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연구팀은 개념설계 당시 추진 장치와 관련해서도 많은 요소를 고려하면서 축계 시스템(軸系 샤프트 시스템· 회전운동과 동력을 구동체에서 피구동체로 전달하는 원통형 장치)을 결정해야 했다.

먼저 이탈리아 미드지트(Midget) 잠수정과 같은 시스템, 즉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잠수함과 같이 엔진과 추진 축이 커플링으로 연결돼 있고 추진 축에 추진 모터와 발전기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다이너모터(dynamotor·發電動機)가 있는 재래식 축계 시스템을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206 잠수함과 같이 새로운 축계 시스템을 사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선택 사항이었다.

또 새로운 축계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발전기, 주 추진 축전지, 추진 모터 및 주 배전반의 크기와 용량을 얼마로 할당해야 시스템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 각 전력 시스템별 소요 전력과 출력을 어느 정도로 배분해야 속도, 항속거리 대 스노클 비(比)가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최적이 될 것인지도 고려해야 했다.

개념설계 결과는 추진 모터와 발전기가 축으로 연결돼 있지 않고 분리돼 있는 새로운 추진 시스템을 최적으로 판단해 채택으로 귀결됐다. 수중에서 높은 추진력을 내며 추진 효율이 좋고 기관실 배치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추진 효율을 높이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1개의 축계에 1개의 추진 모터를 탑재토록 했는데 단계별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주 추진 배터리를 2개의 군(group)으로 나누고 추진 모터를 이중 전기자형으로 했습니다. 발전기조는 기관실의 용적을 줄이고 중량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탑재토록 했고요.”(공영경 박사)

이같은 개념 속에 연구팀은 돌고래를 수중에서 추진시키는 전기 추진 장비로서 추진 모터·기어 박스·조종반·배전반 등으로 구성되는 주 추진 장비는 외국에서 도입하되 축계와 추진기(프로펠러)· 배터리는 국내에서 제작키로 했다.

잠수함용 추진기는 소음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날개가 회전 반대 방향으로 휘어지게(skew) 설계, 제작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설계가 매우 어렵고 까다롭다. 잠수체에 대한 추진 해석이 이루어져 있어야 하지만 이 분야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의 수학적 지식과 상당한 기간의 사전 연구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당시 국내에서는 추진기 설계를 위한 연구 활동이 극히 미약한 상태였다. 추진기 설계는 단지 모형 계열 프로펠러에 대한 단독 시험 결과로부터 얻어진 설계도표를 이용해 수행됐고, 순환이론 등을 적용해 이론적으로 개략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 정도였다.

연구팀은 네덜란드 선형 시험 수조에서 개발돼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설계도표를 적용, 초기 설계를 수행한 데 이어 양력선 이론에 의거해 2차 설계를 가졌다. 이어 설계법을 전산화한 후 1979년 말에 실시한 반류 시험 결과치와 2차에 걸쳐 수행한 저항시험 결과치를 입력, 추진기 설계에 필요한 값을 구해냈다.

81년 2월24일 과제 책임자가 잠수함 추진기 설계·제작 전문회사인 영국 SMM사를 방문, 추진기 설계와 구매 가능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자체 설계한 결과와 그들의 개략 설계안을 비교 분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저소음화를 위해 휘어지는 각도가 큰 고(高)스큐(high skew)를 주는 것이 좋으나 이에 대한 효율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 제작과 효율 면에서 매우 불리하며 추진 성능에도 유리하지 못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진기는 보통 주물로 개략적인 형상을 만들고 특수 가공 기계를 이용해 날개 형상을 하나하나 정밀 가공하게 됩니다. 날개 모양이 3차원 공간을 차지하게 되니까 가공치수 계산은 물론 가공 자체도 무척 어렵고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신라금속 기술진이 평소에 접해 보지 못한 정밀도가 요구된 관계로 꽤 애먹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박의동 박사)

잠수함에 있어 또 하나의 위험 요소가 되는 것이 수중에서 주 동력원이 되는 주 추진용 연축전지(배터리)다. 이 연축전지는 황산을 포함하게 되므로 안전도와 신뢰성이 뒤따라야 한다. 잠수함의 좌우상하 기울기와 관계없이 황산이 넘치지 않아야 하고 800회 이상의 충전·방전에서 배터리 성능이 85%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야 하며, 충전시 폭발성이 있는 수소가스가 소량 배출돼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72년께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수소가스가 거주 구역 내에 누적돼 있다가 폭발한 독일 205 잠수함 사건에서 보듯 잠수함 제작 선진국에서도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수소가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폭발하는 사례가 적잖게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이 분야는 돌고래 연구팀이 개념설계를 수행하면서 검토한 결과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도 국내 개발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다. 돌고래 참여업체인 세방전지(주)는 그때 이미 자동차용 연축전지를 수출하고 있었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는 상태였다. 특히 비록 적은 용량이지만 추진용 연축전지를 생산하고 있었다.

“세방전지를 통해 78년 12월 1차로 시제한 배터리는 성능 시험에서 개발 목표치에 가깝게 근접, 연구팀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이어 79년 11월까지 2차 시제 제작과 시험, 그리고 초도 양산품 생산과 보완을 거친 돌고래용 주 추진 배터리는 78년 11월 독일 바르타(Varta)사가 기술사양 협의시 자신 있게 제시한 용량보다 10% 이상, 개발 목표치보다 15% 이상 많은 용량을 보여 주었습니다.” (허재헌 선임기술원)

이는 예산 절감은 물론 돌고래로 하여금 500t급 잠수함에 버금가는 매우 우수한 수중 항해 능력을 갖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돌고래 탑재 이후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의 주 추진 배터리를 국내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의 밑바탕이 됐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