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임새'는 소리판의 소리꾼-고수-청중을 한데 결합시켜주는 코드(code) 역할을 한다.

판소리학계는 추임새란 말이 `추다'(남을 일부러 칭찬해 주다) 또는 `추어주다'(실제의 정도 이상으로 높이 칭찬하다)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추임새는 판소리뿐 아니라 민요나 무가 등 다른 민속음악 분야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다.

판소리 속에서 추임새는 소리꾼이 소리를 하는 사이 사이에 고수와 청중이 발하는 감탄사의 일종이다.

주로 쓰이는 추임새는 `얼씨구', `잘한다', `좋다', `좋제', `아먼'(아무려면의 뜻을 지닌 전라도 사투리), `그렇지', `아~', `으이' 등이다. < 註: 고 박동진 명창은 `얼쑤'라는 추임새는 마당놀이에서나 사용하는 경박한 추임새라며 소리판에서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

소리꾼이 누구이던간에 경어체 추임새는 사용하지 않는다. 설사 소리꾼이 할아버지고 손자가 북을 친다해도 `좋지요', `좋습니다' 등의 추임새는 하지 않는다.

추임새는 소리꾼이 통성으로 소리를 하듯 아랫배에서부터 무게있게 끌어올리는 음성이 주로 사용되며 특정 소리 대목의 분위기나 조(調)에 합당할수록 좋다. 즉, 슬픈 대목의 소리를 할 때는 추임새도 이에 맞게 애조를 띠어야 하며, 즐거운 대목에서는 추임새 역시 힘차고 흥겨워야 한다.

추임새는 소리판의 주체와 기능에 따라 고수와 청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고수의 입장에서 추임새는 첫째 예술적 황홀경(estasy)에서 터져나오는 탄성이다.

고수는 소리꾼이 이끌어가는 예술적 쾌감의 경지에서 자신도 모르게 추임새를 발한다. 소리꾼과 잘 어우러지는 고수의 북가락과 추임새는 남녀간의 정을 뜻하는 운우지정(雲雨之情)에 비유되기도 한다. 소리꾼이 이끌어가는, 예술적으로 고양된 상태에서 화답하듯 튀어나오는 추임새는 소리꾼과 고수의 교감을 더욱 돈독하게 하며 소리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도 한다.

둘째 고수의 추임새는 소리꾼이 이를 딛고 일어서는 `도움닫기'의 역할을 한다.

소리꾼이 극히 높은 상청(上聽)과 극히 낮은 하청(下聽)으로 소리하려면 무척 힘겹다. 극상청에서 기교있게 가성(假聲)을 쓸 수 있지만 제대로 소리를 하려는 소리꾼은 이를 용납치 않는다. 소리꾼은 극상청이든 극하청이든간에 통성으로 `갈데까지 가는' 소리를 하려한다. 이처럼 소리꾼이 힘겹게 소리의 절정에 도달하려할 때 때마침 터져나오는 고수의 추임새는 소리꾼에게 큰 힘이 된다. 이 추임새를 통해 소리꾼과 고수의 일체감은 더욱 공고해진다.

셋째 소리의 강약을 도아주면서 흥을 돋군다.

소리꾼이 강하게 소리를 내지를 때는 그에 걸맞은 강한 추임새로 소리를 받쳐준다. 즐거운 대목에서 흥겹고, 슬픈 대목에서 애조 띤 고수의 추임새는 소리판의 분위기를 잡아주며 청중의 흥을 돋구게 된다.

넷째 북소리를 대신하거나 소리의 공간을 메워준다.

흔하지 않지만 고수는 북가락이 오히려 소리를 방해한다고 여길 때 북소리를 내기보다 추임새로 대신한다. 특히 소리꾼이 소리를 하다 호흡을 위해 쉴 때(소리꾼은 이를 `숨구멍'이라 한다)가 있다. 이때 고수의 추임새나 북가락이 소리의 빈 공간을 채워 소리가 밋밋하게 흐르는 것을 막아준다.

다섯째 소리꾼의 상대역으로서 아니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춘향가의 이도령-방자, 어사-장모나 심청가의 심봉사-뺑덕어미의 대화체 아니리에서 간단한 대답을 고수가 추임새로 대신하는 경우가 있다.

청중의 추임새도 기본적으로 고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집단이 한꺼번에 발하는 추임새는 마법의 주술처럼 그 소리판이 그리는 심미적 황홀경을 더욱 진하게 한다.

추임새는 기본적으로 개인적 현상이다. 즉, 어떤 소리 대목이 듣는 이의 탐미적 심상을 일깨웠을 때 추임새가 나오는 것인데 이는 소리가 개인의 주관적 의식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추임새가 집단화 됐을 때 소리꾼-고수-청중은 한데 어울리면서 소리판이 지향하는 세계로 보다 강하고 빠르게 몰입하게 된다.

청중의 추임새는 또한 동질성을 바탕으로 `너'와 `나'를 넘어 `우리'라는 공동체적 의식을 강하게 일깨워 준다.

춘향이 매를 맞아 죽을 지경에 이른 극한의 상황에 처해 부르는 십장가에서 청중의 추임새는 춘향과 한몸 한마음이 되어 변사또의 부당한 요구와 압력에 `저항'하는 구호 역할을 한다.

놀보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동생 흥보와 우애를 회복하는 대목에서 발하는 청중의 추임새는 `화해'의 표시다.

애처롭게 목숨을 구걸하는 조조 앞에서 관우가 치켜들었던 청룡도를 거두어 들일 때 청중은 관우의 `용서'하는 마음으로 추임새를 낸다.

이처럼 추임새라는 코드(code)를 통해 공동체적 동질성이라는 전류가 소리꾼-고수-청중을 통하게 되면 그 소리판은 더욱 밝은 빛을 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