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의 지령수신기는 지상 레이다로부터 전달되는 미사일 제어신호와 비콘(beacon)신호를 송·수신, 미사일이 목표물에 명중하도록 기능하는 시스템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 지령수신기를 국산화하기 위해 1987년 9월께부터 예비설계해 보는 등 다양한 기술적 검토를 가졌다. 그러나 자체 결론은 국내 개발이 `당장은 어렵다'는 쪽이었다. 충남대 산업기술연구소에 위탁한 연구 결과 역시 실험실 수준의 것은 만들 수 있지만 천마 장착용 해외 도입 지령수신기와 같은 수준으로의 개발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실용 개발 착수 시점인 95년 가을까지도 국산화 개발을 시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박양배 박사의 의지는 남달랐다. 천마가 양산에 들어간 후 첫 번째 물량은 아니더라도 두 번째부터는 국산 지령수신기를 장착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96년 가을에 들어 허양욱 책임연구원은 `조금은 위험요소가 있다'는 전제 아래 `착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97년부터 착수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획득 심의(96년 12월), 과제집행 승인(97년 2월) 등의 과정을 거쳐 개발에 들어갔다.

그런데 미사일의 체계 및 지상 레이다와 인터페이스가 되는 기본설계·각종 시험을 국과연이 수행할 수밖에 없어 사업 수행이 정부 주도 형태로 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으나 `업체(LG이노텍) 주도-정부 관리 형태'의 성격을 띠었다. 당시 국과연의 대공무기체계 연구부서는 천마의 실용개발과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K-PSAM)의 탐색개발을 동시 진행 중이었던 관계로 연구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령수신기 개발과제 책임은 맨 처음 진정석 책임연구원이 수행하다가 K-PSAM 개발사업 업무도 많았던 이유로 실무에 밝은 허양욱 책임연구원이 담당하게 됐다.

개발위험이 가장 높았던 부분은 마이크로웨이브 모듈의 송 ·수신장치였다. 제작·시험시설 및 장비를 처음 갖추었을 만큼 개발 경험이 없었다.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이 부분만큼은 국내외 병행개발 방식을 택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과연 만들어 낼 수 있나'. 반신반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과연·LG이노텍의 연구원 각 4명, 8명이 매달려 1년이 훨씬 지난 뒤에야 작품을 내놓았다. 　기능시험은 통과했으나 환경시험에서 규격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고장 부품도 발생했다. 원인 분석 후 설계를 보완, 재시험을 실시해 더 나은 결과를 얻었으나 여전히 미흡했다.

98년 8월이 되어서야 거의 완벽하다 싶은 제품을 만들었다. 석 달간 실시한 각종 시험에서 체계와의 인터페이스가 잘 맞지 않았던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통과했다. 수정 ·보완한 제품을 가지고 2000년 4월 육군 입회 아래 실시한 운용시험에서는 오류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

관심은 `사격시험'에 집중됐다. 천마개발 사업은 이미 종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분야별·업체별 인원을 종합시험장으로 모이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국과연 인원은 태스크포스 성격으로 팀을 구성했고, 업체와는 별도 용역을 체결해 불러모았다. 장비 역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총체적으로 재점검했다.

미사일 3기에 대한 발사시험은 `무사히' 정도가 아니라 `뛰어난 성능'을 발휘, 연구진을 환호케 했다. 분석자료는 해외에서 도입한 지령수신기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국방부는 2000년 8월 `군사용 가(可)'판정을 내렸다. 국과연의 미사일 연구팀은 비로소 어깨를 펼 수 있었다. 특히 그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매일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장영실상'을 강우석(LG이노텍) ·장인호(LG이노텍) ·윤영열(국과연) ·이성재(국과연)연구원 등이 공동 수상했다.

지령수신기의 개발은 50억 원 이상의 국방투자예산 절감 및 350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군수지원상의 창정비까지 고려하면 외화 유출 방지 효과는 500억 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국산 지령수신기는 내년도부터 양산되는 천마에 적용될 예정이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