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CSIS)는 미 정부에 국제문제에 관한 전략적 통찰력을 제공해 더욱 효율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세계적 권위의 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미국 워싱턴 D.C.K가 1800번지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비영리·비당파성을 원칙으로 1962년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 데이비드 앱시러와 해군장관 출신 알라히 버크에 의해 설립됐다. 설립 당시 회원 수 7명에 불과했던 이 연구소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 연구인력만 300여 명에 이르는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했다.

CSIS는 워싱턴의 연구소 중 유일하게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지역담당 상임연구원을 두고 있다. 2000년 4월부터 존 햄르(John J Hamre)전 국방차관이 소장을 맡고 있는 CSIS는 아시아·유럽 등 지역별 이슈나 국제정치·국내정치·경제·안보·군사 등 12개 전문분야의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외정책 분야에서는 단순한 학문적 연구가 아닌 대화와 토론을 연구의 주된 방법으로 삼고 있어 워싱턴 정가에서는 ‘토론의 광장’이라고 부를 정도다.

이 연구소에는 미국 내 전·현직 전문가들은 물론 외국의 전문가·학자들도 대거 참가하는 정책 세미나와 학술 토론회를 연 700~800회나 개최하고 있다. 이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립자 앱시러의 신념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소 사무실 입구에 걸려 있는 액자 속 연구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연구소에 대한 소개를 듣지 않더라도 연구소에 대해 대충 알 수 있을 정도다.

헨리 키신저·즈비그뉴 브레진스키·제임스 슐레진저·윌리엄 브로크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이들이 연구소의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74년 키신저가 국무장관직에서 물러나 이곳에 연구원으로 오게 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하버드·컬럼비아·예일 등 미국의 명문대학들은 이 거물 정치인이자 석학을 교수로 초빙하기 위해 2~3년 전부터 자리를 비워놓고 스카우트전을 펼쳤다. 하지만 키신저는 명문대학의 교수자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당시로서는 조그만 ‘구멍가게’ 연구소에 불과한 CSIS를 선택, 스카우트 경쟁을 벌인 대학의 관계자들과 미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 일이 더욱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키신저가 이곳에 온 지 1년 후 미국인 중 그와 가장 라이벌 관계에 있던 브레진스키가 바로 그의 옆방에 사무실을 차리게 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 두 사람을 CSIS로 끌어들였을까’라는 질문에 답은 명료했다. 설립자의 뜻에 따라 이론과 실제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강하고 지적인 행동가를 높이 평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CSIS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연구소로 정평이 나 있고 미국 행정부나 의회에서 가장 눈과 귀를 기울이는 싱크탱크가 될 수 있었다.

CSIS는 국가 및 세계 안보를 실현하고 지역과 국가의 전문적인 연구를 토대로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통치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CSIS가 발표한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안보상황 분석’ ‘이라크 전쟁 이후의 세계질서 변화’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정책’ 등 국제 주요 현안에 대한 분석 보고서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1.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