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면서 독일의 육군과 공군은 유럽 대륙에서 승리를 구가했으나 해군만큼은 번번이 좌절을 맛보았다.

1940년 10월 독일은 히틀러가 주재한 회의를 통해 엄청난 잠수함 건조계획을 채택한 후 대서양에서 잠수함 위주의 해전을 전개했다.

잠수함의 위력은 즉각 발휘돼 영국군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주었다. 43년 전쟁 중반까지 독일 잠수함 대 연합군 함정의 침몰 비(比)는 1대15 이상이었으며, 독일 잠수함 1척을 공격하기 위해 연합군은 25척 이상의 대잠함(對潛艦)과 1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동원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연합국 해군과 독일 잠수함과의 전투를 ‘대서양 전투’(Atlantic Battle)로 명명했으며, 전쟁 후 “전쟁기간 중 나를 두렵게 한 것은 오직 유보트(U-Boat)에 의한 공포였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잠수함에 대한 공포는 현대 해전에서도 여전하다. 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은 아르헨티나가 보유하고 있던 독일의 209급 잠수함 단 2척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대잠세력을 투입해야 했다.

영국은 또 이 전쟁에서 잠수함으로 승패를 사실상 결정지었다. 영국의 핵잠수함 콩커러(Conqueror)가 아르헨티나의 순양함 벨그라노(Belgrano)를 어뢰공격으로 격침시키자 아르헨티나 함대는 공포에 질려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항구 밖으로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벨그라노의 격침은 포클랜드를 고립시키고 추가 병력과 군수지원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영국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잠수함이 갖는 위력은 크기가 작다 해서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43년 9월 독일의 4만4800t급 전함인 티르피츠(Tirpitz)는 노르웨이 해협에서 영국 소형 잠수함의 기습공격을 받아 성능이 완전히 마비되는 심각한 손상을 입은 사례가 있다.

이같은 전사에서 보듯 잠수함은 대단히 강력하고 위협적인 존재로 방어무기가 아닌 공격무기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잠수함은 국가 해군 전력의 서열 1번으로 함대 세력 목록(fleet list)에 항공모함·전함·순양함 등 보다 앞서 등재된다는 사실은 잠수함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가를 말해 준다.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는 고유의 ‘은밀성’에서 비롯됐다. 은밀성이란 “잠수함의 위대한 가치는 보이지 않는 데 있다”는 노먼 프리드먼(Norman Friedman)의 말처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수백㎞ 떨어진 비행체를 레이더로 포착하면서도 바닷물 속에서 불과 수십㎞ 떨어진 잠수함은 탐지해내지 못한다고 할 만큼 ‘은밀’한 존재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영국은 20세기 초 잠수함을 부정적이고 비열한 무기로 간주하면서 잠수함에 의한 공격을 야만적인 행위로 비난한 적도 있다. 그러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주변국에 대해 위협이 될 만큼 잠수함은 그 효용성이 매우 높은 무기체계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약소국가로서 강대국에 상대할 수 있는 유력한 해군 전력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해군을 보유한 국가라면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싶은 무기체계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6·25전쟁을 치르면서 잠수함의 가치와 역할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북한은 전쟁 중 미군이 일본에서 생산한 약 5800t에 이르는 각종 군수물자를 부산항으로 수송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북한의 해군력이 약했던 것은 무엇보다 잠수함을 단 1척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후(戰後) 이것을 하나의 패인으로 거론했다.

북한은 해군 전력을 복구하면서 60년대 초 구(舊)소련으로부터 1800t대의 위스키(W)급 잠수함 4척을 도입,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73년부터 75년까지 중국으로부터 1300t대의 로미오(R)급 잠수함을 도입하고 건조기술까지 이전받아 76년부터 매년 1~2척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자체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북한의 이같은 잠수함 보유와 세력 확장은 당시 수중세력이 전무했던 우리 해군에 대단히 위협이 됐고 따라서 해군은 북한의 해상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대응 전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