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북한의 군사위협 증대, 미국의 군사지원 축소, 주한미군 감축 등 당시 대내외적 안보환경 변화로 ‘자주국방’ 추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후 지속적인 방위력 개선을 추진해 국방력에 있어 대북 방어능력은 확보됐으나 아직까지 억제전력으로는 불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북핵문제 등 북한의 군사위협이 상존하며, 대내외 전략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현대전 양상의 변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안보역량의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 자주국방의 발자취

자주국방 추진배경

70년대 초 자주국방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북한의 군사위협 증대, 우리의 경제성장과 미국의 군원 축소, 주한미군 감축 등 당시 안보환경의 변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70년대 당시 북한의 군사력과 군사위협은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었으나 우리의 군사력은 북한 군사력의 50% 정도로 북한 위협을 억제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한 수준이었다.

북한은 62년부터 ‘4대 군사노선’을 채택하고 모든 국가역량을 군사부문에 집중하는 등 군사력 강화 우선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한국군의 상당 규모가 베트남에 파병 중이던 68년 1월21일 무장공비를 남파, 청와대 기습사건을 일으킨 데 이어 1월23일에는 동해상에서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납치하는 등 연속적으로 도발을 감행해 위기를 조장했다. 또 75년 베트남이 공산화하자 북한은 이를 기화로 무력남침을 호언하는 등 대내외적 상황 변화로 국민의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한편 70년대 들어 우리의 경제성장이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미국의 군사지원이 축소하기 시작했다. 50년대에서 6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방비의 3분의 2 이상을 미국에 의존했으나 7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군원 규모가 점차 축소돼 79년에는 무상군원이 중단되고 87년부터 유상군원까지 중단됨으로써 국방비를 우리 스스로 충당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 베트남전의 장기화와 미군의 희생 증가로 미국 내에서 베트남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69년 7월 닉슨 미국 대통령은 닉슨 독트린을 발표해 “아시아 각국은 자국방위의 1차적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는 탈(脫)아시아 정책을 선언하고 세계안보에 대한 미국의 역할 재조정과 동맹국의 책임분담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78년 8월 주한미군 7사단 2만여 명의 병력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고 한국에 대한 군사원조를 대폭 축소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군사위협 증대와 미군의 철수, 군원 감소 등 안보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한국 내에서 안보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면서 자주국방 추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와 같은 안보환경 변화로 국가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심각하게 대두되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78년 2월8일 담화를 통해 ‘스스로 돕고 스스로 일어서서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자조(自助)·자립(自立)·자위(自衛)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자주국방을 공식적으로 표방했다. 또한 73년도 을지연습시 자주국방을 위한 군사전략을 수립하고 전력증강 계획을 발전시킬 것을 지시함에 따라 자주국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국방사적 측면에서 살펴본 자주국방의 역사성

▲ 60년대까지：한·미동맹관계 형성 및 대미 절대적 의존기

-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1일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한·미동맹관계 형성
- 한국방위의 대부분을 미국 군원에 절대적으로 의존

▲ 60년대 말∼70년대：자주국방 지향

- 73년 박대통령의 ‘자주적 군사력 건설’ 지시에 따라 본격적인 자주국방 추진 계기 마련
- 74년부터 94년까지 3차에 걸쳐 율곡사업 추진

▲ 80∼90년대：자주국방의 기반 확충

- 9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인 율곡사업 추진 결과 기본적인 방위전력 확보

▲ 90년대 이후：민주화·지방화 등 국방여건 변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등으로 국방비의 하향배분 추세 지속, 자주국방 추진을 위한 국방예산 확보 애로 가중

▲ 2003년∼ ：참여정부의 자주국방 추진
- 2003년 8월15일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국방 의지 천명에 따라 자주국방 추진의 새로운 전기 마련
- 자위적 방위역량 확보에 중점을 둔 자주국방 비전·추진계획 수립 시행

