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통제기 시제 05호기에 장착할 야시조명계통(NVIS：Night Vision Imaging System)으로 개발해 나가던 시제품이 규격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조종사 계기판의 틀을 이루는 상판은 폴리카보네이트라는 원재료를 가공해 만드는 것. 백색·흑색 도료를 여러 번 칠하고 후(後) 가공으로 레이저로 마킹(marking)한 후 인쇄회로기판(Printed Circuit Board)인 하판과 체결해 완제품을 제작했다. 하지만 시험 결과 휘도(밝기)와 균광성(uniformity) 등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담당 연구팀은 수 차례에 걸쳐 반복 보완하는 가운데 원인 분석에 몰두했지만 즉각적인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 와중에서 해답은 아주 우연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바로 원재료에 칠해지는 도료(paint)와 그 건조 시간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우선 빛의 확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주는 확산재를 첨가한 새로운 도료를 사용해 보았다. 균광성이 좋아졌다. 건조 시간도 늘려가며 점검했다. 그 결과 도료의 건조는 자연 건조 방식으로 하루 4시간씩 수행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도료의 건조는 어느 일정 시간을 충분히 준수해야 했는데 연구팀은 다소 조급한 마음에 이 부분을 간과하고 다음 단계의 작업을 진행한 것이 원인이었던 겁니다. 흙으로 빚은 도자기를 오랫동안 가마에서 굽는 도공(陶工)의 자세가 새삼 교훈으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권종광 연구원)

이에 앞서 해프닝도 없지 않았다. 이것은 저속통제기의 터보프롭(turboprop) 엔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후류(後流)에 의한 영향은 없는가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비롯됐다. 즉, 후류가 캐노피로 들어오는 외부 달빛과 별빛을 차단시켜 야간투시경(NVG：Night Vision Goggle)의 작동을 방해하지는 않겠느냐, 그렇다면 저속통제기에 NVG 적용 자체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별 걱정 다 한다 싶은 문제였지만 그때 연구팀에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었습니다. 물론 영향이 없나, 있나 하며 NVIS 적용 가능 여부를 시험하기도 했지요.”(권종광 연구원)

지상시험에서는 모두 기준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제 비행시험. 하지만 평가기준에 관해 정해진 규격이나 선진국에서 적용하는 규격을 구할 수 없었다. 고민과 협의 끝에 자체적으로 5단계로 평가하는 비행시험 절차를 수립했다.

NVIS가 장착된 05호기의 첫 비행은 항공시험장이 위치한 공군20전투비행단에서 2002년 11월22일 시험비행 조종사 정근화 소령과 장창열 소령에 의해 이뤄졌다. 05호기는 활주로를 힘차게 이륙했으나 연구팀에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시험비행 조종사가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내린 것인데 비행장 주변의 시가지에서 방사되는 불빛 때문이었다. 시험 장소를 서해 바다 상공으로 변경, 총 일곱 차례의 비행을 통해 개발된 야시 장비의 적합성을 확인했다.

“저속통제기 사업을 통해 우리의 야시 장비 개발 기술은 상당한 수준으로 축적했다고 판단됩니다. 향후 독자적으로 진행될 항공기 개발 사업과 현재 운용 중인 항공기의 야시 능력을 확대하는 성능 개량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국산화하지 못한 부품들도 있습니다. 차기 개발 사업 기간 중에 국산화를 이뤄 낼 필요가 있습니다.”(이수용 팀장)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