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쟁에 필요한 장비나 물자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것을 학술적 용어로 소요(所要)라 하며, 일반적으로 소요(requirement)란 필요한 것 또는 요구사항을 의미한다. 군에서는 군수소요·물자소요로 대별된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뛰어난 병법가인 손무에 의해 작성된 `손자병법'에서 “무릇 전쟁을 하려면 전차 1000대, 치중차(輜重車·군수품을 싣는 차) 1000대, 갑옷 입은 병사 10만 명을 천리까지 보급할 수 있는 양식 등 하루 천금을 지원할 수 있어야만 10만 군대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갈파했듯이 고도로 정보화·과학화된 오늘날에도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소요판단으로 전승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소요는 국방부나 합참, 각군 본부 등 상위제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개 병사 또는 분대로부터 소대→중대→대대→연대 등 제대별 부대임무 및 특성에 부합되게 소요제기가 이루어졌을 때 가장 현실적이고 합목적성에 부합되리라 본다.

소요를 국방예산 편성과 연계, 구분해 보면 경상운영 소요·전력투자 소요로 구분되며 이중 경상운영 소요는 군수물자 획득, 봉급, 급식, 교육훈련, 시설 건설·유지, 부대 운영 등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소요를 말하며 이러한 경상운영 소요는 그 정확성 여부에 따라 전투임무 수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군수물자 분야의 예를 들면 연간 총 20여만 취급품목(육군) 중 어느 특정 품목을 실소요보다 많이 판단해 전투부대에 보급했다고 가정했을 때 불필요한 물자 확보에 따른 예산낭비, 저장공간의 부족, 물자관리에 따른 인력소요, 과보유에 따른 부대 비만(肥滿)으로 인한 전투부대의 기동성 저하 등 많은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반면 실소요보다 적게 판단해 전투부대에 보급할 경우 임무수행에 많은 지장을 주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전투투자 소요는 방위력개선비, 즉 육군의 신형 헬기를 구입한다거나, 해군의 최신 구축함을 건조한다거나,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를 구입하는 등 실전 배치시 전력이 증강되는 소요를 말하는데 여기에는 일반 장비획득과 장비유지를 위한 정비·수리부속 소요도 포함된다.

이러한 전력투자 소요는 극도의 비밀이 요구되면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창조자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사업을 추진함에 따른 막대한 국방예산 소요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사업 특성상 소요제기 및 결정의 중요성이 요구된다.

즉 오류 발생 시 막대한 예산낭비와 치명적인 전력저하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력투자 소요 또한 군단급 이상 상위 제대인 정책부서에서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급 제대별 주요 훈련 실시간 개선·발전시켜야 할 분야, 지휘관 및 참모 업무수행 결과 보완이 요구되는 분야, 기타 부대별 내규상 명시된 전투발전 소요를 제기하는 것이 합리성·효율성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야전제대의 작전운용성능(ROC)을 충족시킬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소요분야의 선진국인 미군을 예로 들면 소요제기 및 획득업무가 연계성 있게 추진되고 있다. 한국군의 ROC 요구가 장기간 필요한 데 반해 미군은 적의 위협과 임무, 임무수행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필요사항을 간략히 처리함으로써 실전배치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한국군이 비전산화된 반면 미군은 모든 문서체계가 전산처리됨으로써 적시성·정확성이 향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 군도 소요제기 및 소요결정을 준비하는 과정을 운용개념에 따라 실험·연구분석·의사결정 등이 시뮬레이션 방법에 의해 정보화·과학화돼야겠으며 전투실험 분야 등 소요제기 관련부서 근무자를 우수자원으로 선발, 전문화하는 것이 바림직하다.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각개 장병으로부터 자발적·능동적으로 창출될 때 우리 군의 전력은 증강되리라 판단되며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모두가 소요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출처 : 국방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