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유도무기(PGM：Precision Guided Munition), 즉 스마트탄(Smart Bomb)은 명중 정밀도를 크게 향상시킨 재래식 폭탄류(비핵폭탄류)를 의미한다. 그런데 현대의 군사 기획자들이 이러한 종류의 무기에 현혹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피할 수 없이 전쟁을 해야만 하는 경우 크게 파괴하지 않고 많이 죽이지 않으면서 단시간 내에 전쟁을 마무리하는 것이 20세기 후반 이래 전쟁 수행사상의 골간이 되어 왔다.

바로 이 정밀유도무기들은 그러한 요구들을 충족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 해 왔고 그런 점에서 군사 기획자들은 이 무기체계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군사 이론가이자 전략가로 널리 알려진 풀러(J F C Fuller)는 `조준의 정확성'을 작전 가능 범위, 치명도, 사격 가능 횟수, 이동 가능성과 함께 무기의 5대 요건으로 꼽았다. 현대의 정밀무기는 이 다섯 가지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다. 오늘날의 군사환경에서 전력 다양화(forcemix)의 강력한 수단이 바로 그들의 조합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정밀유도무기, 즉 스마트탄을 운용하기 시작하고부터는 전쟁의 철학, 즉 전쟁 수행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방법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종래에는 부정확한 전력을 대규모로 동원해 폭 넓게 파괴하고 널리 살상함으로써 적의 의지를 꺾고자 하는 대도시 전략적(Counter City Strategy) 사고방식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기술 발전 경험을 전쟁 수행 방법으로 대폭 수용하고부터는 정확한 유도와 무기 자체조종 통제를 통한 정확한 목표 선정(Precision Targeting)을 하고 타격을 가하는 방식을 대군사력 전략(Counter Force Strategy)으로 채택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걸프전 때에는 목표 반경 30피트 이내에 투하할 수 있을 만큼 발전되었고, 정교한 유도장치를 장착한 어떤 종류의 유도탄은 2500㎞ 밖에서 발사해 24피트 오차 범위로 표적을 파괴한 경우도 있다. 정밀유도무기의 최대 장점은 소위 `부수적 피해'가 예기되는 상황에서 군사행동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한 회의를 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 결정자들에게 일종의 확신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인구밀도가 높고 산업화 정도가 높은 지역에서 템포가 빠르고 격렬도가 높은 군사력 운용 시나리오를 집행하고자 할 때 무기류의 오용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일선 지휘관뿐만 아니라 전쟁 기획자들에도 매우 큰 부담감을 주는 것이 오늘날의 전투현상이다. 이러한 경우에 정밀유도무기는 작전적으로는 성공 가능성을 제시하고, 전략적으로는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전략적 유연성을 신장해 주는 전쟁도구가 된다. 정밀유도무기의 또 하나 강점은 비정밀무기보다 명중 가능성(명중 기대치)이 높으므로 표적에 재접근 또는 재공격할 필요를 현저히 줄여 준다는 것이다. `자로 잰 듯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결과를 기대하는 범위 내로 한정지을 수 있는 정도의 예측이 가능하므로 작전계획이 정교해질 수 있게 하고 목표를 위해 전투력을 안배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나아가 공격 전력의 위험을 경감해 주는 유리함이 있다. 즉 공격자측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키지 않으므로 군 인력의 손실을 늘리지 않을 수 있고, 피폭 지역의 범위가 불필요하게 늘어나지 않음으로써 피해 극소화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요약한다면 정밀무기류는 그 투발 정밀도를 바탕으로 해 선별적이고 선택적인 공격을 가능케 함으로써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해 불필요한 정치적 잡음을 피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카터는 정밀무기를 `인간적인 무기'라고 하기까지 했다.

정밀무기들은 각종 센서와 유도장치, 그리고 폭약의 결합체다. 따라서 이들 각각의 변이와 복합적 변화는 정밀무기의 변화 향방에 큰 영향을 준다. 정밀무기들은 아직도 전장환경의 물리적 현상(기상·빛·음향·진동 등)들로부터 어느 정도 제약을 받는다. 또 가격은 점점 비싸지고 운용조건의 제한사항도 많다. 그래서 정밀무기는 전장을 경박단소의 축소지향으로만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군의 조직 편성·군수 체제·운용 개념 등에서 중후장대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역방향의 변화도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전자기 센서(전자광학·무선호·저주파 센서), 역학 센서(음향·진동·관성), 화학·생물학 센서, 수동·능동적 센서들과 우주기지 체계(위성 ; 중계·GPS·정찰)들, 공중 체계들(JSTARS·AWACS 등), 무인기(UAV) 등 진보된 탐지 식별 체계들과 지·해·공 탑재 정밀무기류들의 융합(mixing)은 위의 제한사항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의 정밀공격의 장을 열어 나갈 것이다.

〈 공군사관학교 국방학과 교수 권재상 대령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9.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