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2월까지의 천마 선행개발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시험평가 결과, 탐지레이더의 근거리 및 저속헬기 탐지 성능이 다소 미흡하고 영하 30도 아래로 내려가는 저온환경에서의 체계작동 준비시간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등의 보완사항들이 도출되기는 했지만, 미사일 명중률이 82%로 나타나는 등 군에서 요구한 대부분의 성능을 만족시켰다.

이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는 94년 10월부터 97년 12월까지 3년 3개월에 걸쳐 체계 2문과 미사일 20발을 제작, 시험평가하는 실용개발단계로 진입하게 되었다. 연구진이 선행개발 때 도출된 문제에 대한 설계 보완과 함께 각 구성품을 제작해 나가던 94년 말 사업책임자 박양배 박사는 발사대 개발책임을 맡은 심우전 박사를 불렀다. 미사일 명중률 향상을 위해 고심해 오던 그는 93년 말에 실시된 선행개발 마지막 단계의 비행시험에서 대두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었다.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 발사대의 흔들림이 없게 개발하라는 게 그때 받은 지시의 요지였어요. 발사대 흔들림이 미사일 발사 실패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체계 조립일정에 맞춰 1년 내로 개발하기란 사실 너무나 막막했습니다.”(심우전 박사)

일반적으로 미사일을 표적 방향 근처로만 발사시키면 미사일이 알아서 목표물을 추적, 명중시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천마체계와 같은 지령유도방식을 채택하는 유도무기체계에서의 미사일은 발사 초기에 추적 가능한 각도(범위) 안에 반드시 들어가야만 한다. 그런데 미사일은 발사관을 이탈할 때 어떤 외부의 힘(외력)이 가해지면 자칫 지향방향이 틀어질 수 있고, 동시에 추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다.

천마체계 중 탑재 차량 ·하부 포가 ·발사 터릿 ·요크 ·발사관 등 모두가 미사일이 곧장 뻗어나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탑재 차량 등의 진동으로 인해 미사일은 이미 발사관 내에서 미세하게 기울어진 채 발사될 수도 있고, 또 발사 순간 추진기관의 점화로 발생하는 후류 영향(충격)을 받아 지향방향이 기울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쓰는 것이 `탄(미사일)구속장치'로서 미사일을 발사 순간까지 발사관 내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구속)하는 장치다.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프랑스의 크로탈-NG에서처럼 볼트 몸통 둘레에 노치(V자형 홈)를 파 미사일이 나가는 힘(약 18G)에 의해 볼트가 저절로 끊어지도록 하는 `인장볼트', 하픈과 같이 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체계에서는 화약을 터트려 분리시키는 `폭발볼트'가 그것이다.

“천마체계에서는 발사관 내에서의 폭발충격으로 미사일 손상이 우려되기 때문에 폭발볼트를 쓸 수가 없고, 인장볼트와 유사한 장치로 해결해야 하는데 제한된 공간 내에 미사일의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문제 중의 문제 였어요.”(심박사)

새로운 개념의 탄 구속장치가 필요했다. 심박사는 홍길호·김일수 책임연구원 등과 함께 탄 구속 해제력이 약 6G면 가능하다는 것을 계산해냈지만 어떤 형상으로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밤낮으로 미사일 밑바닥(후미) 형상만 쳐다보면서”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바라만 보고 있어요?” 이때 이렇게 말을 건네며 찾아온 사람이 구본순 책임연구원이었다. 구룡 개발 때 함께 참여했던 그는 여러 개의 특허를 낸바 있는 아이디어뱅크로 소문난 인물이었다. 이날도 그는 심박사의 설명을 듣고 물끄러미 바라보다 의견을 제시했다. “후류(後流)를 이용해보면 어떨까요?”

후류! 이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다. 심박사 등은 즉각 구체적인 형상 설계에 들어가 마침내 추진장치 점화 때 발생하는 후류를 이용한 획기적방식인 탄 구속장치를 고안해냈다. 이는 인장볼트 대신에 이른바 `절개머리볼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그 구조가 매우 독특하고 단순했다.

절개머리볼트는 -자 머리볼트의 머리 홈을 깊게 파낸 모양으로 탄력이 있어 미사일을 구속하고 해제하는 기능을 하고, 그 파낸 `절개홈'에는 구속핀이 끼워져 절개부가 더이상 변형되지 않게 한다. 탄 구속장치는 이외에도 구속핀을 추진기관의 후류로 제거하는 핀제거판, 수송 및 운용 때 핀제거판이 뒤로 젖혀져서 구속핀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판스프링과 브래킷, 그리고 절개머리볼트의 풀림 방지용 끼움쇠 등으로 구성돼 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