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이 군단급 정찰용 무인항공기(UAV)용으로 개발한 열상모듈은 ‘군 사용가’를 판정받음으로써 위상이 급작스럽게 변화했다.

적어도 이전까지는 무인항공기에 탑재할 열상모듈은 여전히 이스라엘제였고 국내 개발 열상모듈은 시험용으로 후보의 지위에서 더 오를 수 없었다.

그동안 무인항공기에서 열상모듈은 하나의 도입 부품에 불과했다. 이는 해당국가에서 핵심부품 단위의 검사·시험 등을 모두 수행하고 국내에서는 그 평가표를 근거로 무인항공기에 장착 후 영상감지장치 수준에서의 검사와 시험을 수행할 뿐이었다.

따라서 별도로 국내에서 규격을 제정하거나 상세 도면을 작성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국내 개발의 경우는 다르다. 생산업체에서 국방규격과 관련 도면에 근거해 생산해야 하고 단위 부품이라 하더라도 국방품질관리소의 엄격한 시험을 거쳐야 한다. 즉 규격화가 필요해진 것이다.

국방부는 ‘군 사용가’ 판정을 하면서 열상모듈의 규격을 무인항공기체계 규격화 작업에 포함, 수행하도록 관련 부서에 의뢰했다. 이것은 국내 개발 열상모듈을 무인항공기 전체 체계의 한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즉 이스라엘제를 제치고 우리 개발품을 탑재한다는 뜻이다.

열상모듈의 규격화는 이미 개발과정에서 초안작업이 완료돼 있었다. 연구팀은 국방과학연구소 무인항공기체계실과 기술관리팀의 협조를 얻어 국방부에 열상모듈에 대한 규격화를 추가로 제정 건의했다.

2001년 2월5일 열상모듈은 2001-1차 군수품 표준화 심의회에서 정찰용 무인항공기의 25개 규격화 품목 중 하나로 규격 제정됐다. 열상장비팀의 기술적 임무가 모두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2월14일 육군의 무기체계사업단(단장 양치규 장군·현 사단장)은 무인항공기에 소요되는 열상모듈을 국내 개발품으로 조달키로 계획을 확정했다.

그동안 기술력이나 전력화 소요 시기 문제로 국내 개발이 되지 못하고 외국에서 핵심기술이나 부품이 도입되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으로 외국에서 도입 계획했던 핵심부품이 조기 개발 완료된 국산 부품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국내 개발 열상모듈의 관측 능력은 외국의 것에 비교해 동등 이상이며 운용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판정됐다.

더욱이 모듈의 양산 기준 생산가격은 외국 도입 견적가 2억 원의 절반 이하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이 3세대 열상장비기술은 무인항공기체계에의 적용에 이어 현재 육·해·공군의 헬기에 탑재되는 전방관측 적외선 장비(FLIR)에 그대로 연계,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그동안 성공리에 추진돼 이미 군별로 ‘전투용 사용가’ 판정과 규격 제정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협력업체인 삼성탈레스는 개발된 3세대 열상모듈을 영상감지 장치에 내장, 해외 수출을 추진 중이다.

이것은 연구팀이 공통모듈 개념으로 핵심기술을 동일하게 사용하고 대부분의 구성품을 호환이 가능토록 설계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결과로 전체 연구개발 기간 및 비용을 파격적으로 단축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체계에 전파,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또 장비를 국내에서 정비 유지가 가능케 했으며, 나아가 수명 주기간 전체 획득비용의 절대적인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2003년 1월 무인항공기용 3세대 열상모듈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이번에는 핵심기술·부품 부문에서 국방부장관이 수여하는 연구개발 장려금 ‘특 1’ 등급을 받았다. 최첨단 기술수준 핵심부품으로 전력화에 크게 기여했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로써 열상장비 연구팀은 1993년 11월 국방과학연구소장이 수여하는 국방과학상 금상, 97년 11월 국방부장관이 수여하는 ‘무기체계분야 연구개발 장려금 특 1’, 2003년 1월 국방부장관이 수여하는 ‘핵심기술·부품분야 연구개발 장려금 특 1’을 모두 석권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세 가지 포상분야에서 모두 최상 등급이다. 한 포상분야에서 최상 등급을 받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데 연구팀은 3개 분야를 모두, 그것도 독립된 작은 기술분야에서 달성한 것이다. 가위 국방과학기술의 그랜드슬램이라고 일컬을 만하다.

이같은 실적은 지금까지 계속 강조했듯이 국방부와 합참, 군이 자주적인 정보전력을 확보코자 하는 정책결심을 바탕으로 열상장비 관련 연구개발 업무를 적극적으로 조정·통제하고 지도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또 삼성탈레스·이오시스템 등 협력업체와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이룩한 공동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결심이 구현되도록 지탱해준 것은 바로 국방과학연구소가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사전 확보해온 열상장비의 핵심기술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연구팀은 군이 요구하는 적정 소요 시기와 능력을 달성하기 위해, 또 관련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무기체계에 적용하기 위해 불철주야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를 통해 각 유관 기관(부서) 및 실무자와 신뢰·공감대를 형성하고 주어진 여건을 뛰어넘는 최상의 결실을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연구팀은 열상장비분야에서 모든 세대의 첨단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군이 요구하는 어떤 무기체계에도 최적의 비용으로 가장 적합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연재된 바와 같이 열상장비, 나아가 영상정보 관련기술은 국력에 부응하는 저비용·고효율의 과학기술로서 국방과학기술이 국가과학기술을 선도하고 있음을, 동시에 단기간 내에 국제 경쟁력이 있는 핵심기술로 발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은 지금까지의 전력화 성과에 결코 안주하려 하지 않는다. 정보·감시·정찰의 정보체계와 관련 핵심기술들은 규모가 작지만 군을 강한 기술·정보군으로 혁신·발전시킬 수 있는 기본요소임을, 특히 자주국방의 구현은 자주적 정보력 구축이 선행돼야 함을 믿는 까닭에 연구팀에 있어 하나의 마침표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된다.

국방과학기술의 그랜드슬램을 이룩한 주인공 열상장비 연구팀은 오늘도 보다 발전된, 그리고 보다 창의적인 영상정보 획득기술을 확보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음을 알리며 전방감시용 열상장비(TOD) 연재를 마친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