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간 발생하는 오류나 실패사례는 연구진의 힘을 빼는 요소라기보다는 오히려 연구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오류가 발생한 원인은 거의 완벽히 밝혀낼 수 있으며, 원인이 밝혀지면 설계변경 또는 보완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성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 오류의 원인이 심각하지도, 또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연구소 외 기관(부서)에서 사전에 시험은 제대로 했는지, 책임은 누가 지는지를 운운하며 연구진의 사기를 꺾는 예가 없지 않다. 이는 누가 보아도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1990년 계획비행시험의 초창기 때의 일이다. 연구 및 시험요원 외에 많은 내외인사들이 비행시험을 참관한 가운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스리, 투, 원…” 모두가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을 기대하며 발사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제로를 지나 원, 투가 헤아려졌는데도 미사일은 발사대에서 꼼짝을 않고 있었다. 참관자들의 시선이 의아함 속에 좌우로 움직일 무렵 통제실로부터 “미사일이 발사 거부되었습니다”라는 방송이 나왔다.

미사일 발사과정을 보면, 먼저 지상장비에서 미사일에 외부전원을 인가한 후 미사일의 조종장치와 교신하게 된다. 이어 카운트다운에 따라 미사일 내부전원인 열전지를 점화하고 0.6초 후에 조종장치로부터 미사일의 상태 정보를 수신한다. 이때 열전지전압(CBAT) ·위치 자이로 상태 ·부 시스템 상태 등 미사일의 상태가 정상조건임이 확인되면 지상장비가 추진제를 점화시켜 미사일을 발사시키고, 미사일 상태 정보가 비정상이면 발사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날의 발사거부 원인을 원격측정 자료 및 지상장비 기록에 따라 현장에서 1차 분석한 결과, 열전지전압 불량으로 나타났다. 　이때 전압은 0.2볼트 정도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정밀 분석을 업체 조립장에서 하기로 하고, 일단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원인일 가능성이 큰 열전지의 불량임을 발표했다.

이튿날 열전지 담당 연구원은 몇몇 곳으로부터 발사거부와 관련한 질문이라기보다는 힐책에 가까운 전화를 받아야 했다. 열전지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LG이노텍 조립장으로 가 미사일을 분해해 보니 전원 케이블이 하우징에 낀 상태로 열에 의해 누렇게 변색돼 있었다. 이는 열전지가 정상적으로 발화돼 전압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전원선이 단락된 상태이므로 전압이 상승되지 않아 결국 내부전압이 비정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전원 케이블은 왜 하우징에 끼게 됐을까. 천마 미사일의 내부 공간이 지극히 협소하다는 것이 그 이유. 따라서 전자장치의 배치와 조립이 대단히 어려웠고, 숙련된 솜씨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김정환 책임연구원은 “연구자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설계대로 조립하는 기술자의 입장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설계 시 그들을 위한 배려가 충분치 못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배선 관련 부분을 재설계하고 조립절차를 수정하는 가운데 미사일 조립공정 기술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발사거부와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에서 보듯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웬만한 오류는 각 분야 연구진의 기술력으로 모두 해결이 가능했고, 연구는 분야별로 모두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만 분야별 연구진척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종합실장 백홍열 박사는 남모르는 고민에 빠졌다. 그것은 전체적으로 보면 설계와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하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현재 연구진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현재진행형 고민'이 아니었다.

그는 무모(?)하게도 1년 후쯤 발생할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벌써부터 찾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1년 후 비행시험에서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어떻게 예측, 대응할 수 있겠는가.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