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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열전 (192)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전문대항군연대

여단급 전투훈련부대 ‘실전적 파트너’

[ 사진설명 ]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전문대항군연대 장병들이 마일즈 장비를 착용한 가운데 전투훈련을 하고 있다. 부대 제공

지난 4월 1일, 육군 교육훈련 역사에 한 획이 새롭게 그어졌다.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전문대항군연대가 창설된 것이다. 일개 연대 창설을 두고 역사 운운하는 건 호들갑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연대의 모체 부대인 전갈대대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창설 이후 내년부터 시작될 KCTC 여단급 과학화전투훈련을 위해 전투력 연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연대의 활동상을 살펴본다.

▲ 창설의 의미

연대의 전신인 전갈대대는 전문대항군대대로, 마일즈(MILES·다중통합레이저훈련체계) 장비를 활용해 2001년부터 중대전투훈련, 2005년부터 대대전투훈련을 실시했다. 마일즈 장비 덕분에 실제로 피 흘리지 않고도 처절한 전장의 실상을 경험하게 해준 이 훈련은 육군 교육훈련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 ‘훈련을 위한’ 훈련, ‘했다 치고 식’ 훈련의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나 실전적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실전적 훈련’은 우리 군의 지상과제가 됐다. 이를 기반으로 창설된 연대는 KCTC의 여단급 전투훈련에서 훈련부대의 스파링 파트너가 됨으로써 육군 교육훈련의 질적·양적 성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 적보다 강한 적이 되기 위해

연대는 부대 창설을 위해 1야전군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자원한 인원 중 우수자들을 가려 뽑았다. 선발된 인원은 3주 동안 전갈교육대에 입소해 각개전투, 화력전투, 독도법, 통신교육 등을 받는다. 교육을 모두 수료하면 비표와 흉장을 받음으로써 연대원들은 평범한 장병에서 전문대항군으로 거듭나게 된다.

적보다 강한 적, 적보다 지독한 적 역할을 해내기 위해 전문대항군들은 ‘실전적’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지극히 목표지향적인 훈련방법으로 단련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패자 서바이벌’. 분대 단위로 마일즈 장비를 착용하고 각개전투훈련장에서 쌍방훈련을 하는 이 훈련에서 이긴 분대는 바로 쉴 수 있다. 하지만 진 분대들은 자체 토의 후 진 분대끼리 다시 전투를 벌여야 한다. 이긴 팀이 아니라 진 팀까지 토너먼트를 벌이는 것이다. 이긴 팀을 포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훈련법은 가장 전투력이 낮은 장병 한 사람까지도 노련한 전사로 단련시키는 데 적합하다고.

체력단련방법도 복잡하지 않다. 드넓은 KCTC 훈련장으로 소대원들을 내보내고 위치를 찍어준 후 그 위치에 식사를 보낸다. 소대원들이 산속에서 그 위치를 찾아가야 식사를 할 수 있는 것. 체력도 단련되고 지형도 익힐 수 있는 일거양득의 훈련법이다. 이외에도 냉혹하고 잔인한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획수립-전투훈련-사후검토를 지겨울 만큼 반복하고 주 1회 이상 중대별 철야 독단훈련도 실시한다.

23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조교로 활약하다 자원해 연대의 일원이 된 안지환(22) 상병은 “군에서 뭔가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 자원했는데 전입 후 엄청난 훈련량에 처음에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자부심을 갖고 적보다 지독한 전문대항군, 훈련부대의 진정한 스파링 파트너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땀을 흘리며 스스로를 단련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스마트한 군인이 대세

전문대항군연대가 훈련 잘 하는 장병들만 모인 부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과 시간에는 오로지 전투만 생각하며 전투 기량을 갈고닦지만 일과 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계발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5000여 권의 책이 비치된 북카페에서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으며 교양을 쌓고 내적인 자질을 연마하는가 하면 커피 동아리 등 20여 개 동아리에 가입해 취미생활을 하거나 전역 후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을 얻기도 한다. 커피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박제현(22) 상병은 “동아리 모임 때마다 커피를 내려 향을 음미하면서 전우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군 생활의 긴장을 풀곤 한다”고 소개했다.

[인터뷰] 이상훈 전문대항군연대장 - “훈련 파트너를 최강 부대로 만드는 ‘명품 조연’ 될 것”

“훈련부대의 전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명품조연’ 역할을 할 겁니다.”

누구나 ‘주연’이 되고 싶어 하는 현실에서 ‘조연’임을 자처하는 지휘관이 있다. 초대 전문대항군연대장으로 부임한 이상훈(육사47기) 대령(진) 얘기다. 차이점이라면 그냥 조연이 아니라 ‘명품조연’이다. 이 대령이 조연으로서 연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연대의 전신인 전문대항군대대 전갈대대의 빼어난 실력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훈련 참가 부대가 주목받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해서다. 그렇다고 강한 부대로의 도약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부대의 존재 이유는 훈련부대의 강한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부대원들에게 ‘낭질양피’(質羊皮)가 될 것을 주문했습니다. 겉은 양처럼 순하지만, 늑대의 기질을 갖자는 의미지요. 이를 위해 실전 위주의 훈련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야전부대에서는 대항군이 지형을 잘 아니까 이기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대항군이라 해서 119㎢(약 3600만 평)에 달하는 훈련장을 구석구석 가보지는 못합니다. 다만, 산을 엄청나게 많이 타다 보면 지형을 보는 안목이 생기지요. 마치 심마니가 낯선 산에 가도 길을 잃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안목이 생기기까지 대항군이 쏟은 땀은 엄청나지요.”

비록 초대 연대장이지만 10여 년 전부터 전갈대대의 이름으로 엄청난 전투력을 쌓아온 부대 역사를 이어 그 전투력과 노하우를 살릴 계획이라는 이 대령의 목표는 두 가지.

“전군에서 전투력이 가장 강한 부대라는 것을 인정받는 것이 첫째 목표입니다. 둘째 목표는 강한 전투력을 바탕으로 이등병부터 연대장까지 자부심이 충만한 부대, 전우애로 똘똘 뭉친 부대를 만드는 겁니다. 연대를 창설하면서 우수한 인원들이 여러 부대에서 모였고 해보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 차 있기에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 출처 : 국방일보 김가영, 2015. 6. 2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