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비행시험은 개발단계 중에서 가장 많은 기술적 위험성과 비용손실 요소를 안고 있다. 시험을 한 번 실시하는 데 수억 원, 시험 실시 후 자료 분석을 거쳐 보완사항을 다음 시험에 반영하는 데 2~3개월이 소요된다. 더욱이 시험 실패 때에는 미사일에 부착된 원격측정장치만으로 원인규명이 제한적으로 이뤄져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백홍열 박사는 향후 겪을 수 밖에 없는 이 시행착오를 어떤 방법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가를 두고 앓듯이 고민했다. 그는 일단 `미사일 발사부터 표적 요격까지의 유도루프(guidance loop)를 사전에 미리 점검하는 것'을 해결의 실마리로 보았다. 쉽게 말하자면 `어떻게 하면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하지 않고도 실제 발사된 것과 동일한 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설계 ·제작상의 오류를 사전에 최대한 걸러내면서 전체 체계가 정상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엄청난 이점을 얻게 된다.

백박사는 장고(長考)에 장고를 거듭했지만 `유도루프는 실제 비행시험을 통해서만 점검·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마침내 백박사는 연구진에 이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일까, 톰슨사로부터 도입하는 탐지·추적장비의 설계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그럼에도 백박사는 1년 여 후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준비임을 믿고 체계종합실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시켰다.

연구진은 먼저 표적탐지와 추적, 위협분석 및 교전 판단, 미사일 발사관련 사격통제 절차, 미사일 추적 및 유도, 표적 조우 때 신관작동에 의한 미사일 폭발 등의 사격절차를 구현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6개월 여에 걸친 연구끝에 레이더 비콘과 실제 체계를 이용하면 우선 미사일 발사 전까지의 절차진행이 가능하고, 그 다음 신관과 추진제를 제외한 실제 미사일과 같은 점검용 미사일과 미사일 이탈신호를 모의하는 장비를 개발하면 미사일이 발사대를 이탈하기까지의 절차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 다음이 문제였지요. 발사된 미사일의 화염을 적외선 측각기가 추적해야 하는데 결정적으로 적외선측각기를 어떻게 작동시킬 수 있느냐가 풀리지 않았습니다(백홍열 박사).”

시스템 설계로 볼 때 적외선측각기는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으면 작전모드에서 작동하지 않도록 돼 있다. 적외선측각기가 작동되도록 조건만 만들어주면 `만사 OK'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연구는 이 부분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세계 최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톰슨사도 이 부분, 즉 모의시험으로 실제 비행 상황에서의 유도루프를 점검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혹 있다 해도 쉽사리 또는 대가도 없이 가르쳐 줄 리 만무했을 것이지만.

여기서 우리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가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고 훌륭한 결과를 낳곤 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적외선 파장이 맞는 램프를 시간에 맞춰 켜주면 어떨까요.”

적외선 측각기가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 파장을 가진 램프를 설치했다가 사격절차에 맞춰 켜준다. 그리고 미사일 궤적과 비슷하게 운동시키자는 것이다. 왜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가 진작에 떠오르지 않았을까. 백박사는 머리속이 환히 밝아옴을 느꼈다.

연구진은 즉시 장비 제작과 함께 세부적인 시험절차를 수립, 전체 유도루프가 과연 설계한 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했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지만 어쩌면 그렇게 예상대로 되는지 모두가 신기해 했다. 백박사는 득의의 웃음으로 외쳤다.

“봐! 되잖아!”

이 연구 결과로 연구진은 1991년 8월부터 시작된 체계조립 점검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 수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93년 하반기에 처음 시도한 종합유도비행시험을 단번에 성공시켰다. 이 연구가 아니었다면 천마시제에 내재된 문제점은 실제 미사일 발사를 통해서만 발견했을 것이고 따라서 사업은 상당히 지연됐을 것이다.

독자를 위한 돌발문제 하나. 천마의 시험용 미사일은 왜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을까. 마하 2.6의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을 육안으로 따라 잡기는 힘든 일. 따라서 `하늘과 구름의 색상을 고려,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서'가 정답이다. 카메라로 포착해 비행상태를 분석하기에 용이한 점이 고려됐다.

두 번째 문제는 돌멩이와 폭(포)탄이 맞붙어 싸우면 누가 이길까하는 것인데 당연히 폭탄이 이긴다. 폭탄의 탄두가 주는 폭발력에 의한 파편효과를 폭탄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폭탄도 폭탄 나름, 터지지 않으면 돌멩이에 불과하다.

미국 해군의 한 기록문서는 러일전쟁에서 러시아의 패전요인의 하나로 `신관(信管, fuze) 불발'을 지적하고 있다. 일본의 폭탄은 러시아 진영에 떨어져 폭발하는데 러시아의 것은 신관 불발로 폭발하지 않음으로써 그저 돌덩이처럼 떨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신관에 대한 신뢰는 실제 전투에서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세 번째 문제. 미사일과 대포의 다른 점과 같은 점은. 둘 다 탄두를 신관으로 터뜨려 목표물에 타격을 가한다는 점은 같지만 미사일은 자체적으로 추진력을 갖는 반면 포탄은 출발할 때 추진력을 받아 관성적으로 비행하는 점이 다르다.

대공미사일(SAM)의 목적은 표적항공기에 직접 충돌하거나 또는 표적에 근접해 탄두를 터뜨림(기폭)으로써 표적항공기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사일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분야는 무엇이고 최종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분야는 어디일까.

미사일의 추진장치, 유도조종장치 모두가 결국은 탄두를 목표물까지 실어나르기 위해 존재하고, 탄두의 무게와 크기는 역시 미사일 전체의 크기와 속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탄두는 최종적으로 신관에 의해 폭발한다. 따라서 목적상 미사일의 시작은 탄두요, 그 끝은 신관이라고 할 수 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