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개발 초기, 미사일체계팀과 부(部)시스템 연구진이 미사일 조립을 담당한 LG정밀(현 LG이노텍)의 시험장에 자리를 함께했다. 미사일과 발사장비와의 연동기능을 점검하는 모의발사시험 과정으로서 최초에 작성된 `발사절차'를 확인하는 첫 번째 전기적 인터페이스 시험을 갖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먼저 미사일을 지상장비와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지상장비에서 유도탄에 외부전원을 공급, 유도탄 자체 점검을 마쳤다. 정상. 이제 열전지를 점화시키고 절차에 따라 외부전원을 끄고 미사일을 내부전원만으로 동작케 하면 되었다. 그런데 외부전원 스위치를 가동하는 순간 외부전원 공급기가 단락상태(shutdown)로 돼 버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연구진은 의외의 이 비정상적인 동작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며 즉시 각 구성품을 분리, 점검했지만 전혀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즉 분리하면 정상이고, 연결하면 전원이 단락되곤 했다. 도면과 이론적으로는 의심될 부분이 없었다. 수 차례 전원선의 절연점검과 도통점검을 실시한 결과 한 장비의 교류전원선 연결상태가 도면과 일치하지 않는 점을 찾아냈다.

“교류전원선에는 전력선과 접지선·중성선 등 3가닥이 있는데, 교류전원에서는 전력선과 접지선을 바꿔 연결(혼용)해도 단독으로 사용할 때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류전원선이 혼용된 장비를 제대로 연결된 다른 장비와 연동해 가동함으로써 `전위'에 차이가 나게 되고 과전류가 발생, 장비가 셧다운되었던 겁니다.” (조종장치개발실장 김정환박사)

연구진은 혼용된 전원선을 절단, 두 선의 연결을 서로 바꾼 뒤 `정상' 가동시키고 인터페이스를 확인했다. 하나의 신호가 여러 곳에서 공동으로 사용될 때 간혹 인터페이스가 잘못되어 비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 사례로 조종장치와 신관부분에 공동으로 쓰이는 유도탄 이륙상태를 나타내는 `미사일 이탈(MSL Away)신호'가 있다. 신관 안전(SD)신호의 `입력용'이 되기도 하는 `미사일 이탈신호'를 조종장치에서는 비행시간의 시작점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관련 팀들은 상호 회의를 통해 이 신호를 각각 논리소자(TTL)로서 구현하도록 합의, 인터페이스에 문제가 없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신관팀이 회로의 성능을 개선하면서 잡음으로부터 SD신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잡음에 강한 광학(optical)소자로 교체했는데, 이때 `미사일 이탈신호'가 논리소자와 광학소자에 같이 연결되면서 오작동이 발생했다.

광학소자의 동작신호 전원레벨이 1.6볼트인데 논리소자에서의 1.6볼트는 모호한 신호레벨로 나타나므로 오작동의 원인이 된 것이다. 즉 회로와 회로가 부적절하게 짝지워진 미스매칭(mismatching)의 결과였다. 연구진은 두 회로간 완충회로를 삽입, 분리함으로써 해결을 보았다.

천마와 같은 복합무기체계에서는 인터페이스 관리가 체계관리의 중요한 활동. 이 두 사례는 인터페이스의 중요성 인식과 함께 부시스템과 부시스템을 연동할 때는 인터페이스를 위한 체계종합실 차원의 중앙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케 했다.

연구진은 초기 회의록 수준에서 인터페이스 관련 자료를 유지해 오던 데서 진일보, `인터페이스 통제문서'(ICD)를 작성했다. 체계종합실과 각 분야의 연구팀들이 ICD를 바탕으로 인터페이스를 체계적으로 관리, 개발의 효율성을 더해 나갔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