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 크로탈(Crotale)-NG 의 한국형이라고요?” 일부 마니아층에서 천마를 프랑스의 크로탈-NG의 한국형으로 보는 것은 개발과정에서 크로탈-NG를 개발한 톰슨-CSF사(현재 탈레스)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외관의 유사성에 비추어 그들 기술이 대부분 적용됐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도입이 일부 분야에 있다 해서 전체 체계를 `모방'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천마가 크로탈-NG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것 없다는 것이 연구개발진의 자부심이다.


천마 개발에는 국과연의 연구진 외에 과학기술원을 비롯한 국내외 11개 연구 및 학교기관이 참여해 56건의 연구과제를 위탁 수행했고, 전체 29개 품목에 대해 13개 업체가 선정돼 품목별 세부설계와 제작업무를 담당했다. 해외 참여업체로는 프랑스의 톰슨-CSF가 대표적이다.

천마의 눈 역할을 하는 탐지·추적장치 분야는 표적의 거리·방위·형태·속도 등을 전달하는 탐지레이다, 표적 및 유도탄의 추적기능 및 유도기능을 맡는 추적레이다, 레이다 통제콘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분야는 국내 기술기반이 전반적으로 취약해 해외로부터의 기술도입이 불가피했다. 톰슨-CSF가 이 분야의 국내 개발을 담당한 삼성전자(현 삼성탈레스)와 함께 천마 개발에 참여한 계기가 여기에 있다.

“10년을 준비해 30년을 쓸 중요한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겁니다. 특히 천마의 눈 역할을 할 탐지·추적장치 분야는 작전요구성능(ROC)에 적당히 부합하는 기술이 아니라 최첨단의 기술이 중요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고, 또 업체간 경쟁을 유도해 가격 인하 효과와 기술이전의 극대화를 꾀해야만 했습니다.”(박양배 박사)

연구진은 1987년 초 탐지·추적장치와 관련해 도입 제안요구서(RFP)를 8개국 16개사에 발송, 1987년 말 5개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했다. 기술검토와 실사 끝에 톰슨-CSF와 스웨덴의 에릭슨사 등 2개 업체를 1차로 선정했다. 한 해 동안의 위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체계개발에 많은 기술력을 보유한 톰슨-CSF의 기종을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기술료를 내리고 이 분야의 70%라는 파격적인 기술이전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국과연이 제3국을 통해 독자적으로 탐지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외국 전문지의 보도도 한몫 했다.

“무기체계 시장에는 이른바 `스텝 인(step-in)전법'이란 것이 있습니다. 일단 조건을 좋게 제시해 사업권을 따내면서 `발을 들여놓게' 한 후 양산시기 등 `발을 뺄 수 없는' 결정적인 때에 가격을 엄청나게 올려 부르는 예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계약을 앞두고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백홍열 박사)

천마개발사업단장 박양배 박사와 백홍열 박사는 계약조건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훗날 가격인상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물가상승률' 만큼뿐이었다. 톰슨-CSF가 국영기업체라는 사실에 주목해 기술료 인상 때에는 양국 정부가 개입, 조정토록 하고 수출도 반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는 등 최대한 유리한 입장에서 양해각서를 체결(1989년)했다. 특히 서브 체계간 기술 연동이 불가피한 점을 이용, 관련 기술개발에 절로 도움이 되게끔 한 것은 이 계약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톰슨-CSF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어쩌면 우리 국과연이 천마 개발에 독자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을 겁니다. 훗날 체계를 본격 개발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크로탈-NG는 추적·탐지분야에서 첨단을 이뤘던 반면 미사일 분야에서는 완벽하지 못했고 이를 해결하는 데 2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를 극비에 부치고 있었고 우리도 같은 경우를 경험하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개발 성공을 위해 그들과 또 다른 기술도입 계약을 맺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가졌겠지요.” (정덕조 책임연구원)

체계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톰슨-CSF는 국과연 연구진의 탁월한 기술력과 그 저력에 감탄해야 했다. 그들이 옆에서 지켜본 어떤 분야의 상황은 기술적 완성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어느 틈에 그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방법을 개발, 적용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톰슨-CSF의 기술적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탐지·추적레이다 분야의 기술도입에 따른 국산화를 위해 120억 원이라는 거액을 과감히 투입하고 국과연은 체계 연성동 확인과 시험평가·규격화 등에 최대한 지원했다. 그 결과 국산화에 성공, 지난해 11월8일 삼성탈레스의 이름으로 양산 1호기를 선보였다. 국산화율 64%로서 독자적인 설계 및 생산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