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종료된 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자살폭탄 테러, 전투기에 대한 미사일 공격 등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세계 각국은 이러한 테러를 사전에 차단하고 대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다. 최근 부시 미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면서 저격수들을 곳곳에 배치, 만약에 있을지 모를 위협에 대비한 것은 이러한 국제정세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새삼 저격수의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오랜 외교관 생활 중 외국의 저격수 양성과정을 지켜보며 이를 연구 발표한 바 있는 황광한 장군의 글을 3회에 걸쳐 게재, 저격수에 대해 상세히 알아본다.<편집자>






◆ 저격수란 무엇인가.

저격수(Sniper)란 각종 전투 기술로 훈련되고 특수 소총으로 무장돼 저격 임무를 수행하는 탁월한 전투요원을 말한다.

따라서 저격수는 많은 전투 기술을 필요로 한다.

즉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건해야 하며 정확한 사거리 측정 능력과 풍차수정 능력을 포함한 사격술을 구비한 특등 사수이며, 전장 첩보수집을 위한 지역 수색 능력과 전장 소음 식별, 위치 파악 능력, 은폐·엄폐 및 개인 위장 능력, 적 인원·장비의 신속한 식별 능력, 은밀한 이동 능력, 오랜 시간 한곳에 잠복해야 하는 고도의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또 독도법, 사경도 작성, 항공사진 지도의 사용, 각종 통신장비의 사용법과 포병·함포의 지원사격 요청 및 유도능력과 공중지원 요청 및 유도능력도 갖춰야 한다.

저격조는 통상 저격수(Sniper)·탐지병(Spotter)의 2명 1조로 운용되며 탐지병은 저격수와 임무를 상호 교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저격수로서 표적 탐지, 탄착 유도, 경계 제공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 어떠한 임무를 수행하는가.

전투 간 적의 핵심요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즉 대치하고 있는 적 지휘자, 부사관, 공용화기 조작 요원, 자동화기 사수, 관측요원, 통신병, 특히 적의 저격수는 최우선 순위가 된다.

적의 유도무기, 전차·장갑차의 차장과 각종 센서, 관측경, 통신 장비의 안테나 등 포착되는 적의 표적을 사격하고 적에 관한 첩보를 수집한다.


◆ 저격수의 운용

저격수 배치는 사전에 적절히 협조된 계획에 의해야 한다.

따라서 저격수의 활동지역에는 아군의 여타 병력활동이 저격수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저격수의 운용은 부대 지휘관의 전술계획에 통합 돼야 하며 저격수는 가급적 독립적으로 융통성 있는 운용이 바람직하다.

저격수를 소총 분대에 1명 씩 배치하는 방식으로 편성·운용하는 것은 행동반경과 융통성 등을 고려할 때 매우 부적절하며 중대장이 1개 저격조를 중대 일반지원 형태로 운용한다든가, 대대장이 4개(8명)의 저격조를 대대 일반 지원 형태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보병 연대의 수색중대에 1개 저격소대를 운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격소대에는 저격소총 정비를 위한 정비 하사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 저격수는 왜 필요한가.

막강한 군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은 저격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유의 저격소총을 갖고 있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군은 한국전쟁시 소련 편제를 모방하여 저격수를 운용함으로써 우리 군에 치명적 타격을 가한 바 있다. 초급 지휘자들 상당수가 적의 저격수에 희생됐으며 이로 인하여 ‘소모 소위’라고 불리기도 했다. 많은 선배들의 증언에 의하면 다수의 간부가 적의 저격병에 의해 희생된 것이 사실이다.

베트남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지어 고급장교까지 희생된 예가 있다.

그러나 우리 육군 보병부대는 아직까지 저격수를 갖고 있지 않다. 저격수는 여러가지 능력이 있으나 결코 대테러용만은 아니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군도, 일본의 육상자위대도, 중국군·러시아군도 갖고 있으며, 우리의 우방이며 한·미연합 방위의 한 축인 미군도 고도로 정밀한 저격 소총과 잘 훈련된 저격수를 갖고 있다.

95년 미 육군 보병학교에서 필자는 저격수 학교를 방문해 폭염 속에서 고강도 훈련을 받고 있는 24명의 저격수를 볼 수 있었다.

미 해병대의 저격수 양성은 그 명성이 높다. 그 곳 저격수 학교에는 경찰 스왓트 팀의 저격수, FBI의 저격수, 해군 실(SEAL)팀의 저격수, 미 육군의 레인저 부대의 저격수, 델타포스의 저격수들도 훈련을 받고 있다. 미 보병학교의 저격수 학교에서는 전세계에 배치된 미 육군의 전투 사단에서 엄선된 정예요원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었다.

최첨단의 무기체계를 갖춘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미군이 왜 저격수를 양성하는가? 막강한 육군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의 여러나라들이 왜 저격수를 갖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간단하다. 저격수는 전투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고 적에게 치명적이며 매우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명의 적병을 사살하는 데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7000발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2만5000발이, 베트남전에서는 무려 5만 발이 소요됐지만 베트남전에서 저격수가 사용한 탄환은 고작 1.7발이었다는 통계가 있다.

이와 같은 저격수의 우수한 실력은 저격 소총으로 800m에서 1000m 거리의 적 인마를 살상할 수 있으며, 특수 소총(50구경)으로는 1500m에서 2500m를 타격할 수 있고 장갑차량을 파괴한 기록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적의 저격수에 대한 최고의 방책은 역시 우수한 저격수를 양성해 대비하는 것이다.

근접전투에서는 물론 시가지 전투나 대침투 작전과 장차전에서 과거와 같은 희생을 당하지 않으려면 하루 속히 우리 군도 저격수 제도를 도입해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예 육군준장 황광한·국방부 군사 연구위원 ambhwang@yahoo.co.kr>

약력
●1961 육사 17 기 임관
●74~76 1 기갑여단 105 기보대대장
●77~80 주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무관
●81~82 주 가나 공화국 특명 전권대사
●82~85 주 LA 총영사
●91~94 국방부 군비 통제 자문위원
●94~ 국방부 군사연구위원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1.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