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0월27일, 국방과학연구소는 새로운 미사일을 선보여 또한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날 김동진 국방부장관을 비롯,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주요 군 관계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일을 벗고 시범사격을 가진 미사일은 대공방어용 `천마'(天馬)였다.

캐터필러(무한궤도)로 움직이는 장갑차량 위에 두 종류의 레이더와 양 옆으로 4발의 소형 미사일을 각각 장착하는 발사터렛이 탑재된 천마는 첫눈에 낯설었지만 당당하고 멋진 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천마의 눈 역할을 하는 탐지레이더가 빠르게 회전하며 7~8 ㎞ 멀리 하늘 위로 날려진 무인표적기를 포착하는 순간, 붉은색으로 칠해진 미사일이 흰 연기를 뒤로 뿜으며 번개 같은 속도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불과 10여 초 후, 참관인들은 쌍안경으로 미사일이 표적기를 명중시키는 폭발화염을 확인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천마는 1년 뒤인 1998년 10월1일, 건군 50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북한 전술기 킬러'로서 국민들 앞에 다시 모습을 보이며 `개발 신고'를 함으로써 `자주국방'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가슴에 자부심을 한껏 불어넣어 주었다.

1999년 11월 양산체제에 돌입한 데 이어 현재 육군방패부대에 실전배치돼 수도권 하늘을 지키고 있는 천마의 정식명칭은 `한국형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KSAM)'. 탐지·추적장치와 미사일 8발 및 사격통제장치를 단일 장갑차량에 탑재한 집중형 유도무기체계이다.

소형 전투기 등 표적을 20㎞ 밖에서부터 탐지, 추적할 수 있고 미사일의 유효사거리가 10㎞ (고도 5㎞)에 달한다. 특히 음속의 2.6배로 비행하면서도 중력가속도의 30배가 넘는 기동성으로 적의 비행체를 요격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최종 테스트에서 100%의 명중률을 기록했다.

천마는 또한 주·야 전천후로 운용됨은 물론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전자전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 1문의 전투중량이 26ｔ이며 우리나라와 같은 산악지형에서 야전군 기동부대와 동시적인 기동성을 감안 시속 60㎞ 의 기동력을 발휘한다.

천마와 유사한 단거리 방공무기체계를 개발한 나라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스위스·이스라엘·러시아 등 방산분야의 선진국들. 이들이 개발한 무기체계 가운데 우리보다 20년 이상 먼저 개발에 돌입, 10여 년 앞서 전력화된 스위스의 ADATS, 프랑스의 CROTALE-NG,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개발한 ROLAND-Ⅲ 등과 비교할 때 천마는 성능면에서 동등하거나 오히려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월등하다. 1문당 가격은 약 150억원, 미사일은 1발에 2억8000여 만원으로 ADATS 등에 비해 80억~100억원 저렴, 향후 미사일 수출국으로서의 위상 정립도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국과연의 노작〔勞作〕, 천마는 대통령의 재가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1989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본 기획시리즈 `철모에서 미사일까지'의 제2화 `KSAM 천마'는 우리나라 최초의 미사일 `백곰'(NHK-1) 개발 성공 이후, 불운(?)의 미사일 `해룡' 개발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