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공식 후 돌고래 건조는 한층 탄력을 받아 속도가 제법 붙었다. 연구팀과 코리아타코마 기술진은 건조장에 1대1 모형과 실선을 나란히 놓은 채 작업을 진행했다. 모형선을 통해 상세 설계와 건조 공법이 타당한지 다시 한 번 꼼꼼히 확인하고 또 장비 설치 공간을 확인하면서 장비의 적절한 탑재, 설치 기법을 도출하기 위함이었다.

돌고래의 건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적절한 공간 배치가 관건이었다. 고속정을 설계할 때 유념해야 할 사항은 중량 감소와 조정이지만 잠수함에서는 효과적인 공간 활용이 강조된다. 특히 압력 선체 내에 적절히 장비를 배치하고 이에 맞게 전선과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했다. 문제는 파이프라인이나 전선이 상호 충돌이 없어야 한다. 같은 공간을 두 가지 이상의 파이프나 전선이 동시에 지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계 때부터 그랬는데 연구원들의 장비 관련 자리다툼은 심각한 편이었습니다. 자신이 관할하는 장비·시스템에 연결될 파이프라인이나 전선이 제일 좋은 부위에서 압력 선체를 관통하도록 했지요. 전선이나 파이프가 최단 길이로 연결되기를 바라기 때문인데 각자 좋은 설계를 하려고 하는 노력의 하나 아니겠습니까.” (김흥렬 박사)

설계 당시 이 같은 자리다툼의 조정, 즉 파이프라인과 전선, 덕트(duct·管)의 교통정리는 매일매일 이뤄지다시피 했고 그 교통정리의 책임자 또는 분쟁 해결사는 수석감독관의 몫이었다.

그는 항상 장단점을 분석하고 유리한 쪽으로 판단을 내려야 했다. 판단의 원칙은 덕트·파이프라인·전선의 순이었다. 그렇지만 전선에서 방출될 전자파 교란을 없애기 위해 덕트 내로 통해야 할 때는 우선순위가 바뀌곤 했다.

“연구원들이 애써 잡아 둔 관통구 위치에 다른 장비가 설치되도록 설계된 도면을 보면 중재를 요구해 오곤 했습니다. 그 자리에 자신의 장비용 전선이 지나가야 할 장소라고 강력히 주장해 한두 번 애를 먹은 것이 아니었지요.” (김흥렬 박사)

선체 건조가 웬만큼 진행되자 연구팀은 돌고래에 들어갈 장비들을 모두 옆에 놓아 보았다. 모두 깜짝 놀랐다. 장비의 부피가 돌고래 볼륨의 세 배나 훨씬 넘어 보였던 것이다. ‘이 많은 장비가 어떻게 저 안에 다 들어갈 수 있을까’ 설계한 연구팀도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연구팀은 설계 도면을 찬찬히 재검토해 보았다. 설계상에는 이상이 없었다. 역시 장비를 넣는 방법과 절차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쉽고 빠르게 넣는 방안을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돌고래 압력 선체 상부와 하부에 레일을 깔아 보았다.

“장비의 종류에 따라 상부 레일에 걸어 밀거나 하부 레일에 바퀴를 달아 굴려 넣어 보았습니다. 예상보다 아주 수월하게, 신통하다 싶을 정도로 잘 들어갔어요. 장비 넣는 기간이 예상보다 3개월 이상 단축됐는데 이 기법은 돌고래를 정비할 때마다 두고두고 적용하곤 했습니다.” (서광식 당시 코리아타코마 특선부 차장)

장비 탑재 작업 중에는 연구원이나 엔지니어가 화장실 가는 것도 곤란했다. 오전에 계획된 시간에 돌고래에 들어가면 점심 식사 시간까지 함부로 나올 수 없다. 화장실에 간다고 나올라치면 들어가는 입구 쪽에서의 작업을 방해하기 일쑤였다.

돌고래의 출입구는 3개. 따라서 돌고래 내부로 들어가는 방법은 접근구를 통해 중앙에서 들어가는 방안과 뒤로 들어가는 방안, 탈출구를 이용해 앞으로 들어가는 방안이 있다. 그런데 뒤로 들어가는 방안 외에는 장비나 치공구를 들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건조가 거의 완료돼 선미 연결부가 닫히면서 출입구가 두 개로 줄어들자 문제가 심각해지고 말았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 없었다. 돌고래 내에서 서로 부딪쳐 가며 작업할 수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서로 먼저 일하려고 작업자끼리 말다툼하는 소리가 종종 들리곤 했다.

“출입자의 순번을 정해야 했습니다. 당일 수행할 업무의 중요도나 시급성에 따라 매일 우선순위를 정한 겁니다. 연구원 저마다 자기 분야의 우선순위를 높이려고 야단이었어요.”(박종권 당시 코리아타코마 특선부장)

출입구 앞에 통제관을 세우고 출입 지시를 내렸다. 출입구 앞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돌고래 안에 들어가 일하던 연구원 또는 엔지니어가 나와야 들어가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우수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의지·사기가 높았습니다. 연구 개발을 하다 보면 야근·휴일을 접어 두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때 누구 하나 불평불만 없이 열심이었습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사업 책임자 김영수 박사)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