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는 어떻게 독자 개발의 길을 걷게 됐을까. 국내 기술력이 열악한 형편에서 완전한 독자 개발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없을 수 없었다. 당연히 충분한 기술력을 지닌 외국업체와의 협력이 검토됐다.

돌고래 연구팀이 개념설계를 수행해 가던 1978년 2월, 사업책임자 김영수 박사와 과제책임자 김흥렬 선임연구원(현재 책임연구원)이 독일 IKL사(社)를 방문, 우리가 설계한 개념설계에 맞도록 프로젝트(Project) 70 잠수함을 한국형화(化)하기 위한 기술 지원 및 협조에 관해 협의했다.

하지만 여러 여건을 감안해 볼 때 독일로부터 돌고래 설계 기술을 지원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IKL사 입장으로는 독일 HDW사 및 영국 비커스(Vickers)사와 협의해야 기술을 제공할 수 있었고 한국에 2~3인의 전문가를 파견, 기술 지원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IKL사의 컴퓨터와 설계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분야별로 IKL사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때 독일에서 한국형화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면 소프트웨어 개발과 시작정(試作艇) 1척을 건조하는 데 약 5000만 마르크(2500만 달러) 정도가 소요되는 것도 보통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IKL사 방문은 국방과학연구소 자체 개발만이 유일한 돌고래 개발 방안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우리 해군의 요구에 맞도록 순수 국내 기술진에 의해 설계됨으로써 돌고래는 세계에서 유일한 완전 독자형의 소형 잠수함으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김흥렬 책임연구원)

돌고래 연구팀은 개념설계를 수행하면서 추진·조종 및 함(艦)작동 시스템 분야는 독일 206 잠수함과 프로젝트(Project) 540 잠수함의 설계 기본개념을, 무장 탑재 분야는 프로젝트 70 잠수정의 설계 기본개념을, 압력선체 크기와 재료 분야는 국내 조선소의 건조설비 및 기술 능력과 승조원 체격 등을 고려했다.

하지만 이때 연구팀이 풀어야 할 최대의 숙제는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최초 제시된 돌고래를 더 키울 수 없을까’하는 것이었다. 최초 해군이 염두에 둔 것은 프로젝트 70 잠수정이었으나 이것은 특수목적용 잠수정이지 해군의 수중작전을 위한 잠수함은 못 됐다. 연구팀은 보다 더 큰 잠수함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잠수함은 기본적으로 일단 커야 합니다. 그래야 멀리 빠르게 갈 수 있고 무장도 많이 탑재할 수 있지요. 또 승조원을 위한 공간도 늘어나고 수중에서 오래 있을 수 있으며 깊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소형 잠수정으로 기본적인 무장, 현대적인 추진 조종 장치 등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임경식 박사)

연구팀으로서는 돌고래의 크기를 늘리기 위해 일단 톤(t)수를 늘리는 방안 등의 온갖 지혜를 모았다. 이것은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 지휘부에 대한 설명과 설득에 대비해 논리를 갖추는 것인데 어찌 보면 ‘귀여운(?) 트릭(trick)’이었다.

먼저 표준·수상·수중·형상 톤수로 구분되는 잠수함의 톤수 가운데 표준 톤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경우 통상적인 수중 톤수보다 중량이 덜 계산된다. 특히 기뢰 부설 장치와 어뢰 발사관을 압력선체 밖에 설치하는 개념을 채택했다. 또 선체의 치수도 압력선체의 내경(內徑)으로 제시했다.

돌고래의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크기를 키우는 방법도 강구했다. 이를테면 돌고래의 길이가 짧아 냉장고를 설치할 공간이 없다고 하면서 “냉장고 없이, 그리고 취사시설 없이 통조림이나 마른 식품으로 일정 기간을 작전할 수 있는가”를 역으로 묻는 것이다.

또 “작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공간이 필요하지 않느냐. 그래야 무장도 실을 수 있지 않느냐” 등을 제시하면서 잠수정이 아닌 잠수함으로서의 돌고래를 위한 크기를 확보해 나갔다.

이런 결과로 돌고래는 개념설계 과정은 물론 초기 기본설계 및 계약설계를 거치면서 실제로 그 크기가 조금씩 늘어났고 다른 소형 잠수함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징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78년 말에 마친 개념설계 결과를 전체적으로 볼 때 우선 승조원의 거주성을 높이기 위해 압력선체 밖 외부선체에 무장을 설치, 압력선체 내부 공간을 크게 하고 선수부(船首部)에 탈출구를 두었다. 또 서해와 같은 천해(淺海)에서 포복잠행(creeping)할 수 있게 강한 스케그(skeg)를 선미(船尾)에 두고 수직타(舵)를 추진기 뒤에 두도록 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돌고래의 선형(船形)은 주로 바닷물 속을 항해하는 잠수함이기 때문에 물방울 선형이나 복합 선형으로 설계돼야 했지만 길이 대 폭의 비(比)가 적은 특수한 형상으로 설계됐습니다. 다른 잠수함과 달리 무장 및 항해장비 탑재 때 공간 활용 등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임경식 박사)

즉 어뢰 발사관과 기뢰 부설 장치를 압력선체의 양쪽 현(舷) 외부에 설치하고 그 사이사이 공간에 밸러스트 탱크와 기타 의장품이나 음탐 센서류를 배치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형은 높은 속도로 항진할 때 함정의 끝부분(船尾部)에 와류(渦流)가 많이 생겨 저항 측면에서 불리하다. 또 선수부의 아래위로도 형상이 많이 달라 역시 고속으로 선회할 때 피칭 운동을 유발하는 단점이 있다.

“돌고래의 수중 최고 속도를 그리 높지 않게 잡았고, 또 조종과 안정성 향상을 위한 대책도 마련할 수 있어 그 같은 단점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돌고래는 저속에서 저항 특성이 좋고 공간 활용 면에서 매우 유리합니다.”(임경식 박사)

수중 저속에서 안정성을 갖고 수심 조절을 하기 위해서는 선수 수평타를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 선수 수평타를 세일 양측에 설치하는 방안과 선수에 설치하는 방안이 있는데 연구팀은 선수에 설치하는 것을 개념설계 결과로 채택하면서 돌고래가 계류할 때, 그리고 고속 항해시 장애가 되는 단점을 없애 주기 위해 양현 측으로 폈다, 집어넣었다 할 수 있는 신축형(retractable)이 되도록 했다.

선미 수평타에는 타의 효율을 높이고 연직면상에서 안정성을 갖도록 고정 핀(stabilizing fin)이 부착돼 있으며, 조타(操舵)시 유체역학적 소음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타 조작 메커니즘의 설계가 어렵지만 포복잠행할 때 추진기의 손상 문제를 해소하고 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수직타를 추진기 뒤에 부착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