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통제기에 장착되는 외부 연료 탱크와 로켓 발사관은 전투기에 장착하는 폭탄 등과 달리 항상 항공기에 장착·운용하지만 비행 중 엔진이 꺼지는 등의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지상으로 투하해야 한다. 항공기의 무게 감소와 활공거리 증가를 통해 항공기가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외부 장착물은 항공기와 연결시켜 주는 구조물인 파일론 내부에 있는 이젝트 피스톤에 의해 빠르게 항공기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흔히 화약의 폭발력으로 이젝트 피스톤을 작동시켜 외부 장착물을 밀어내는데, 이 밀어내는 힘을 사출력이라고 한다.

사출력을 측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 까닭은 사출력이 외부 장착물이 항공기에서 분리, 안전하게 투하되는 것을 공력적으로 해석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사출력의 반력은 항공기 쪽으로 다시 작용하므로 항공기 구조 해석에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 외부 장착물이 장착돼 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투하 후 항공기 비행 특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해석해야 한다.

“외부 장착물을 투하하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고 매우 위험합니다. 외국에서도 항공기의 외부 장착물을 투하할 때 이 외부 장착물이 항공기 쪽으로 튀듯이 올라와 항공기를 손상시키는 사례가 많이 있었지요. 때문에 비행시험 항목 중 가장 위험한 시험 중 하나로 제일 나중에 하는 시험으로 규정되고 있고 투하해야 할 비행 영역을 교범에 명시토록 하고 있습니다.”(최낙윤 세부계통팀장)

외부 장착물 투하시험의 안전성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외부 장착물의 분리 운동을 해석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발. 이 분야는 마침 사전에 준비돼 저속통제기 개발 시점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공력팀이 저속통제기 개발에 대비해 1995년부터 3년 반에 걸쳐 연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장차 전투기 개발까지 내다보면서 관련 핵심 기술을 분류하고 미리 연구 계획을 수립하는 등 철저히 준비해 온 덕분이었다.

연구팀은 이 시뮬레이션 기술이 유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 공군의 AEDC(Arnold Engineering Development Center)보다 약 3년 뒤졌지만 어떤 면에서는 AEDC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공력팀은 외부 장착물을 투하하는 시뮬레이션을 실시, 저속통제기는 모든 속도 영역에서 외부 장착물을 안전하게 투하할 수 있다는 해석 결과를 내놓았다.

풍동(風洞)시험을 통해서도 이를 입증해 보였고 시험 비행 전문인 공군52전대 조종사들도 공력팀이 제시한 자료를 세밀히 검토하고는 투하시험에 자신을 갖게 됐다. 문제는 ‘실제 비행시험에서는 어떠냐’는 것. 국내에서는 이 시험을 수행해 본 적이 없고 따라서 외국 전문 업체에 시험을 의뢰하기 위해 견적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 업체가 요구한 비용은 실로 막대했어요. 한정된 사업비 내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워 국내에서 수행해야 했는데 그 해결 방안 또한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길이 열리는지, 마침 협상차 전문 업체를 방문 중이던 세부계통팀장 최낙윤 박사가 시험 시설을 견학하고는 전문 업체만큼 체계적인 시험 시설은 아니지만 국내 자원을 활용, 원하는 시험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락을 해 왔습니다.”(최관호 박사)

연구팀은 설비를 서둘렀다. 사안의 시급함, 공간과 안전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시험 장소는 국외 업체와 같이 실내에서가 아닌 안흥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의 야외 시험장으로 정했다. 기존에 로켓 발사용으로 제작된 지상 시험치구를 수정하고 투하용 모의 외부 장착물 등을 제작했다. 또 시험 특성상 기존의 계측 장비들은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야외시험을 위한 사출력 측정 센서와 데이터 수집 장비를 직접 제작하고 프로그램의 구성·검증 과정을 추가로 수행했다.

시험은 2001년 2월부터 진행됐다. 안흥이 지역적으로 바닷가에 위치한 탓에 기온은 상당히 낮았고 눈까지 내려 연구원들을 괴롭혔다. 더욱이 화약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화약 먼지가 많이 발생했다. 정확한 시험을 위해 각 시험을 마칠 때마다 언 손을 녹여 가며 ERU(Ejection Release Unit)를 분해 손질해야 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약 200kg이 넘는 시험시편을 장착할 때면 젖 먹던 힘까지 쏟아야 했다. 장착 공간이 비좁아 쪼그린 상태에서 장비를 사용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투하시험은 상당히 소요된 준비 시간에 비해 불과 0.5초 이내에 종료됐다. 그야말로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이를 100회 이상, 게다가 눈까지 내리니 연구원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추위 속에서 연구원들에게 위안이 있다면 이런 야외와 혹독한 시험 환경에 대비해 직접 제작한 계측 장비들이 위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시험은 일주일이 소요됐고 원하던 사출력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구조팀·공력팀·비력팀으로 전달, 각 분야별 해석에 활용됐다. 그 후로 시험치구 보강을 해 2차 시험을 수행했고 3차로 항공기에서 직접 투하시험을 수행하는 일만 남겨 놓았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