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황자총통(別黃字銃筒은 황자총통을 개량한 조선 중기의 총통이다. 약통 뒤에 손잡이가 붙어 있고 총통의 중심 근처에 포이(砲耳)가 붙어 있는 것이 황자총통과 다른 점이다. 현재 1609년에 제작된 별황자총통 2점이 육군박물관·국립진주박물관에 1점씩 소장돼 있다.

별황자총통은 그 자체보다 가짜 총통 사건으로 더 유명하다. 충무공해전유물발굴단 단장 황모씨와 골동품 위조범 신모씨가 공모, 위조 별황자총통을 만들어 바다 속에서 총통을 발굴한 것처럼 조작한 사건이다. 가짜 총통 사건은 한국의 유물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음미할 필요가 있다.

위조된 별황자총통에는 거북선에서 사용하는 총통이라는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어 역사학계와 고고학계는 물론 주요 언론·방송사까지 덩달아 흥분하면서 ‘거북선 탑재 총통 발견’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당대 제일의 금속 및 군사문화재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1992년 문화재심의위원회는 위조된 총통을 진짜로 착각, 국보 274호로 지정했다.

그러나 당시 순천지검장 유창종(58·현 변호사)씨는 총통 발견에 신모씨가 개입된 것을 96년에 알고 의심을 품게 된다.

유변호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신모씨는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거물급 군사문화재 위조범으로 악명이 높은 사람이었다”며 총통 발견에 신모씨가 개입됐다는 소문을 듣고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 수사진이 위조범 신모씨의 자택을 수색했을 때 총통뿐만 아니라 도검류를 비롯한 수많은 위조 군사유물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별황자총통뿐만 아니라 다른 군사문화재를 위조했을 가능성도 높았지만 국보 위조 사건에 집중하느라 다른 유물 위조는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

96년 수사 결과 국보 274호 별황자총통은 위조로 판명, 국보 지정이 취소됐다.

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 김윤수씨는 “현재 국보 274호는 가짜로 밝혀져 결번이 됐다”며 “앞으로도 국보 274호는 영구 결번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재직 당시 문화재 위조 사건 수사로 명성을 날린 유변호사는 “96년 수사 참고를 위해 문화재 지정과 관련된 전문가들을 소환, 국보 지정 경위를 추궁하자 그들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고 답변했다”며 “문화재 감정을 전문가들의 주관적 판단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과학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광복 이후 최대의 문화재 위조 사건인 탓에 문화재 전문가들은 모두 인터뷰를 망설였다. 관련 전문가인 P학예관은 익명을 전제로 “나 자신도 ‘ TV 쇼 진품명품’ 프로그램에서 조선시대 도검을 감정한 적이 있지만 진품과 가짜를 구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며 “특히 한국의 군사문화재는 아직 연구 데이터 축적이 부족해 더욱 진위 판별이 어렵다. 양심을 걸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문화재청도 별황자총통 위조 사건에 충격을 받아 전국 국·공립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총통의 금속성분 조사를 비공개리에 실시했다”며 “하지만 검사 결과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총통의 금속비율이 제각각이어서 과학적 조사로 총통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려던 시도도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골동품 거래상들의 시각은 달랐다.

역시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골동품 중계상은 “학술적 방법은 아니지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은 많다”며 “가짜 금속유물들은 단기간에 부식시키기 위해 표면에 화학약품을 뿌리기 때문에 혀로 맛을 보면 가짜들은 10분 이내에 복통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 중계상은 “유물이 손상될 위험이 있지만 물속에 넣어 봐도 진위 구별이 가능하다”며 “진품은 부식으로 인한 내부 공동이 많아 물속에 넣어두면 몇 시간 동안 기포가 생기지만 가짜들은 표면만 부식돼 15분 정도 지나면 더 이상 기포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관계자들의 시각이 엇갈리는 탓에 이 사건을 통해 군사문화재 관리에 대한 어떤 가시적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 점에서 96년의 별황자총통 위조 사건은 군사문화재 연구·관리에 대한 숙제를 아직도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1. 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