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에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용 레이다로는 500t급 잠수함용으로 개발된 영국 마르코니사 제품이 유일했다. 돌고래에는 맞지 않아 개조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마르코니에 개조 요구를 했으나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비싼 개조 비용을 요구했다.

연구팀으로서는 화가 치밀 정도였다. 그래서 돌고래용 레이다를 개발하자고 작심했다. 최고의 성능을 갖춘 잠수함용 레이다를 개발하자는 것이 아니었고 ‘돌고래의 작전 목적에 맞는 레이다면 족하지 않느냐. 그러니 소형 함정용 레이다를 잠수함용으로 개조하면 되지 않겠느냐’ 생각했던 것이다.

국내 기술은 물론 레이다를 설계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됐다. 학계를 통해 레이다에 대해 기술 자문을 했지만 신통한 답변을 얻지 못했고 시간은 더욱 없었다. 결국 국외에서 이미 개발된 수상함용 레이다를 도입, 국방과학연구소 자체에서 안테나 부분을 수밀 돔화(水密 dome化)하고 케이블을 수밀시키는 등 돌고래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개조하는 방향으로 접근 방법을 정했다.

연구팀이 선택할 수 있는 소형 레이다 안테나는 미국 레이시온(Raytheon)사의 3100MKⅡ와 2800형이었다.

3100MKⅡ의 슬롯(slot)형 안테나를 사서 분해하고 안테나를 잘라 길이를 줄여 성능 시험을 해 봤는데 가능성이 보였다. 레이다 수밀 돔의 두께가 관건이랄 수 있었지만 원통형으로 제작한 후 실시한 전파 투과 능력 시험 결과 수압에 견디면서 요구 성능을 만족할 만큼 전파를 잘 투과시켰다.

연구팀은 안테나의 길이가 돌고래의 요구 조건에 맞도록 조정한 후 안테나와 증폭기를 수밀시키는 수밀 돔을 설계·제작한 결과 체적이 작아 스노클 항해 중 파도에 의한 저항이 크지 않았다. 무게도 가벼워 돌고래에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스노클 항해 중 안테나의 떨림이 우려되는 사안 중 하나였다. 이에 대비해 마스트의 고유 진동 수와 레이다 수밀 돔의 고유 진동 수를 다르게 설계했는데 공진(共振)이 일어나지 않아 떨림도 없었다. 레이다 수밀 돔을 원격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레이다 마스트는 압축 공기에 의해 원격으로 신축될 수 있게 제작 완성했다.

한편 잠수함은 취역 후 항해 중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승조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비상탈출 장치로 독일 206급 잠수함 같은 것은 함의 크기가 달랐고 이탈리아 SX756 잠수정에 설치된 시스템이 돌고래와 조건이 다소 비슷하지만 개선돼야 할 사항이 많았다.

연구팀은 승조원이 수중에서 비상탈출할 수 있을 때 잠수 조건 변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면서 수중 비상탈출 기법 개발을 모색했다. 스커트(skirt·원통 실린더 형상의 탈출구 밑에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도록 주름진 자루. 아래로 내릴 경우 스커트 바깥쪽의 공기를 함 내에 가두게 됨)를 설치하면서 마우스 피스 등 비상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비상 호흡 스테이션을 함 내 여러 곳에 두고 어느 곳에서도 마우스 피스를 물고 갈 수 있도록 개념을 설계했다. 탈출복은 영국 시스템으로 린(Rnee) 81에 갔을 때 인상 깊게 본 잠수함 승조원용 비상탈출복을 스타인케 후드(steinke hood)와 함께 구입했다.

1980년 1월 연구팀이 수중 탈출 장치를 자체 설계해 5월24일 작동 시험을 완료할 즈음 마침 잠수 훈련용 항온 수조를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한국함대(현 작전사령부) 해양의학연구원 김해준 중령(당시 계급)이 연구팀을 찾아왔다. 해양의학, 특히 잠수와 관련된 의학적 연구에 있어 선구자로 평가받는 김중령은 이때 잠수 중 인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연구하기 위한 수조가 필요하다며 설계에 대한 기술 자문을 해 왔다.

연구팀은 흔쾌히 강도 계산과 함께 수조 제작을 지원했다. 그리고 이 수조를 이용, 시운전에 참여할 해군 승조원과 연구팀이 비상탈출 훈련을 해야 했기 때문에 연계성을 충분히 고려했다.

깊이 10m의 수조가 완성되자 연구팀은 물을 채울 때 스트레인 게이지를 수조벽에 붙여 두고 응력도 측정했다. 또 돌고래와 같이 접근구에 스커트를 부착하고 외부 조종에 의해 선체가 파공된 것처럼 물이 들어오게 했다. 연구팀이 설계해 코리아타코마가 제작한 비상탈출 훈련 장치도 수조에 부착했다. 첫 시험 후 김중령은 대단히 만족스러워하며 크게 기뻐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