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시험평가단은 1983년 11월1일부터 84년 7월5일까지 8개월여에 걸쳐 수행한 시험평가에서 ‘매우 양호’ 판정을 내리면서 동시에 돌고래의 인수와 취역을 해군본부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돌고래는 84년 12월29일 한국 함대에 인계, 즉 양여(국방과학연구소 예산으로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됐다. 이때 연구팀은 돌고래 운용 지침서, 정비 지침서, 품질 검사 절차서·성적서, 완성 도면과 1300 품목의 예비 부품·정비 유지용 장비 공구류도 함께 인계했다.

이로써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 돌고래 연구팀의 실질적 사업은 종료됐다. 77년 1월 국과연 자체 연구 계획에 따라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한 지 만 7년 만에 우리 고유의 소형 잠수함 돌고래 개발 사업은 막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연구·개발비 6억3000만 원, 설계비 4억6000만 원, 건조비 63억5000만 원, 예비 부품비 9억 원, 전력화 지원비·시험평가비 10억1000만 원, 무장 구입비 4억 원 등 총 97억5000만 원의 개발 예산이 소요됐다.

국산화율은 48.2%. 비교적 낮은 수치로 볼 수 있지만 시험평가를 위한 외자 장비 구입비, 승조원 해외훈련 교육비, 3년간 사용할 수입 장비 예비 부품비와 어뢰 구입비를 제외한 연구·개발비, 설계비, 건조비,전력화 지원비에 대한 국산화율로 고려하면 60% 이상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함정용 볼트와 너트조차 국내에서 제대로 제작하지 못해 수입해야 했을 만큼 산업 기반이 척박했던 시절, 연구팀이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선체용 고장력 강판(포항제철)을 비롯해 압력 선체와 수중 탈출 장치(대한화학기계·코리아타코마), 축전지(세방전지), 무장 적재 장치와 투·양묘 장치(다양기계), 전자전 장비(금성정밀), 산소 이송 펌프(광신기계), 축계, 스노클 장치, 기뢰 부설 장치, 어뢰 발사관과발사 장치, 타(舵)조종반, 레이더 안테나와 마스트 인양 장치, 벤트 밸브류(이상 코리아 타코마), 그 밖에 소나 응답기, 고압 메니폴드, 유·공압 장치 등을 국산화한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국내 독자 모델 개발’ 여부의 관건이 되는 잠수함 설계·체계 종합, 그리고 시험평가를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당시 20~30대의 ‘젊은 피’인 연구팀의 의지와 역량만으로 수행해 냈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과 같은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연구팀의 임무는 돌고래를 해군에 인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속됐다. 돌고래가 본격적으로 해군 작전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 더 있었다. 함정 인수가 곧 함정의 취역, 나아가 전력화(실전 배치)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우선 돌고래 인계 후 85년 1월부터 86년 12월까지 돌고래 정비 기술 지원 사업을 수행하면서 해군이 돌고래를 조기에 운용·유지할 수 있도록 승조원·정비 요원에 대한 교육 훈련도 실시했다.

돌고래 취역은 인수 후 두 달이 지난 3월1일을 기해 이뤄졌다. 함명도 이때 정식으로 ‘돌고래 051함’으로 명명됐다. 해군은 이때부터 전력화 과정을 밟아 나갔다. 약 1년 동안 해군은 대잠수함 훈련을 포함한 작전 운용 시험평가를 한국 함대 자체에서 수행한 것이다. 이를 통해 돌고래는 성능의 우수성과 안전성이 다시금 입증되는 동시에 우리 한국 함대의 수중 세력으로 적합함을 재확인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03년 12월29일, 돌고래는 해군작전사령부 서해대 부두에서 조국 해양 수호를 마치고 일선에서 물러나는 퇴역식을 가졌다. 연구팀의 손에서 해군에 정식 인도된 지 꼭 19년 만이었다.

여느 퇴역식이 그렇듯 돌고래의 퇴역식은 조촐히 진행됐다. 그동안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바다 속에서, 또 ‘보안’에 가려진 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 온 탓인지 돌고래는 이날도 상반신만 드러낸 채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동안 해군의 뛰어난 운용력에 힘입어 단 한 건의 불미스러운 사고 없이 우수한 성능을 증명하면서 부여된 작전 임무를 100% 수행했다는 긍지를 뒤로하고 이제 공식 퇴역일인 12월31일이 지나면 부두 한쪽의 전시대에 오르는 ‘박제’의 몸이 될 과정만 남겨 놓고 있었다.

한국 고유 모델 소형 잠수함 돌고래의 개발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돌고래 국내 개발은 우선 당시 성능 면에서 월등히 떨어지고 가격 면에서 엄청나게 비싸면서 개념 설계만 돼 있던 독일 IKL사의 프로젝트(Project) 70을 국외 도입할 경우와 비교할 때 예산 절감으로 얻어진 경제적 이득이 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큰 효과와 의의는 잠수함을 설계·운용할 수 있는 인력과 기술을 자체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잠수함에 관한 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잠수함은 ‘조선(造船) 기술의 총아’로 불리는 만큼 아무리 규모가 큰 조선소라도 잠수함을 건조하지 못하면 그 기술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해군으로서는 국가 해군 전력의 서열 1번인 잠수함을 보유하는 계기가 됐으며, 특히 20년 이상의 돌고래 개발·운용 과정에서 배출된 승조원·정비 요원과 축적된 잠수함 관련 운용 기술은 해군 수중 세력 발전의 기반이 됐다. 이는 돌고래 자체 개발에 버금가는 큰 의의가 있다. 90년대 이후 환태평양 연합훈련(RIMPAC)에서 우리 해군의 209급 잠수함이 보여준 눈부신 활동의 저력이 바로 돌고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과연의 잠수함 연구·개발은 돌고래 1번함을 양산하는 이상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1번함의 시험평가 결과에서 나타난 미비점을 반영하고 압력 선체와 추진 장치·무장 장치 등 전 분야에 걸쳐 재계산하고 설계·보완을 수행함으로써 수년 뒤 1번함보다 성능 면에서 월등히 우수한 ‘형보다 나은 아우’들을 개발, 전력화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른바 ‘체급이 다른’ 보다 규모가 큰 잠수함 개발로 이어 나가지 못한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1월 “해군이 현재 보유 중인 장보고급(1200톤) 잠수함에 이어 214급(1800톤) 잠수함이 2007년부터 실전 배치된다”며 “(돌고래가 아닌) 이 잠수함들이 도태할 시기에 맞춰 전력화할 3500~4000톤급 차기 잠수함 건조를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에 맞춰 ‘박제’ 돌고래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