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잠수함은 수중 항해를 위한 주추진원으로 연축전지(배터리)를 이용하며 모터를 사용, 수중에서 추진한다. 축전지는 충분히 충전돼 있어도 사용함에 따라 방전이 이뤄지고 방전 후에는 다시 충전해야 한다. 이 축전지를 재충전하기 위해서는 발전(發電)을,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서는 디젤 엔진을 구동해야 하며 이때 디젤유(油)와 대기 중의 공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잠수함은 수상 함정과 달리 고유 특징인 은밀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수면 위로 함체 전체를 부상시키지 않고 극히 일부만 노출시킨 상태에서 항해(이를 스노클이라 한다)하면서 공기 빨대만을 수면 위로 노출시켜 공기를 흡입·배출하는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포괄적으로 스노클 장치라고 하는 이 같은 장치는 곧 발전기 가동과 승조원 호흡에 필요한 신선한 외부 공기를 함내로 유입, 함 내부의 더러운 공기를 통풍 계통으로 순환시켜 발전기(엔진)에서 연소와 함께 발생되는 배기가스를 함 외부로 배출하는 장치다.

외부에서 볼 때 스노클 장치는 통상 함교탑(사령탑) 또는 세일(sail)로 불리는 돌출 부위의 뒤쪽(선미)에 잠망경 등 마스트 종류와 함께 설치되며 외부에서 볼 때 함교탑은 마치 낙타의 등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흡기 계통 장치만 해도 잠수함이 마스트 상단에서 공기를 흡입할 때 파도와 함께 유입되는 바닷물을 차단하는 헤드 밸브·흡기관·해수 분리기·안전 볼 밸브·흡입관 등으로 구성되듯 매우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

돌고래 연구팀은 1978년 11월20일 과제책임자의 이탈리아 칼조니(Calzoni)사 방문을 통해 돌고래 스노클 장치의 설계 및 제작 가능성을 협의한 바 있다.

칼조니는 잠수함용 신축 마스트(retractable mast)와 스노클 마스트 및 밸브, 유압 장치의 전문 개발회사. 독일·이탈리아 등 잠수함 기술 선진국도 가장 위험이 수반되는 스노클 항해에 필요한 스노클 장치의 작동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칼조니를 비롯한 전문 업체에서 별도 제작해 조선소에 납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제책임자를 맞은 칼조니는 500t급 토티(Toti) 잠수함과 1000t급 사우로(Sauro) 잠수함에 채택된 시스템을 1차 제안했다. 동시에 돌고래와 같은 작은 잠수함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조설계를 해야 하므로 수량이 적을 경우 상당히 많은 개조 설계비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친절히(?) 덧붙여 주었다.

공기빨대인 스노클 마스트로 유입되는 공기가 함내 거주실을 거쳐 기관실의 디젤 발전기조에 공급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스노클 장치는 함 통풍 및 발전 장치와 직접 연동돼야 하는 장비. 따라서 칼조니사를 통해 돌고래에 적합한 스노클 장치를 획득하자면 그들 말대로 새로운 개조설계가 불가피하다. 연구팀은 많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거쳐야 하는 기술적인 협의 등을 고려할 때 스노클 장치의 국내 개발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구팀의·전완수·구형회 연구원 등은 먼저 스노클 장치 설계와 관련, 발전기 공기 소요량과 함내 통풍 계통 송풍기 용량설계를 위해 흡입되는 공기에 대한 유속 및 유량 계산부터 수행하고 특히 발전기의 정격 출력 유지를 위해 배압(back pressure)을 고려한 배기관 설계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스노클 장치는 인체의 호흡 계통과 그 기능이 유사하고 그만큼 위험하고 중요한 분야입니다. 잘못 설계될 경우 사람이 질식하는 것과 같은 사태, 즉 함내 압력 변동은 물론 연료 소비율 증가, 발전기 출력 저하, 소음 발생, 축전지실 수소가스 배출 장애 등 함내의 공기 관리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전완수 연구원)

독자설계한 스노클 장치의 흡기 계통 설계에 대한 검증은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연구팀은 실물 크기의 돌고래 모형 축전지실에 연막을 이용, 순환실험을 실시했다. 사령탑 부근의 압력선체에 신축 마스트(상하로 움직인다)를 관통시킬 경우 설치 공간이 협소한 점 등 구조적인 취약성이 지적됐다.

“돌고래와 같은 소형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문제점이었는데 스노클 마스트를 사령탑 내부로 올리고 내릴 때 회전시키는 방식, 회전 조인트 시스템을 생각했어요. 미드지트(midget)급 소형 잠수함에 적용된 바 있는데 돌고래에 적합하게 적용, 해결해 설계를 확정했습니다. 다만 이때 일부 주요 부품의 국내 개발이 시간적으로 여의치 않았습니다. 함 송풍기를 비롯한 일부 부품을 해외에서 도입했습니다.”(전완수 연구원)

스노클 장치 시제는 79년 12월24일부터 제작에 착수, 80년 8월20일까지 약 8개월이 걸려 완성됐다. 1대1 크기의 돌고래 모형에 탑재, 회전 조인트를 비롯한 11개 분야 26개 항목에 대한 조립검사를 거쳐 흡기·배기 및 인양 작동 등 전반적 성능시험을 수행했다.

유압 조절 장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으나 연구팀은 이를 보완하는 동시에 해수(海水)냉각용 재킷식 스노클 배기 밸브를 국내 처음으로 SUS 316L 주조·용접품으로 개발하는 등 충분한 신뢰성을 확보한 후 2차 시제를 완성, 돌고래 실선에 탑재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