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와 건조 계약을 체결, 설계도 및 배치도·사양서 등을 제공했다고 해도 돌고래의 시작함 건조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실제 돌고래와 동일한 제원으로 1대1 모형을 사전에 만들면서 압력선체를 건조할 건조 공법을 개발하고 이에 따른 치공구 등을 자체적으로 제작해야 했는데 선체를 본격적으로 건조하기 위한 기공식이 있기까지 사전 준비 기간이 1년이나 걸렸다.

연구팀이 이 기간 중 압력선체 건조를 위해 개발한 공법은 대형 중앙 축에 분리식 림(rim)으로 고정시킨 원형 늑골을 끼워 넣고 여기에 롤링(rolling)한 외판을 덮어씌워 용접하는 방법이었다.

최초 압력선체를 길이 방향으로 6개 구획(섹션 또는 블록)으로 나눠 그중 1개 구획을 시험적으로 제작해 용접성과 제작성, 그리고 진원도(眞圓度：압력선체 횡단면인 원형의 변형 정도가 진원을 기준으로 할 때 차이가 나는 정도)를 검사해 보았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진원도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지 못한 때문이었다. 원인은 용접에 있었다. 용접이란 두 개 이상의 철판(재료)에 열을 가해 하나의 재료가 되도록 하는 것으로 1500~2000도의 열량을 투입, 철판을 녹이게 된다. 이때 투입된 열량이 일부는 대기로 발산, 냉각되지만 일부는 철판 자체에 남아 있게 되는데 그 열에너지가 철판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고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

따라서 철판이 냉각될 때에는 이 열에너지의 불균형에 따라 각 부분의 변형 정도가 달라지게 되고 압력선체에서는 횡단면이 찌그러지게 된 것이다.

물론 코리아타코마 조선소는 당시 ‘ 까다롭다’는 수상 함정의 알루미늄 선체를 용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수준급이었다. 다만 수상함이 일반 철판을 사용하는 대신 수중함은 고장력강을 선체 재료로 사용하는 점이 낯설었다.

고장력강을 용접할 때는 결함과 균열(crack) 등이 많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비해 연구팀과 조선소는 돌고래 선체에 투입될 용접기술자는 사전 계획에 따라 용접기술 교육을 실시했고, 실제 용접시험에 합격한 용접기술자만이 선체 용접에 투입될 수 있었다. 그래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조선소의 용접 자체 기술보다 용접시 발생한 변형에 대한 대처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됐다.

압력을 받는 잠수함 선체의 경우 진원도를 어느 정도 유지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직경에 1000분의 1 오차가 있으면 강도는 30% 정도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즉 압력선체의 직경이 5m인 경우 ±5mm의 오차가 있으면 200m 잠수할 잠수함이 140m밖에 잠수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5m 길이에서 ±5mm의 오차를 줄자로 잰다는 것은 보통 힘겨운 일이 아니다.

이때 돌고래 압력선체 직경의 허용 오차는 1000분의 1 이하였다. 독일 잠수함 역시 오차 범위는 1000분의 1 이내로 정하고 있었다. 용접 구조로서 이 오차 범위 내로 압력선체를 건조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자랑이었다. 반면 그 당시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으로는 도저히 압력선체를 제작할 수 없었다는 것이 어쩌면 솔직한 표현이다. 연구팀과 조선소 기술진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용접상 결함이 없으면서 이러한 오차 범위 내로 압력선체를 건조할 수 있을까.

고민의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고민의 깊이도 더해갔다. 3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얽히고 설킨 고민의 실타래를 한순간에 거짓말처럼 풀 수 있는 우연 아닌 우연을 만나게 됐다.

김흥열 박사는 진해시 중원 로터리 근처 자전거 상점 앞을 지나치다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저거다.’ 독일의 티센(Thyssen) 조선소를 방문했을 때 그곳 기술진이 자랑 삼아 그에게 설명해 준 기법이 떠오른 것이다.

“이름을 붙이자면 ‘ 자전거 살 대기법’(사진 참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일이 손에 잡히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기에 밤을 새워 가며 그 기법에 대해 스케치했습니다.”

김박사는 이튿날 이 방법을 연구원과 조선소 측 엔지니어들에게 설명했지만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압력선체 외판을 용접할 때의 열응력이 무척 큰데다 이를 지탱할 살대가 매우 커져 중량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핸들링이 어려워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논쟁과 설득은 계속됐다. “자전거를 보라. 그 가는 살대가 100kg 이상의 중량을 지탱하면서 원형도를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압축응력이 아니라 인장응력이다. 자전거의 림이 압력선체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강한 샤프트만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김박사의 주장이었다.

결국 한 번 해 보자는 의견으로 일치되고 이어 치구 설계와 제작에 들어갔다. 길이 10m , 직경 60cm되는 선박용 프로펠러 샤프트 원자재를 사 대형 선반에서 밤낮없이 깎았다. 자전거 살대와 같은 살대도 만들었고 재활용하기 위해 끝 부위에 그립을 단조제품으로 만들어 달았다. 정성을 들여 가며 압력선체를 용접했다.

연구팀은 용접이 진행되는 과정을 눈여겨보면서 뒤틀림의 정도를 확인해 보았다. 압력선체가 안쪽으로 굽혀져 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압력선체 용접 부위를 눈으로 보면서 그 오차를 감(感)으로 측정해 보아도 불합격임이 분명했다.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에 서둘러 살대를 분리한 후 진원도를 측정했다. 그런데 감으로 느꼈던 것과 달리 진원도 측정 결과는 오차 허용 범위 근처에 있었다. 조선소 측에서는 보완해 사용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불합격으로 판단했다. 용접열에 의한 변형이 안쪽으로 생겼기 때문에 계속해서 연료 탱크·장비 지지대 등을 용접할 경우 변형이 더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연구팀은 이 압력선체 구획을 1대1 모크업으로 활용토록 하고 곧바로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심 라인(seam line)과 버트 라인(butt line)이 십자형으로 연결되는 부위에서 열응력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여기서 용접한 후 후열 처리가 필요하다, 충격과 진동을 주어 응력을 해소시키는 방법이 있다 등등이 제안됐지만 현실성이 없었다.

심 라인과 버트 라인이 동시에 만나지 않도록 설계하고 용접 순서도 바꾸었다. 예열토록 하고 용접 부위가 서서히 식도록 석면으로 감싸 주는 기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용접할 선체를 빙빙 돌려 가면서 하향 자세로 용접할 수 있게 했다. 또 최초 수동으로 용접한 심 라인을 자동 용접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한 결과 용접 열 응력이 균일하기 때문에 수동 용접보다 열 변형이 적었다.

연구팀은 용접이 끝나자 한 구획을 돌려 보았다. 빙빙 잘 돌아갔다. 변형이 오차 범위 내에 있음을 직감했다. 측정 결과 합격이었다.

“첫 번째 고지를 정복한, 그런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압력선체 건조에 자신감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