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광 중령(예편)은 합참 시험평가2과에서 근무할 당시 국내 개발 열상장비(TOD)의 ‘전투용 사용가’ 판정을 건의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이제 육군교육사령부 시험평가단의 주무장교로 홍석민 박사를 맞았다. 군단급 정찰용 무인항공기(UAV)의 개발을 맡은 사업책임자 김종성 박사를 통해 강중령을 만난 홍박사는 열상모듈의 개발 경위와 현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강중령은 설명을 들으면서 국방과학연구소 연구팀의 끊임없는 연구노력과 개발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는 이러했다. 개발 중인 무인항공기에 대한 실용 운용시험 계획은 이미 수립된 상태다. 비록 무인항공기에 탑재한 이스라엘제 열상모듈은 표적영상 주위에 줄이 생기고 초점이 배율변화에 따라 불일치하는 등 운용에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선행 운용시험과 실용 기술시험을 통해 기본 성능은 어느 정도 확인된 것이었다.

그런데 국과연이 개발한 새로운 열상모듈에 대해서는 국과연이 제시하는 자체 기술시험평가 결과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확인되지 않은 것이었다. 만의 하나 시험 중 국내 개발 열상모듈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무인항공기사업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또 그에 대한 실무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형편이었다.

“매우 난감했습니다. 이미 계획 수립도 끝난 상태여서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고 못하겠다고 할 수도 있었지요. 그러나 핵심센서인 열상모듈이 국내에서 개발됐다면 그 활용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믿었고, 책임 문제는 제가 기꺼이 안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정책적인 결심은 필요했습니다.”(강명광 예비역 중령)

강중령이 결심한 후 모든 행정조치는 물 흐르듯 순탄하게 이뤄졌다. 강중령은 먼저 홍박사가 시험평가단 3처장 이건 대령과 단장 안석현 장군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했다.

2000년 2월28일, 두 시간 가량 국내 개발 열상모듈의 운용시범과 관련한 보고가 이뤄졌다. 안장군의 얼굴은 밝았다. 그는 시험평가단에 부담이 있더라도 공식적인 시험평가 요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진, 수행토록 지시했다.

교육사의 실무 협조 후에는 핵심기술사업을 총괄하던 국방부의 사업관리관실(현재 연구개발관실)과 시험평가를 총괄하던 분석평가관실의 시험평가과(현재 합참 시험평가과)에 관련 사항을 선(先) 보고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실무자인 이종렬 사무관·김제배 중령을 통해 정기현 대령·장진화 대령에게 장비운용 시범을 포함한 보고를 가졌다.

국과연 내부에서도 열상장비팀이 소속된 기술연구본부장 김종율 박사, 무인항공기실이 소속된 제3체계 개발본부장 안동만 박사의 검토와 연구계획부를 통한 부소장 박양배(2002년 퇴임) 박사의 결재 후 드디어 3월17일 응용연구 결과로 이루어진 기술시험평가 결과 보고서를 국방부에 제출할 수 있었다.

사업관리관실 사업1과는 핵심기술인 열상모듈의 국내 개발이 국방과학기술 정책방향과도 일치하므로 평가내용의 세부검토 후 즉시 분석평가관실 시험평가과에 군 운용시험을 의뢰했고, 평가관실은 육본 기획관리참모부의 무기체계과에 열상모듈의 운용시험을 지시했다.

육본 무기체계과(과장 김설환 대령·담당 유연종 중령)도 적극적으로 검토, 다시 교육사 시험평가단에 군 운용시험평가를 지시했다. 이로써 행정적 조치가 완료된 것이다.

국내 개발 무인항공기용 열상모듈은 4월부터 육군의 시험평가에 참여했다. 운용시험은 3단계로 진행됐다. 먼저 영상감지장치에 열상모듈을 장착해 상호 기계적·전기적 결합성을 시험했으며, 다음에는 무인항공기에 탑재해 지상에서 무인항공기를 활주시키면서 인터페이스 시험을 가졌다. 마지막에는 무인항공기의 비행상태에서 관측능력시험을 수행했다.

각 시험은 진행 중이던 무인항공기 전체 체계의 운용시험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했으므로 영상감지장치와 관련 없는 다른 체계시험이 진행될 때 또는 휴일 등을 이용해 진행했다.

주야간 관측시험은 6월 중 수행됐다. 선행개발 때부터 무인항공기를 운용하며 영상을 보아 온 KAI의 이원근 대리는 관측능력시험 후 ‘영상 잡음이 거의 없어 매우 깨끗하게 보이므로 표적 탐지가 용이하고 물체 주위에 줄도 생기지 않으며 운용성이 대단히 우수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중령도 국방부가 제시한 시험평가 항목에 대해 세심한 운용시험 수행 후 모두 작전운용성능 항목 기준에 충족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교육사 시험평가단은 마침내 2000년 8월30일 국내 개발 무인항공기용 열상모듈에 대한 군 운용 시험평가 결과 보고를 하면서 경미한 5개 항목의 결함사항 보완을 조건으로 ‘군 사용가’ 판정 건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육본은 이를 검토, 9월25일 같은 내용으로 국방부에 보고하고 국방부 사업관리관은 개발된 핵심부품 열상모듈에 대해 10월5일 ‘군 사용가’ 판정을 내렸다. 이것은 응용연구 단계만의 연구로 시험개발에 해당하는 ‘군 사용가’ 판정을 받은 초유의 사건, 무인항공기의 눈인 열상모듈을 최단기간 내 국내 개발한 또 하나의 쾌거였다.

“TOD 때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국방부·육군·국과연·해당 방산업체 실무진이 하나의 공감대를 이뤄 성공한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다섯 개의 경미 결함 사항은 11월까지 모두 보완 완료했으며 시험을 통해 확인됐습니다.”(홍석민 박사)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