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항공전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비가 쏟아지는 악천후를 이용하여 북괴군은 38선에 전진 배치된 10만 여명의 병력과 T-34 전차 242대를 앞세우고 전면적인 기습공격을 개시했다.
한국군은 북괴의 침략에 대비하여 38선에 야전진지를 구축해 놓았으나 경무장한 장병들로서는 이 공격에 대항할 수 없었다. 적의 전격적인 기습공격으로 화력과 장비 면에서 절대 열세한 지상군은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부득이 주 저항선에서 후되를 거듭해야만 했고 결국 6월 28일에는 서울이 함락되고 말았다.

한편 북괴 공군은 지상군의 공격과는 달리 38선에서 전면남침을 개시한지 8시간이 지난 6월 25일 오전 10시경에 은백색의 YAK 전투기 2대가 여의도와 김포기지 상공을 정찰하고 북쪽으로 사라졌고, 이날 정오경에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이때 4대의 YAK 전투기가 용산 상공에 나타나 용산역과 서울 공작창, 통신소 등에 기총사격을 가했고, 오후 4시경에는 5대의 YAK 전투기가 나타나 그중 2대가 김포기지의 관제탑과 석유저장탱크에 기총공격을 가하고 활주로에 대기중인 미공군 소속 C-54 수송기 1대를 공격하여 불태웠다. 그리고 또 다른 3대는 여의도기지의 한국공군 T-6 건국기를 공격하여 1대가 피해를 입는 등 북괴공군의 본격적인 항공작전이 시작되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우리공군은 6월 25일 오전 10시에 여의도기지에 공군작전지휘소를 설치하여 신속히 전투태세를 갖추는 한편 당면한 전황을 검토한 후 당시 공군이 보유하고 있던 전 항공기 22대(T-6:10대, L-4/S:12대)를 동원하여 북괴군의 남하를 최대한 저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공군비행단장 이근석 대령은 T-6 건국기 10대를 3개 편대로 편성하여 각기에 국산 폭탄(15kg)과 수류탄을 싣고 이날 오후 6시에 이륙하여 포천과 동두천 방면으로 출격하여 남하하는 적 지상군에게 200피트 저고도로 비행하면서 후방석에 있던 관측사가 국산 폭탄을 손에 들고 목측으로 적 전차와 차량에 투하했다. 첫날 공격이 비효과적임을 인식한 우리 공군은 T-6기 양날개에 8개의 폭탄걸이를 장착하고 다음날부터 적의 주 공격방면인 개성과 동두천, 포천 방면으로 출격하여 적전차와 차량 및 적병을 목표로 공격했다. 이러한 필사적인 공격도 당시 보유하고 있던 폭탄 274개를 전량 소모함으로써 6월 27일에는 작전을 중지하고 정찰 및 연락작전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우리 공군의 최초 3일간의 작전은 열세한 공군력으로 우세한 적을 상대로 싸웠다기보다는 오직 조국수호를 위해 맨주먹으로 싸워 이기고 말겠다는 필승의 신념으로 싸웠던 것이다.


F-51 전폭기 인수와 작전

T-6기와 L-형 항공기로 적 전차를 저지할 수 없었던 공군은 적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이승만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이 대통령은 맥아더원수에게 전투기 원조를 요청하여 전투기 지원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에 공군비행단장 이근석 대령을 포함한 10명의 조종사가 6월 26일 일본 이다쯔께 기지로 건너가 단기간의 기종전환훈련을 마치고 7월 2일 F-51전투기 10대를 인수하여 대구기지에 도착했다.

대구기지에 도착한 한국공군의 F-51전투기들은 위급한 지상전황과 아지상군의 사기증진을 위해 잠시의 휴식도 얼이 7월 3일부터 경부선을 따라 남하하는 북괴지상군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고, 다음날인 7월 4일에는 이근석대령이 지휘하는 F-51 전투기 4기 편대가 안양상공에서 적 전차를 공격하던 중 이근석대령의 F-51전투기가 적의 대공포화에 피탄되어 전차에 돌진, 자폭함으로서 34세를 일기로 장렬히 전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기지에서 7월 26일까지 F-51전투기들은 총 191회의 출격을 감행하여 탱크 7대, 트럭 및 차량 17대, 탄약 및 연료보급소 18개소를 파괴하고 적병 300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거두었다.


한국공군의 재정비와 단독출격작전 준비

1951년 1월초 남한으로 철수를 완료한 공군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쟁이 장기화될 것을 예상하고 공군을 재정비·강화하여 차기작전에 대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평양 미림기지에서 대전기지로 철수한 공군비행단의 주력부대(F-51)를 12월 19일 제주기지로 이동시켜 전투훈련과 조종사 양성에 박차를 가하도록 했고, 1951년 4월초부터 5월말까지 여의도기지에서 작전 중이던 한국공군의 백구부대에 제주도에서 양성된 전투조종사를 파견하여 한·미 합동출격으로 전투능력을 향상시켰다.

그리고 1951년 6월말에는 각 기지에 분산·배치되었던 공군의 모든 전투부대를 사천기지로 집결시켜 전투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전력증강에 박차를 가한 결과 F-51전투기 20대와 전투조종사 40명이 확보되자 동년 8월 1일 공군비행단을 제1전투비행단으로 개편했다. 이로서 한국공군은 1개의 전투비행단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때 지리산지구에서 공비소탕작전을 전개하고 있던 전투경찰부대는 사천기지 주둔 제1전투비행단에게 항공지원을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사천기지 주둔 제1전투비행단 제10전투비행전대는 1951년 8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전투정찰부대의 지리산지구 공비소탕작전을 지원했다. 이 작전기간 중 한국공군은 미 5공군에게 작전준비태세검열(ORI)을 받아 한국공군의 독자적인 작전능력 인정받게 되었다.


