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연구진의 선행(탐색)연구는 합동참모본부가 1985년 11월 제기해 온 군요구 운용능력(ROC)의 분석과 재정립 그리고 실현 가능한 ROC로 구체화하면서 동시에 개발가능성을 검토하고 그 개발 방안을 수립하는 단계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연구진이 정립하는 개발방향은 이 ROC와 몇몇 부분에서 차이를 보여 이 부분의 수정을 필요로 했다.

전회에 잠시 언급한 바 있는 천마에 대한 군요구 운용능력(ROC) 사항을 좀 더 살펴보면, 형태상으로 현재의 천마와 유사하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미사일의 복합유도방식뿐만 아니라 광학추적장치(Electro Optical Tracking System), 대공 및 대전차 공격을 위한 이중 목적의 탄두를 적시하고 있었다. 또한 유효사거리와 탐지거리도 각각 10㎞ , 20㎞ 이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는 스위스의 ADATS, 프랑스의 Crotale-NG, 독일·프랑스 합작의 Roland 등 당시 첨단으로 꼽히던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들의 모든 장점을 포함하는 것이었으며, ROC상의 사거리와 탐지능력 역시 유도무기체계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사업책임자 박양배 박사는 “상당히 `의욕적'인 요구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ROC를 수정한다 해서 이것이 유사 무기체계에 비해 시기적으로 또는 성능면에서 뒤떨어지는 무기체계로 개발하려는 것으로 인식하면 곤란하다. 무기체계는 연구개발진의 역량 못지 않게, 예산 등 개발환경과 개발 후 직접적으로 운용되는 작전환경 또한 중요하다. 개발하고도 쓰지 못하는 예가 없지 않는데, 해룡이 바로 그 실례이며 자주대공포 비호의 경우는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양산가가 높아 전력화가 늦춰진 경우에 속한다.
“신뢰성이 높고, 야전에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하려 했다”는 박양배 박사의 말은 성능면에서 야전부대가 충분히 `우수하다'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지형적, 기상적 특성에 맞는 무기체계 즉 `한국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우수하다는 성능이 어느 곳에서나 최상으로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박박사가 ROC상의 일부 요구가 `의욕적'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미래지향적이긴 하지만 적용기술과 작전성이 충분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구진이 정립한 개발방향과 적용기술은 당시나 지금이나 여전히 첨단이고 체계의 우수한 성능을 보장하고 있다. 연구진은 87년 12월 마침내 합참을 비롯해 육군본부·육군교육사령부·육군방공학교에 ROC 수정 건의안을 제출했다. 연구진은 여기에서 미사일 복합유도방식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유사 무기체계가 없다는 점과 미사일의 소형화·경량화가 어렵다는 점, 복합구성에 따른 신뢰도 저하 등을 지적했다.
또한 광학추적장치 역시 기후조건에 따라 추적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지형과 기상조건에서는 전천후 작전능력 유지가 곤란한 점을 들어 추적 레이더로 채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미사일 이중탄두의 경우, 추적장치를 추적레이더로 정할 경우 대전차 작전이 어려우므로 대전차 임무 삭제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따라 교육사령부는 88년 4월 ROC 수정안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검토를 의뢰해 왔다. 한 달 뒤 연구진은 검토요청에 대한 수정내용을 국방부 방위산업국·합참·육군본부·교육사령부에 재차 제출, 그해 8월 국방부로부터 합참 검토 결과를 근거로 ROC를 수정, 개발할 것을 승인받았다.
사실 ROC를 수정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지만 절차상 번거롭고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박양배 박사는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 “기술적인 차이점, 성능 보장 등을 충분히 설명해 소요군의 반발이나 큰 애로는 없었다”고 술회하지만 관련 기관, 관계관 등을 설득하는 일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