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만 해도 국내 업체가 보지도 듣지도 못한, 그래서 도저히 국내 개발이 불가한 장비들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장비 획득을 위해 전세계를 샅샅이 훑어가면서 재래식 잠수함 개발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국가에 대해 관심을 집중했다. 불행스럽게도 이러한 나라는 얼마 되지 않았다.

가능성 있는 나라가 205·206급 잠수함을 개발한 독일, 토티(Toti)급 잠수함과 SX 756 잠수정을 개발한 이탈리아, 업홀더(Upholder)급 잠수함과 피라니아(Piranha)급 잠수정을 개발한 영국, 아고스타(Agosta)급 잠수함을 개발한 프랑스, 그리고 미국·스웨덴·네덜란드 등이었다.

연구팀이 가장 먼저 수소문한 장비는 잠수함에서 제일 중요한 탐지 센서인 소나라고 하는 음탐 수신 장비.

독일 크루프 아틀라스(Krupp Atlas)사를 찾아가 보니 독일 티센(Thyssen) 조선소가 아르헨티나에 건조·판매하려 한 1700t급 잠수함의 보조 음탐 장비가 있었다. 하지만 포클랜드 전쟁으로 인해 아르헨티나·영국 관계가 악화, 잠수함 건조 계획이 취소됨에 따라 개발 중단된 상태였다. 이탈리아의 USEA에 개발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I-90이 있었으나 이것은 크루프 아틀라스의 제품보다 50만 달러 이상 비쌌다. 독일 제품을 돌고래의 수동 음탐 장비로 선정했다.

잠망경의 경우 독일 카를 차이스(Carl Zeiss)사의 ASC17, 영국 바 앤드 스트라우드(Barr & Stroud)사가 피라니아급 잠수정에 탑재할 계획이었던 잠망경을 개조, 돌고래에 설치하는 방안이 강구됐으나 가격 면에서 영국 것이 독일 것보다 85만 달러 이상 저렴해 도입했다.

연구팀이 이렇듯 구성품마다 가격·성능 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도입하려 애써도 여의치 않아 무리해 가면서 국내 개발한 것이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였다.

전자전(ESM) 장비는 개념 설계 때 스노클 마스트 위에 설치토록 한 것으로 이렇게 설치 가능한 장비는 이탈리아에서 개발한 소형 전자전 경보기뿐이었다. 돌고래의 작전 목적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도 겨우 이 잡듯 해서 겨우 찾아낸 것이 이탈리아의 라 스페지아(Ra Spezia)사, 영국의 마르코니(Marconi)사가 개발한 전자전 수신기였다.

하지만 이 제품들을 돌고래에 탑재토록 검토해 보니 500t급 잠수함에 맞는 장비인 탓에 너무 크고 무거워 적합하지 않았다. 개조를 의뢰했지만 너무 비싸게 요구했다.

미국의 아르고시스템(Argosystems)사에 개발을 의뢰해 제안서를 받아 보니 48만 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을 불렀다. 더욱이 안테나용 내압 수밀 돔이 제안서에 포함되지 않았고 기간도 길었다.

돌고래 연구팀은 전자전 장비에 대해 국외 업체들과 기술 협의하는 과정에서 잠수함용 전자전 장비의 문제점이 무엇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수상함과의 차이점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돔이 수압에 잘 견뎌야 하고 또 소형 경량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때 금성전선이 한국형 호위함용(이때는 한국형 구축함이라고 불렀다) ESM 제작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금성전선을 꼬였습니다. 수밀 돔(水密 dome：잠수시 물과 물의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한 반구형 덮개)과 수밀 케이블을 개발할 테니 ESM을 개발해 보자고 했더니 응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우리 국방과학연구소 전자전부를 방문해 ‘기술 염탐’을 했지요. 슬쩍 커닝한 결과 헬기용 안테나 센서가 있음을 알고는 이 센서 네 개와 증폭기를 배열해 보니 크기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고 잘될 듯 싶었습니다.”

연구팀은 즉시 안테나와 증폭기를 구입, 수밀 돔을 설계했다. 돔 구조는 전자파가 잘 통과할 수 있으면서 수압에 견딜 수 있도록 복합재 이중 구조로 했다. 영국의 웨이마우스(Weymouth)사를 방문했을 때 복합재로 소나 돔을 제작하는 기법을 눈여겨보아 둔 것이 도움이 됐다.

쇠로 형틀을 만들고 복합재를 압착·응고시키는 등으로 제작해 수압시험을 가졌다. 이상이 없었지만 압력을 파괴 수심 이상으로 가하니 응력이 집중되는 부위가 발생, 설계를 수정 보완했다. 수밀 전선도 개발했다. 이것은 개발이라기보다 기존 동축 전선을 선체를 관통할 수 있도록 수밀화한 것이었다. 81년 1월부터 이렇게 개발된 전자전 장비 개발 전 과정에 투입된 예산은 1억2500만 원이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