는 지역은 2작사 동쪽의 최북단으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오지. 한반도를 호랑이로 비유하자면 위로도, 아래로도 손이 닿지 않는 등허리 한가운데라고 보면 되겠다.
50사단이 경계를 담당하는 해안 중 무려 77%를 책임지는 연대의 임무는 간단치 않다. 해안경계와 함께 국내 최대의 전력생산 기지인 한울원자력본부 방호, 지역 예비군훈련과 통합방위태세 확립까지 두루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일이라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연대는 4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임무를 완수해 ‘동해안의 수호신’ 역할을 해내고 있다.
4가지 원칙이란 ‘단순화’ ‘개방화’ ‘행동화’ ‘지속화’가 그것. 연대는 각 제대별로 임무에 따라 핵심과제를 4~5개로 단순화시켰다. 모든 교육훈련은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능력 배양에 목적을 두고 진행한다. 불필요한 행정업무도 과감히 폐기했다. 행정업무를 더욱 간소화시키기 위해 참모 기능별 보고양식, 각종 현황 등을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불필요한 행정 소요를 근절해 반드시 해야 할 일만 함으로써 부대 임무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단순화’ 전략이다.
‘개방화’란 부대활동에 대한 모든 것을 장병들에게 알려줘 병력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침이다. 다른 부대와 달리 간부뿐만 아니라 병사들에게도 일일·주간·월간 단위로 부대운영 계획을 미리 알려 미리 계획을 세우고 대비할 수 있게 한다. ‘행동화’는 도출된 과제를 실천에 옮기는 것. 부대활동을 위한 아이디어를 누구나 낼 수 있고 검토 결과 좋은 아이디어는 실현된다. 해안경계진지에서 사용하는 좌식형 매복작전을 위한 의자는 이렇게 부대원이 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경우다.
이러한 개념들이 병영에 정착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의사소통. 정연우 해룡연대장은 부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작성해 장병 개개인에게 서신으로 전달한다. 지휘의도뿐만 아니라 행복한 선진병영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악·폐습과 사고를 근절하기 위한 당부 등을 간부뿐만 아니라 병사들에게도 전달해 전 부대원이 같은 마음으로 공통된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한 것이다.
듣는 것에도 소홀하지 않다. 원활한 쌍방 소통을 위해 계급·직책별 간담회를 수시로 진행하고 각종 훈련의 사후검토도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기탄없이 말하는 형식을 추구하고 있다. 훈련 전 훈련계획 보고도 ‘격식타파’를 지향한다. 경직된 브리핑 없이 작전지역 땅바닥에 전술지도를 놓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해룡연대식 전술토의로 정착됐다.
또 병사들이 군 생활에 목적의식을 갖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참전용사 수기 독후감, 전투영화 시청 소감문 공모전 등을 수시로 진행하고 격주로 ‘해룡뉴스’를 제작, 넓은 작전지역에 흩어진 부대원들이 서로 소식을 공유토록 하고 있다. 최용준(중위) 기성소초장은 “부대원 모두가 지금의 절차와 방법에 안주하지 않고 그 이상을 늘 고민하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지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임무의 무게를 알기에 소통을 통해 하나 되고 하나 된 힘으로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해 모두가 흔들림없이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육군50사단 정연우 해룡연대장 - “간부가 즐거워야 병사가 즐거워”
육군50사단 정연우(대령·육사46기·사진) 해룡연대장의 집무실 문은 늘 활짝 열려 있다. 언제, 누가 집무실 안을 기웃거릴지 모르니 행동 하나도 조심스럽고 잠시나마 편히 쉬기도 어렵지만 문 열어두기를 고집한다. ‘열린 문’은 지휘철학의 상징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병사·간부 할 것 없이 부하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얘기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섭니다. 열린 문이 소통의 첫걸음인 셈이죠.”
부하들이 편히 찾게 하려고 집무실 문을 여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처럼 그는 업무에서도 효율과 부하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한다.
“간부가 즐거워야 병사들이 즐거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첫 단계로 야근을 없애기 위해 결재선을 줄이는 것은 물론 지침을 최대한 명확하게 주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내가 조금만 더 고민하면 간부들이 업무를 추진할 때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부하들을 배려하는 정 연대장의 마음가짐은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루에 4~5시간은 현장을 찾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을 발견해도 즉시 지적하진 않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는 장병들을 격려는 못할망정 사기를 죽게 할 순 없죠. 대신 문제점들을 종합해서 한참 후에 얘기합니다. 그러면 사기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스스로 고치게 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부하들을 배려하는 정 연대장이지만 군인 본연의 임무를 강조할 때면 누구보다 엄격하다. 특히 간부들에게는 ‘간부답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을 강조한다.
“우리 임무는 평시에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반드시 승리하는 겁니다. 승리해야 부하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시에도 우리는 부하들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간부들이 최선을 다하는지 늘 점검하는 한편 긍정적 열정을 갖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긍정적 열정으로 모든 조직원을 감동시키는 연대장, 간부들이 있는 부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출처 : 국방일보 김가영, 2014. 11. 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