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사업은 개발이 비교적 수월하게 순조롭게 진행된 사업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많은 연구원은 이 말에 동의한다. 여기서 수월했다거나 순조로웠다는 것은 천마의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요구되는 기술력은 오히려 고난도의 것이었다. 천마 관련 연구원들은 개발과정에서 나타난 수많은 기술적 고비를 단합된 힘, 뜨거운 열정으로 절묘하게 극복했으며, 개발일정을 앞당겼다. 수월했다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의미이다.

물론 국과연이 현무·해룡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미사일 개발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고 천마개발에 대한 연구 의욕도 높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의외로 천마사업에 선뜻 자진 참여하려는 연구원은 기대에 미치질 못했다. 단순히 도전의식 부족 운운할 것은 아니다. 그만큼 천마개발의 사업적 위험도가 높았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천마사업을 이끌어갈 `사업책임자' 선임도 순조롭지 않았다.

해룡사업을 마무리짓는 가운데 1986년 6월부터 천마사업의 체계실장을 겸하던 박양배(육사22기·전 부소장·사진)박사는 뜻밖에도 국과연 박덕호 소장에 의해 탐색연구단계의 천마사업책임자로 임명되었다.

　박박사는 79년 육군사관학교 교수를 마치고 국과연으로 전입, 백곰·현무 등 미사일사업에 잇달아 참여한 유도조종분야의 권위자로 연구원들 사이에 명망이 높았다.

사업책임자 임명이 달가운 인사명령은 아니었다. 그 역시 이 땅의 군인으로, 과학자로 태어나 자주국방에 기여할 `작품'에 대한 `욕심'이 없을 리 없었지만 위험성 높은 천마만큼은 고사하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인사명령은 거부할 수도, 피할 수도, 번복될 수도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명령을 받아들이고 한시라도 빨리 나름대로 사업을 계획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었다.

　얼마 안 있어 박소장은 사업구상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박박사를 보고 한마디 툭 던졌다. “인사에 항의해올 줄 알았는데, 오지 않더군.”

이즈음 국과연 연구원들 사이에 소위 `4인방'으로 주목을 받던 인물들이 있었다. 지상장비분야의 안승열 책임연구원, 미사일 체계종합을 맡은 백홍열 박사, 설계개발의 진정석 책임연구원, 사업관리의 민영기 박사 등이 바로 그들.

　틈틈이 낚시와 바둑 등 취미를 함께하며 휴식을 갖는 모습이 의아스럽게 보일 만큼 각기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였던 이들은 뜨거운 연구 열정과 이들만의 의기투합으로 다른 연구과제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의 부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박사는 이들을 중심으로 연구인력을 확충하는 일에 착수했다. 비록 기술적 가능성을 점검하는 선행(탐색)연구단계지만 유도탄을 비롯해 사격통제장치, 탑재차량에 이르기까지 18개 분야가 복합된 무기체계를 개발하는데 10명도 채 안되는 당시의 인력을 보강하는 것은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마침 이 당시엔 국과연에 `대형'이라고 할 프로젝트가 아직 없었다. K-9 자주포 개발사업이나 KT-1사업도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였던 것. 국과연 내 유능한 인재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타 연구과제에서 인력을 `빼와야' 하는만큼 쉬울 리 없었지만 박박사는 엄청난 추진력과 설득력을 보였다.

　훗날 사업총괄을 맡은 정덕조(鄭德朝·49)박사의 경우 1년 뒤에나 합류토록 해보겠다는 종합시험단측의 의사를 꺾고 6개월 만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선행개발 전까지 연구인력은 이런 식으로 확보되었다.

　국과연 연구원들은 천마개발팀을 두고 `박양배 박사와 4인방' 또는 예부터 전해져 오는 국과연의 지명을 따 `무내미의 외인구단'이라고 불렀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