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개발을 시작할 1977년 당시 한국 해군은 100t급 고속정을 설계·건조한 경험과 미국으로부터 인수받은 구축함을 자체운용한 경험을 토대로 1500t급 호위함인 울산함(FFK)을 상세설계 중이었다. 국내 조선업계도 상당히 활성화돼 20만~30만t급 선박을 국내 건조· 수출을 시도할 단계였다. 따라서 수상선박에 대한 상세설계 및 건조기술은 어느 정도 국내에 축적되고 있는 상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선박 전반에 걸친 것이 아니었다. 그때 국내의 선박 또는 함정설계 및 연구개발 기술 수준은 초보적이어서 선각(船殼·shell)설계 단계였을 뿐이다. 선각이란 선박의 외형을 감싸는 껍데기란 뜻이다. 특히 잠수함이라는 수중함에 대한 설계 및 연구개발 관련기술은 국내에서 매우 생소한 분야가 아닐 수 없었다. 전문인력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단지 독일에서 잠수함 기술을 교육받은 요원을 중심으로 국방과학연구소가 소형 잠수함을 개념설계할 수 있는 정도였다.

많은 전문 기술인력을 필요로 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도움과 협력을 받아야 가능한 기본설계 및 건조에 관련된 국내기술은 상당히 미흡한 수준으로 분야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 선형설계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선박연구소의 심수 대형수조가 겨우 완공돼 예인차의 시운전이 진행 중에 있었다. 조선공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몇몇 대학에서 수상선박에 대해 학문적인 연구 목적으로 저항시험하고 추진 해석하는 정도로 실선 선형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축적된 기술이나 데이터베이스가 없었다.

특히 잠수체와 관련, 국내에서 어떠한 시험도 실시해 본 경험이 없었고 축적된 기술도 전혀 없어 국방과학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잠수체의 선형에 따른 수중저항을 예측, 추진 해석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고 수중저항 및 추진시험을 수행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 조종성 및 함 운동 해석 = 75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가 어뢰 개발에 착수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연구도 수행, 돌고래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주어진 문제가 무엇이며 기술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를 파악한 정도의 기초기술 수준이었다. 따라서 이 분야 연구에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모형운동시험장치인 PMM(Planar Motion Mechanism·평면 강제운동시험 장치)이 확보돼 있지 않았다.

▲ 구조 해석 = 독일에서 압력선체 해석기술을 교육받은 결과 압력선체에 대해 소성변형까지 고려한 구조 해석 및 설계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원통형부에 대한 구조 해석이었을 뿐이다. 선체 관통부위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개략 해석할 수 있었으나 유한 요소법의 적용 또는 중량을 최소로 하는 최적 설계기법, 실험에 의해 이론을 입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기법 등은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다.

▲ 추진 분야 = 역시 독일에서 받은 교육에 힘입어 추진 시스템 구성, 개념형성 및 사양도출 기술은 보유했다. 반면 주요 추진 장비의 상세설계 및 제작능력은 매우 미흡했다. 추진기 및 축계 관련 기술은 수상선박용에 적용 가능했지만 저(底)소음 추진기 설계, 고(高)감쇠 재질 개발 및 추진기 제작, 정밀도 유지 기술은 전혀 보유하지 못했다.

▲ 내충격 및 소음 분야 = 당시 함정설계가 기본 성능 달성에 중점 목표를 두고 이루어졌기 때문에 국내 보유 기술은 역시 거의 전무했다. 이 분야를 함정설계에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아예 고려하지 않았으며 연구 또한 사치스러운 것으로 간주됐다. 그런데 생존성과 은밀성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잠수함에 있어 이 분야 연구는 매우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 함 작동 장치 = 개념설계 단계에서 함내 탑재 장비 및 기기를 균형 있게 배치하고 최적 사양을 도출할 수 있는 기술이 우선 필요한 분야. 국내 조선소가 수상선박과 관련해 기초기술을 축적하고 있었으며 국방과학연구소도 소형 잠수함에 적합한 사양을 도출하고 이론적으로 개략 입증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 항해·통신 및 음탐 분야 = 국내 기술이 상당히 미흡한 상태로 각 장비의 제작은 물론 배치에 대한 기술마저 외국 제작사의 자문을 받아야 했다.

▲ 무장 분야 = 국방과학연구소가 75년 시제한 무유도 직진어뢰를 발사시험하기 위해 76년 말 자항식(swim - out) 어뢰 발사관을 자체설계, 제작했다. 77년 초 한국 함대 T-A2 함정에서 수중 발사시험을 수행한 실적이 있어 어뢰 발사관 및 기뢰 부설 장치의 국내 설계·제작은 가능했다.

▲ 건조 기술 = 조선소 자체 능력으로 건조공법을 개발하고 이를 대형선박 건조에 직접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조선 공작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잠수함에 사용되는 고장력강(鋼)을 굽히고 용접해 압력선체를 건조하는 데 필요한 제반 기술 기반은 구축돼 있는 수준이었다.

▲ 건조 관련 자재 현황 = 선각의 주요 자재인 강판은 포항제철에서 인장강도가 60계열(최대 인장강도 60kg/㎟)까지 제작할 수 있었으나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기계적 특성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돌고래 개발사업 책임자 김영수 박사-“이병형 장군 아낌없는 후원 큰 힘”

“돌고래 개발에 많은 분이 힘을 보태 주셨습니다. 특히 1973년 합참본부장을 지낸 이병형(李秉衡)장군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분은 강한 의지로 일찍부터 ‘우리 힘으로 자체 설계·건조한 잠수함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셨고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돌고래 개발사업 사업책임자와 국방과학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한 김영수(사진)박사는 이장군이 육군뿐만 아니라 해·공군의 전략에도 조예가 깊었다며 해군 잠수함사업 추진에 큰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김박사는 이장군이 일본군의 발전사를 비춰 보며 “우리나라가 크려면 해군이 발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잠수함의 전략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기억한다.

이장군은 각국 무관에 전문을 보내 잠수함 설계·건조와 관련한 교육훈련과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독일로부터 가능성을 회신받은 후에는 73년 당시 해군본부 무기체계 담당관이었던 김박사가 교육과정 사전 준비 차 독일로 출장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이것은 잠수함 개발에 있어 ‘구체적인 최초의 지원이요 의지’였다고 할 수 있다.

이장군은 47년 육사4기로 임관해 6·25전쟁 당시 대대장·연대장으로 참전했으며 휴전 이후 육군본부 작전참모부장·육군승진부대장·합참본부장·2군사령관 등 군 주요 직위를 역임했다. 또 금성충무훈장·금성을지무공훈장·2등보국훈장 등을 받았다. 참전 경험을 토대로 야전지휘관의 지휘철학을 담은 ‘대대장’ ‘연대장’ 등의 저서를 남겼다.

초대 전쟁기념관장을 지냈으며 2003년 9월23일 77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