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수준에서의 전자전(Electronic Warfare) 제1의 공격 대상은 적의 지휘·통제·통신체제고, 작전적 수준에서는 탐지 및 추적 시스템·화력 제어용 장비들과 정보자료들을 주고받는 데이터 링크다. 그러한 경우 전자기파의 원천을 포착하는 기본적인 장치가 레이다 경보장치(RWR)다. 이 장치는 적 레이다의 신호를 포착, 자신이 적의 감시 하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으로부터 기능이 시작된다.

초기의 레이다 경보장치는 말 그대로 `깨닫게 하는' 기능밖에 없었지만 차차 그 위협전파가 발신되는 방위·주파수·신호의 특성 등을 파악, 미리 갖고 있던 자료들과 대조 결합해 위협 정도를 판단·평가할 수 있게 됐다. 어쨌든 적의 레이다가 이쪽을 자동 추적하고 있다면 그것까지 파악, 자동적으로 적절한 자위 수단을 취하거나 승무원이 대응조치를 할 수 있도록 경고해 준다. 적의 레이다에 노출된 함선이나 항공기는 고도·방향·속도 등을 급격히 변하게 해 위협을 피하거나 채프(chaff)를 뿌려 적을 혼란케 하는 방법을 쓴다.

채프는 전도성이 있는 재료로 만든 가느다란 띠 모양의 물체로 레이다파를 가장 잘 반사하도록 레이다파 파장의 절반 길이로 만든다. 처음에는 은박지(알루미늄 호일)를 사용했지만 대량살포시 공중에서 서로 엉키지 않고 잘 흩어지고, 오랫동안 공중에 떠 있도록 하기 위해 최근에는 유리섬유·플라스틱 섬유에 알루미늄을 증착(증기상태로 덮어 씌우는 방식)한 것을 주로 사용한다. 그 성능은 담배상자 2개를 합한 정도 크기의 압축 포장한 채프로 전투기 1대 크기에 해당하는 레이다 반사단면적(RCS)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적의 레이다가 한 종류고 그 파장도 한 종류라면 문제는 간단하지만 그러한 경우는 좀처럼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길이의 채프를 준비해야 한다. 보통의 경우 사전 정보활동(ESM 등)을 통해 또는 이미 알려진 상대에 대해서는 사전에 재단, 포장해둔 채프를 기계적으로나 수동으로 방출하기도 하지만 전투 진행 템포가 빠른 경우 경보장치로 수신한 적 레이다파의 파장에 맞춰 채프 재료를 고속으로 절단해 방출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쪽에서 대항전파를 발신하는 좀 더 차원이 높은 전자방해장치(jam ming system)는 크게 나눠 방해(jam m ing)형·기만(deception)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방해형은 잡음식(noi se j amming)·지정식(sp ot j am m ing)·탄막식(barrage j am m ing)이 있다.

잡음식은 적의 레이다 수신장치를 향해 잡음전파를 일방적으로 발신하는 방법이다. 이 잡음신호가 적 레이다 표시 장치에 하얀 무늬로 나타나게 되므로 그 무늬 속에 이쪽의 반사신호가 숨겨지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고, 정확한 적 정보가 없어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적이 이를 회피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며, 아측의 방해전파 에너지가 집중되지 못하고 낭비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사전 정보활동이나 작전 중 자료수집을 통해 적 전파의 특성을 알게 된다면 그것에 맞춰 방해하는 쪽의 효율이 훨씬 높다. 그렇게 하는 방법을 지정방해, 즉 스팟 재밍이라고 한다. 그러나 상대방도 주파수를 변경, 이쪽에서 지정해 방해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다.

이렇게 주파수와 그 특성을 바꿀 수 있는 레이다를 주파수 변환(frequency agile)형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방해하고자 하는 쪽은 그 주파수를 쫓아갈 수 있는 고성능 방해장비를 갖추든지, 아니면 적의 레이다가 변환할 수 있는 전 범위에 대해 방해전파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방법을 탄막형 방해라고 한다. 이 방법은 대단히 큰 출력의 발신장치를 갖고 있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적의 레이다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기만하는 `지능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적의 레이다파를 포착하면 같은 주파수를 조금씩 시간 차를 두면서 발신하거나 조금 변조해 보내면 적의 레이다에는 이쪽의 위치가 다르게 나타나거나 가짜 반향이 나타나게 된다.

기만 방해 장치는 위협신호를 감지해 그 특성을 측정·분석하는 수신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최신형 중에는 전자지원 활동을 통해 파악한 위협신호의 데이터를 기억해 두었다가 수신한 신호와 비교, 위협의 정도를 평가하고 위협도가 가장 높은 것에 대해 우선적으로 재밍을 가하는 기능을 갖춘 것이 많아졌다. 이러한 기능을 출력조정(power management)이라고 한다.

전자전에 관련한 개념과 기술보다 비밀성이 중요하고 노후화의 정도가 급한 군사부문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관련지식의 진보가 끊임없고 관련된 정보의 보편화 기간이 짧아졌으므로 일단 노출되면 많은 노력과 적지않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개념과 기술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 공군사관학교 교수 대령 권재상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9.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