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의 비상 탈출 장치가 설치된 잠수훈련용 수조가 완성된 뒤 가장 먼저 이 시설을 이용한 이는 바로 돌고래 연구원들이었다. 연구원들은 우선 수영훈련부터 받았다. 과제 책임자 김흥렬 박사를 비롯한 전 연구팀, 그리고 코리아타코마 기술진도 빠짐없이 훈련에 참여했다.

물놀이가 아니기 때문에 훈련부사관의 지도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훈련을 본격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PT 체조가 빠지지 않았다. 수영을 익힌다는 즐거움을 맛본다는 기대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대부분의 연구원은 처음 50m 거리의 수영도 어려워했다. 눈으로 볼 때는 ‘저 정도야’ 했지만 요령을 덜 터득한 탓인지 막상 물속에서는 힘에 겨웠다. ‘참 애매한 거리’였다. 그래도 여유로운 이는 김흥렬 박사였다. 김박사는 어려서부터 수영을 좋아한데다 해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인명구조원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수영을 잘했기 때문에 다른 연구원들의 훈련 모습을 ‘감상’하곤 했다.

수영 실력이 웬만큼 붙자 잠수훈련이 이어졌다. 해수(海水)에서는 일반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물속에 들어가면 손발을 움직이지 않아도 가만히 있으면 몸이 저절로 수면으로 뜨게 마련이다. 그런데 단 한 명만이 매번 몸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현상이 벌어졌다. 박의동 박사였다.

“훈련교관에게 항의(?)했지요. ‘나는 왜 뜨지 않느냐’ ”고. 교관이 말하기를 미국에서 통계를 낸 바에 의하면 저같은 현상을 일으키는 사람이 1000명 중 3명꼴로 있다는 건데 해수의 비중이 큰, 음성 부력을 가진 경우라는 거죠. 몇 번을 더 시도해 봤지만 마찬가지였어요. 지금이야 당연히 물 위에 떠서 부력이 ‘희귀한 인간’ 범주에서 벗어난 상태지요.“(박의동 박사)

연구팀은 사전에 마련한 수중 비상탈출 기법을 적용, 비상탈출을 실제와 같이 체험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돌고래의 비상탈출 장치에 결함이 없음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훗날 돌고래가 진수된 후 시운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승조원들의 훈련용으로 계속 활용되면서 잠수함을 탈출할 때 잠수 조건의 변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해양의학 연구원이 체계적으로 심도 깊게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81년 5월이 되면서 연구팀과 조선소는 일손이 한층 바쁘게 움직였다. 압력선체 한 블록의 완성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코리아타코마 기술진의 용접 능력은 이미 조선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지만 연구팀과 조선소는 용접에 결함이 없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매일 용접한 부위에 고유번호를 매기고 누가 언제 용접했는지를 기록하는 책임 제도를 시행하면서 전 용접 부위에 대해 X선 검사를 실시했다.

X선 촬영은 하루 100장 안팎이었다. 1차 촬영한 것이 총 2837건이었는데 합격률은 약 84%였다. 매우 우수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불합격된 부분은 용접을 보완, 재검사를 실시하는 등으로 완성도를 높여 선체 한 블록을 완성했다.

마침내 1981년 6월20일, 코리아타코마 조선소 특수선공장 내부에는 태극기 아래 ‘경축 SB-10158 기공식’이란 플래카드가 붙었다. 실제 잠수함에 탑재될 압력 선체 1블록 완성과 함께 돌고래 기공식을 가진 것이다.

이날은 국방과학연구소의 지휘부와 코리아타코마 경영진뿐만 아니라 해군의 한국함대사령관(현 작전사령관)·통제부사령관(현 진해기지사령관) 등도 참석했다.

해군 관계관들은 특히 기공식 후 실선과 동일한 크기에 내부 장비까지 같은 1대1 모형함의 안팎을 관람하며 향후 시험평가 내용과 방법을 묻기도 하고 작전 운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토의하는 등 ‘행사’ 이상의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기공식을 가진 40여 일이 지난 8월3일, 연구팀은 특수선공장에서 전혀 뜻밖으로 VIP, 즉 대통령의 방문을 받았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국방과학연구소의 지대지 유도탄 ‘백곰’에 대해서는 신뢰를 보이지 않은 반면 돌고래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전대통령은 기공식 후 건조를 진행 중인 압력 선체와 1대1 모형함 내부를 세밀히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사업 책임자 김영수 박사와 과제 책임자 김흥렬 박사에게 “당신들에 대해 많이 들었다”며 국내 기술진에 의한 개발인가, 앞으로 시험을 많이 해 봐야 할 것 아닌가, 자동화해 승조원을 줄이는 방법은 없는가, 얼마나 멀리까지 작전할 수 있는가 등 비교적 세세히 질문했다.

두 책임자의 자신 있는 힘찬 대답에 대통령의 표정은 매우 흡족해 보였다. 대통령은 악수를 청하며 “세계에서 제일 좋은 잠수함을 만들어 달라”는 당부와 함께 “다시 한 번 방문하겠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