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연구원들은 1998년과 99년을 “어떻게 보낸 2년이었는지 모르겠다” “꿈을 꾼 듯한 시기”라며 바쁘고 힘들었던 당시를 돌아보곤 한다. 연구진은 이 기간 중 95년 10월 실용시제개발계획 변경안에 의해 개발을 시작한 추가실용시제의 제작 및 야전배치를 비롯해 부대 진지공사 방문지도, 국산화 품목들에 대한 체계적 합성 시험지원 및 규격화·목록화 작업 마무리, 사업종료에 따른 행정조치, 국방품질관리소에 대한 기술이전 등 하나 같이 중요하고 시급한 일들을 처리해야 했다.

이때 사업책임자로 부임한 이운동 박사는 양산공정의 효율적 이행과 비용절감 등을 위해 관계기관·업체와 협의를 가지며 체계조립 및 시험공정을 과감히 축소·통합하는 양산공정 확립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수 개의 톱니바퀴가 정확히 맞물려 가듯 국방과학연구소와 시제업체는 한마음으로 많은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는 가운데 추가실용시제 ○대를 99년 11월에 완성, 수도권 부대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아직 진지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 그것도 가장 추운 시기인 12월(연말까지)에 천마를 배치해야 했다. 천마는 시민들의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한밤중에 대형 트레일러를 이용, 진지로 올라가는 초입까지 옮겨졌다. 배치와 관련한 연구기술진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장비이동작업을 시작했다.

백홍열 박사에 이어 체계종합책임을 맡은 정덕조 팀장은 내복에 운동복까지 입고 그 위에 작업복과 방한복을 껴입었다. 그는 “그날 따라 바람도 매섭고 유난히 추웠다”며 “입이 얼어 작업지시조차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2시간 가량 배치 ·점검을 마친 후 그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동료 연구원들은 그가 무슨 불만이 있는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몸과 입이 얼어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진지에 천마를 배치할 때에는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통과하곤 했다. 사전에 경찰과 도로변에 차량이 주차하지 않도록 협조했으나 예외가 있게 마련이었다.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새벽에 차를 빼달라고 주민들을 깨워야 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면서 3시간 남짓 이동준비를 하는 중에 한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다가와 `추위에 고생이 많다'며 따뜻한 커피를 내놓았어요. 그 추위에 커피 한 잔의 따스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 그것으로 전해지는 국민들의 온정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콧등이 시큰하네요.”(정덕조 팀장)

이때 국과연 연구원과 업체의 기술진 대부분은 심한 감기·몸살을 앓곤 했다. 2년여의 피로가 누적된 데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업무의 특성 때문에 몸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못하고 작업을 강행해야 했다. 진지에 우뚝 선 천마만이 그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약이요, 보람이었다.

99년 12월 말로 국과연의 천마개발은 사실상 종료되었다. 조립생산업체인 대우종합기계에서 양산 1호기를 선보이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많은 연구원들은 뿌듯한 자부심에 이미 천마개발에서의 역할을 접고 새로운 개발업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사일 분야의 일부 연구원들 만큼은 아직도 연구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해외에서 도입해 적용한 지령수신기를 국산화하는 연구가 완료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지대지 미사일 `현무'를 독자적으로 개발, 국과연의 자존심을 세웠던 그들은 그때의 천마 미사일에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결과로 볼 때 지령수신기를 제외하더라도 개발 성과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천마체계 중 미사일의 경우 부품 기준으로 국산화율이 80%에도 미치지 못했고, 가격기준 국산화율은 이보다 더 내려간다는 사실이 미사일 연구진 스스로 `불만'을 갖게 했다.

천마 개발 초기에 지령수신기와 관련한 국내 기술이 그리 높지 않아 독자 개발이 사실상 어려웠고 해외 도입이 불가피했을지라도 백곰·현무 개발에도 참여했던 박양배 박사, 진정석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원들만큼은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국과연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