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12일, 밀리고 또 밀리다 마침내 초도 발사 시험일이 다가왔다. 사격 기능과 탄 궤적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이날 사격 제원 담당 연구원들은 서해 무인도의 표적과 항공기의 사격을 관측하기에 좋은 위치를 찾아 해변 쪽에 자리잡았다.

초가을 하늘은 맑고 높았다. 바람은 머리카락이 휘날릴 만큼 조금 세게 불었다. 탄 궤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연구원 욕심으로는 바람 한 점 없기를 바랐다.

사격 비행 시험을 계획하는 동안 최대의 주안점은 당연히 조종사를 포함한 사람의 안전이었고 그다음이 항공기에 손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탄도 예측·확인은 그다음 관심사였다. 하지만 담당 연구원 입장에서는 원하는 표적에 로켓이 어떻게 맞느냐가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이상직 연구원 등이 시험을 치르는 기분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귀에 익은 프로펠러 회전 소리가 들려왔다. 저속통제기는 하늘에 연습 사격 패턴을 그리더니 이내 맹렬한 기세로 강하 비행을 시작했다. 시험 비행 조종사 이동규 소령은 마치 사격하기에 더 이상 좋은 날이 없다는 듯 놓칠세라 “쾅”하는 소리와 함께 로켓을 날려 보냈다.

로켓은 섬 상단에 타깃으로 그려 놓은 지점을 맞히며 뿌연 먼지를 일으켰다. 예상치에 큰 오차 없이 탄착점을 형성했다. 예상했던 결과. 조종사의 안전에도, 항공기의 안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탄도 자료를 추출하기 위한 사격 비행 시험을 위해 공군 ○○사격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10월29일, 저속통제기의 로켓 탄착점을 측정하기 위한 첫 번째 시험일이었다. 그 당시 국방과학연구소에 파견 나와 있던 박명호 중령과 정훈화 연구원은 ○○사격장 내에 위치한 ○○산 정상을 향했다. 탄착점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멀리서 “웅~웅~”하는 프로펠러 소리가 들려왔다. 항공기 음향도 낯설었지만 저속통제기가 사격장에 진입하려면 아직 40여 분이 남아 있었다.

O-2기였다. 바로 저속통제기가 대체하려는 공군의 현용 통제기. 그 O-2기가 로켓을 쏘기 위해 나타난 것이었다. O-2기는 그동안 미 공군으로부터 제공받은 사격 제원을 이용, 사격을 수행해 온 터였다. 따라서 연구팀은 O-2기의 이날 사격에 절로 관심이 쏠렸다. 촬영 장비를 어깨에 메고 탄도 계산 자료와 비행 자료 파일을 양손에 든 불편한 자세였지만 단숨에 정상까지 내달아 올랐다.

두 대의 O-2기는 모두 여덟 발의 로켓을 쏘고 돌아갔다. 이후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김용빈 연구원은 F-4기의 로켓 사격 훈련도 지켜보았다. 미 공군의 사표를 이용하는 두 기종의 로켓 사격은 안정적이며 정확도가 있었다.

저속통제기는 네 번의 조준 사격을 통해 반경 300ft 이내에 두 발을, 나머지 여섯 발은 반경 100ft 이내의 표적지에 탄착시켰다.

연구팀으로서는 사전에 계산해 낸 예비 사격 제원만을 이용해 얻어 낸 저속통제기의 첫 사격 시험 결과가 O-2기 등의 결과에 못지않으며 최종 시험 결과를 반영한다면 매우 정확도 높은 사표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개발 시험 동안의 사격 시험 목적은 저속통제기의 사격 제원을 찾아내는 일이었기 때문에 넓은 범위의 사격 조건에 대한 탄도 자료가 요구돼 탄착점이 심하게 분산되는 무리한 사격 자세에서도 시험이 수행됐다.

하지만 사격장 등 일부의 분위기와 시각은 그렇지 못했다. 공군 공대지 사격장은 스코어링 중심으로 사격이 이뤄지는 곳이다 보니 표적 중심과 탄착 결과에 관심이 높았다. 로켓이 표적을 벗어나더라도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예비 사격 제원을 보정, 최종적인 사격 제원표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누누이 설명해도 그들에게는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사격 시험이 진행되면서 김용빈 연구원은 항공기의 사격 자세와 사격 패턴, 사격 직후의 기동 모델링에 관한 도움을 얻기 위해 윤정배 소령 등 탑건(Top Gun·최우수 사격수)의 영예를 안은 베테랑 조종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정교한 사격을 위해 사격 교범을 베개로 삼을 만큼 사격 교범을 철저히 꿰뚫고 있는 이들의 조언은 특히 탑건다운 실전적 사격 감각까지 더해져 더없이 훌륭한 참고가 됐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