* 향후 10년 내 자주국방 역량 구축의 토대 마련


자주국방 추진경과

70년대 초 박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공식적으로 표방한 이후 자주국방 추진은 안보환경과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 추진 강도는 다소 변화돼 왔으나 우리 군의 전력증강, 작전수행 능력 및 연합지휘체제 발전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전력증강

우리 군의 전력은 72년부터 92년까지 강력히 추진된 율곡사업으로 상당 수준 증강됐다. 1차 율곡사업은 74년부터 81년까지 최소 방위전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2조8864억 원의 재원을 투입, 각종 공용화기와 고속정을 개발하고 자체 생산했으며 헬기·전투기·항공무기 등 현대화된 무기체계를 해외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방위전력의 기반을 조성했다.

정부는 율곡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방비와 별도로 75년 방위세법을 제정·시행했으며,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당시 국민총생산(GNP)의 2%에 달했다.

2차 율곡사업은 82년부터 86년까지 방위전력 보완에 중점을 두고 전차·화포·호위함·F-5전투기 등을 국내 생산 및 조립했으며, 각종 장비의 기술도입 생산과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방위산업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

3차 율곡사업은 87년부터 92년까지 방위전력 완비와 미래형 전력 기반 조성에 중점을 두고 기동부대·잠수함·구축함·전투기 등을 확보했으며 첨단산업 육성, 통합전력 발휘 차원의 전력 확보에 주력했다.

율곡사업은 3차 사업을 끝으로 92년에 종료됐고 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부터 전력증강 계획을 군의 중·장기 계획에 반영,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이런 꾸준한 전력증강 결과 현재의 대북 상대전력은 대략 80% 수준으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이를 격퇴하고 격멸할 수 있는 방어능력은 확보됐으나 도발을 방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억제능력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전수행능력 강화

전력증강과 더불어 우리 군의 작전수행능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특히 현대전의 양상을 고려하고 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된 ‘818계획’에 따라 90년에는 각군 본부의 군령권이 합동참모본부로 이양되고 이후 합참에서 합동작전부대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98년 이후부터 전면전 대비 작전계획과 정부 차원의 전시대비계획을 중점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국가동원체제를 정비함으로써 380만 명의 예비전력 등 국가동원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연합지휘체제의 발전

연합지휘체제는 한반도 방위에 있어 한국군의 임무와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돼 왔다.

78년에는 ‘전략지시 1호’에 의거, 한미연합사령부(CFC)가 창설되면서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이 유엔군사령부(UNC)에서 CFC로 전환됐고 연합사의 보직도 한·미군 장교를 균형있게 편성, 한·미 공동의 연합지휘체제를 확립했다.

또한 91년부터 공동경비구역(JSA)을 한국군과 미군이 공동으로 관리토록 했고 91년에는 정전위 수석대표를 한국군 장성으로 임명했다. 92년에는 연합사 지상군구성군사령관을 한국군이 담당하는 등 한반도 방위에 있어 한국군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94년에는 ‘전략지시 2호’에 의거, 평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환수했으며 합참은 이를 계기로 합참 작전계획을 발전시키고 전시 지휘소 연습인 압록강 연습을 매년 실시하는 등 합참의 작전수행능력과 대비태세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아울러 98년에는 한·미 간 연합위기관리 각서를 체결하는 등 평시 위기관리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자주국방은 이미 70년대부터 국방의 핵심과업으로 추진돼 왔다. 그 결과 우리 군은 대북 방위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작전수행능력을 강화했으며 연합지휘체제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직까지 우리 군의 대북 억제전력은 불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무기체계의 급격한 발전과 전쟁양상의 변화에 부응하고 현존 및 미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첨단전력을 중심으로 한 정예 군사력 건설이 요구되나 80년대 중반 이후 국방예산의 지속적인 하향배분에 따라 자주국방력 건설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80년대 중반 이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6% 이상을 국방비로 사용하면서도 고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국방비 감소로 최근에는 GDP 대비 2.7∼2.8%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과 군의 여망인 자주국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1.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