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평가는 개발자인 국방과학연구소가 기술적 요구 성능에 부합하는 정도를 시험하는 기술 시험(developmental test)과 사용군이 작전 요구 성능(ROC)을 만족해 전투용으로 사용 가능한지를 시험하는 운용 시험(operational test)으로 나뉜다.

저속통제기는 이 두 시험을 병행 실시했다. 05호기의 초도 비행 후 비행 시험이 본궤도에 돌입하면서 구조 시험·성능 시험·조종 안정성 시험을 시작으로 비행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플러터 시험 등으로 시험 난도(難度)가 점차 증가됐다.

이 가운데 시험 비행 조종사들이 고개를 흔들 만큼 내켜 하지 않는 것이 구조 비행 시험이며 가장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는 시험 도중 사고가 발생, 조종사가 생명을 잃기도 하는 플러터 시험이 꼽힌다.

구조 비행 시험은 실제 항공기가 비행하면서 비행 하중 제한 영역, 즉 얼마만큼의 중력(G)을 견딜 수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급속 하강과 상승 비행을 반복하는 이른바 ‘롤러 코스터’ 기동으로 시작된다.

이 기동을 좋아하는 조종사가 없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이때의 느낌이 놀이 기구인 청룡열차·바이킹을 탈 때 몸으로 받는 그 느낌과 유사하다는 정도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강도 면에서는 차원이 다르다.

시험 비행 학교를 졸업하고 공군52시험비행전대에 소속, 저속통제기 비행 시험 평가에 처음 참여한 시험 비행 조종사 박병수 소령의 표현대로 “-G 때는 눈앞에 별이 떠다니면서 뱃속의 모든 기관이 울렁거리고 그러다 이내 +G로 전환하면서 상승할 때는 온몸이 조종석 바닥으로 짓눌리는 듯한 고통이 수반되는, 천당과 지옥은 고사하고 지옥과 지옥을 오가는 어려운 기동 시험”인 것이다. 극기 훈련이라고 점잖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좋지 않은 경험’이다.

저속통제기의 기본 기체인 KTX-1 05호기는 플러터 안전성이 KT-1 개발 중 이미 입증됐다. 그러나 외부 연료 탱크와 파일론 등 외부 장착물이 추가되면서 저속통제기의 진동 특성과 플러터 특성이 변화, 특히 무장 배열에 따라 플러터 특성이 매우 민감하게 변화되므로 이에 따른 시험을 새롭게 수행해야 했다.

연구진은 우선 기체의 진동 특성을 얻기 위한 지상 진동 시험을 가졌다. 소형으로 개발된 공압 지지 장치를 이용, 세 지점에서 항공기를 지지시켜 약 3톤의 항공기를 움직일 수 있도록 비행 상태와 동일하게 부양했다 <사진참조>. 제한된 인력과 촉박한 일정으로 집중력과 안전 유지가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교육적 측면과 기술 공유를 위해 항공 관련 전공 대학생과 한국항공우주㈜의 T-50 고등훈련기 개발팀에도 공개한 상태로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KTX-1 개발 시험 때처럼 연구진은 저속통제기 주익(主翼)에 가진기(vibration exciter·진동 수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한 장치)를 장착했다. 가진기 속으로 두 줄기의 공기가 흐르도록 하면서 인위적으로 진동을 가하는 것으로 30초간 진동폭의 증감을 판단하며 시험을 진행했다.

지상에서 사전 시험을 거친 뒤 약 1개월 동안 비행 시험을 가졌다. 비행 중 어느 한 속도에서 안전한 것으로 판단되면 속도를 올려 다시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등 항공기가 엔진의 힘과 동체의 형상에 의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까지, 그리고 외부 장착물 종류별로 시험을 수행했다.

“최고 속도로 접근할 때는 항공기를 급강하시켜야 하는데 이 시간이 30초입니다. 6000~7000피트 정도 하강하죠. -G를 느껴야 하는 데다 플러터 발생 신호에 따른 판단, 플러터 현상이 발생할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은 한 치의 오차, 찰나의 실수도 허용될 수 없습니다. 조종사는 물론 플러터 관련 연구원에게도 이때가 중요하고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박병수 소령)

특이한 점은 시험 비행 조종사들이 플러터 시험에 나설 때는 고무망치를 들고 탑승, 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을 위한 속도까지 항공기를 급강하시킨 뒤 본격적으로 가진기를 작동시키기 바로 전에 이 고무망치로 조종간을 앞뒤로 툭툭 쳐서 항공기의 반응을 먼저 점검(control jerk)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은 조종사가 조종간을 잘못 때려 조종간에 달려 있는 트림 스위치를 망가뜨린 일도 있다.

“KTX-1 항공기와 동일한 구조 속도 제한 이내에서 안전성을 입증했습니다. 무장 장착에 따른 국내 최초의 플러터 시험 과정을 T-50 고등훈련기의 비행시험팀에 소개하는 등 T-50의 플러터 시험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조창민 연구원)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