한국공군의 단독출격작전

강릉기지로 이동한 제10전투비행전대는 10월 10일 저녁에 C-47 수송기로 미 5공군으로부터 작전명령을 받아 출격편대를 구성한 후 1951년 10월 11일 역사적인 첫 단독출격작전을 시작했다. 제10전투비행전대는 1953년 2월 15일 제10전투비행단이 창설될 때까지 적후방차단작전, 도시폭격작전, 적 보급물 집적소 폭격작전, 근접항공지원작전 등을 수행했다. 이 기간중 공군역사에 빛나는 두 가지 작전을 수행했는데 그것은 승호리 철교 차단작전과 평양 대폭격작전이었다.

승호리 철교 차단작전은 평양동쪽 10km지점에 위치한 철교로서 적이 많은 군수물자를 중동부 전선으로 수송하는 적 보급로의 요충지로서 미 5공군은 이 철교를 500소티 이상 출격했으나 차단하지 못하자 한국공군에 이 임무를 인계했다. 이 임무를 인계받은 강릉기지 주둔 제10전투비행전대는 1952년 1월 12일 F-51 2개 편대 8대를 출격시켰으나 적의 강력한 대공포화로 실패했다.

첫 출격에 실패한 제10전투비행전대는 작전실패의 원인을 분석·검토한 후 1,500피트에서 폭탄을 투하하는 초저공 공격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1월 15일 2개 편대 6대의 F-51전투기를 출격시켜 적의 강력한 대공포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승호리철교에 폭탄을 정확히 명중시켜 완전 차단했다. 이 철교차단의 성공여부를 의심하던 미 5공군은 한국공군이 단 14소티의 출격으로 승호리철교 차단에 성공하자 한국공군의 전과를 크게 찬양했다.

평양 대폭격작전은 UN공군이 대량 공중공격을 가하여 적의 전쟁수행 능력과 전쟁의지를 말살시켜 공산군이 휴전조건에 조속히 응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택한 미군의 새로운 항공전략인 항공압박작전(AIR PRESSURE OPERATION)에 따라 실시된 작전이었다. UN총사령부는 적 수도 평양을 폭격하면 심리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평양의 군사목표물에 대공습을 감행하도록 명령하자 UN공군은 1952년 7월 11일과 8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고, 이어 8월 29일에도 1,050대의 항공기를 동원하여 대대적인 폭격을 감행했는데 이날 강릉기지의 제10전투비행전대도 36대의 F-51전폭기를 참가시켜 우리공군에 할당된 평양의 군사목표물 2개소(평양금속공장, 평양철도 조차장)을 완전 파괴함으로써 UN 공군의 일원으로 한국공군의 위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제10전투비행단 창설과 작전

제10전투비행단이 창설된 1953년 2월 15일부터 7월 27일 휴전이 성립된 날까지 항공작전은 동부전선의 고성 - 금성 - 김화 - 철원 - 판문점을 연결하는 북방지역에서 전투중인 한국군 지상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과 후방차단작전을 병행했다. 이 기간 중 한국공군의 전력이 전투조종사 최고 97명에 F-51전투기가 80대로 증가함에 따라 종래 한국군 제1군단 지역에서 실시해오던 근접항공지원작전을 제2군단 지역까지 확대, 한국군 각 사단에 전방항공통제관(FAC)을 파견하여 근접항공작전을 전개함으로써 우리공군은 중동부전선의 한국지상군이 담당하고 있던 전 지역에 대한 항공지원작전을 전담하게 되었다.


한국전쟁의 종전과 우리 공군의 전과

3년 1개월 2일간의 한국전쟁은 휴전으로 끝나고, "일면전투, 일면 전력증강"이라는 당면목표를 수행한 결과 휴전시 한국공군의 전력은 전쟁초 병력이 1,897명에서 11,461명으로 약 6배가 증가했고, 항공기는 전투기 한 대도 없이 경항공기 22대(T-6 및 L-4/5)에서 F-51전투기 78대를 포함하여 총 118대로 증가했다. 이러한 전력으로 한국공군은 전쟁 중 UN공군 중 제2위의 전투출격기록을 수립했다. 즉 F-51전투기가 총 8,495회의 출격을 감행했는데 그중 후방차단작전에 5,337회, 근접항공지원작전에 2,656회, 대지공격에 258회, 공비토벌에 198회, 기타 46회를 출격했다. 이러한 출격에서 얻은 종합전과는 군용건물 1,770동, 차량 497대, 우마차 53대, 탄약 및 연료집적소 1,285개소, 철교 및 교량 124개소, 터널 108개소, 포진지 521개소, 철도 1,014개소를 파괴 또는 파손하고, 적병 889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러한 가운데 F-51전투기 출격조종사 115명 중 39명이 100회 이상의 출격기록을 수립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공군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항공기 손실을 보면 전투 중 69대(F-51 39대, 경항공기 30대), 훈련 중 48대(F-51 29대, 경항공기 19대) 등 총 117대가 파괴되었고, 조종사도 39명(전투 중 22명, 훈련 중 17명)이 전사 또는 순직했다.

한국전쟁에서 공군의 전투사는 곧 건군사이기도 하다. 우리 공군은 전투작전을 수행하면서 전력증강에 힘을 기울인 결과 휴전시에는 전력규모가 병력 11,000여 명에 2개 비행단, F-51전투기 78대에 총 118대를 보유한 공군력으로 성장하여 공군 독립시 명목뿐인 공군에서 실질적인 공군으로 급성장했다. 이러한 모든 것은 6·25 전쟁에 참가한 모든 공군장병들이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내 손으로 지키겠다는 열정과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출처 : 공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