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체계 연구개발은 자체 무기 체계뿐만 아니라 종합 군수 지원(ILS) 11대 요소가 동시에 개발돼야 한다. 무기 체계 개발 시작부터 폐기될 때까지 운용 인력과 교육·보급·정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기술 도서(자료)와 지원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다.

저속통제기 ILS 개발에는 무장·항공전자 계통 등 KT-1 기본훈련기에 추가된 신규 또는 수정된 계통뿐만 아니라 신뢰성·가용도·정비성(RAM) 분석, 대화형 전자식 교범 체계, 자동화 점검 장비(ATE) 개발 등이 더해져 있었다.

이 업무를 담당한 군수지원팀은 이미 KT-1 개발시 ILS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던 터라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한때 하영민 팀장의 퇴직과 핵심 연구원 세 명의 부서 이동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기도 했으나 체계공학 전문가인 신경수 박사를 비롯한 구조 설계·컴퓨터공학·전산 등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들이 충원돼 최적의 군수 지원 체계 개발을 위한 팀을 갖추게 됐다.

기술 도서의 경우 정비 요원용 정비 교범과 보급 교범, 조종사용 비행 교범 등 400여 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300여 종은 이미 개발된 KT-1기의 도서류와 공통으로 쓰이지만 100여 종은 신규로 개발해야 했다.

기술 도서는 분야별 설계·시험 자료, 군 운용 자료를 수집해 사용자 환경에 적합하도록 개발돼야 하는 만큼 설계자와 군수 지원 분석자, 그리고 기술 자료를 받은 기술 도서 개발자 사이에서 자료의 원활한 흐름이 중요했다. 총괄을 맡은 정나현 연구원은 이런 자료의 흐름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2002년 5월부터 기술 도서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면서 정비 절차 중 일부 항목의 위치와 단어의 적합성 등으로 평가자 측과 의견이 다른 경우가 발생할 때마다 회의를 통해 합일점을 찾아갔다. 부품의 장착과 탈거를 뜻하는 ‘장탈’이 그 대표적인 사례. 부대에서는 부품만 떼어 내는 상황에서도 장탈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굳어져 있었으나 ‘탈거’로 바로잡기도 했다.

이렇듯 개발자와 평가 요원 모두 때로는 각자, 때로는 같이 모여 앉아 내용을 한 줄씩 읽어 가며 셀 수 없을 정도의 협의를 통해 정확성과 함께 내용을 살찌우며 그 많은 양의 도서를 완성해 나갔다.

“지금까지 외국 교범이나 번역본을 보다가 우리 손으로 만든 항공기 비행 교범을 우리말과 글로 풀어 가는 과정은 정말 보람 있었습니다. 다만 외국어, 특히 관용으로 굳어진 한자말들을 더 좋은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정나현 연구원)

이 같은 교범은 과거에는 대부분 종이로 제작됐으나 최근에는 종이 없는 정비·보급 환경을 구축하는 추세에 따라 전자 교범(IETM) 형태로 개발이 요구됐다. 연구팀은 공군의 요구에 따라 당시 선진국에서 특정 무기 체계에 시범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첨단의 ‘클라스(Class) 4’ 수준으로 개발됐다.

‘클라스 4’ 수준의 전자식 기술 교범은 전자식 기술 교범의 콘텐츠를 파일 형태로 작성·관리·배포하는 ‘클라스 3’ 수준에 비해 콘텐츠를 미 국방 규격(MIL-PRF-87269)에 맞는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관리하고 인트라넷 또는 월드와이드 웹을 이용, 사용자가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 접속해 전자식 기술 교범을 이용할 수 있는 대화형 전자식 기술 교범(IETM : Interactive Electric Technical Manual)을 말한다.

그러나 ‘클라스 4’ 수준의 대화형 전자식 기술 교범의 개발은 국내에서는 아직 개발 경험이 없는 미개척 분야로 특히 미국에서도 일부 첨단 항공 무기 체계에 적용되는 정도의 첨단 기술이었다.

연구팀은 서울시스템(현 솔트웍스)과 함께 시범 시스템을 우선 개발했으나 성능 평가 과정에서 대용량의 기술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에서 문제점이 노출돼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변경하고 기술 정보 처리 단위를 조정하는 등으로 보완해 개발을 완료했다.

이 전자 교범의 기능적 우수성이 입증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외국과 공동 개발하고 있는 T-50 고등훈련기의 전자 교범 개발 도구 선정에서 외국산을 물리치고 채택·활용되는 파급 효과도 거두었다.

연구팀은 또 KAI와 LG이노텍(현 넥스1퓨처) 등 업체의 종합 군수 지원 담당자들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 국내 최초로 군수 관리 정보(LMI) 개념을 적용한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인 군수 지원 자료 관리 시스템(IOTA)도 개발했다.

이것은 설계 자료와 분석 자료를 직접 입력, 사용군이 요구하는 지원 요소 보고서를 사용군 표준 양식과 실무 양식에 맞게 출력하는 개념이다. 새로운 시스템이었지만 공군 평가관들의 평가는 사뭇 긍정적이었다. 특히 첨단 CAD 파일 처리 기술과 XML 편집 기술을 접목하는 성능 개량에 힘입어 전자식·일반 종이 교범을 동시에 통합 개발할 수 있는 ILS 종합 개발 전산 시스템으로 발전, 다른 연구개발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