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루피스 해군사령관은 1860년부터 1864년까지 4년에 걸쳐 자력으로 추진하는 어뢰를 고안한다. 그리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엔진 설계 기술자인 영국인 로버트 화이트헤드를 불러들였다.

화이트헤드는 이에 부응, 1866년 드디어 현대식 어뢰와 매우 흡사한 모양의 어뢰를 세상에 선보였다. 그의 이름을 따 ‘화이트헤드 어뢰’라고 명명된 이 어뢰는 길이 4m, 지름 35cm나 되는 거대한 무기였다.

어뢰 안에는 압축 공기 탱크를 넣어 이것이 어뢰의 프로펠러를 돌려 자력으로 추진되도록 했다.

또 공기 탱크 앞에 8.2㎏의 다이너마이트 폭탄을 실으며 뒤에는 어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심(水深) 조절 장치까지 부착했다. 시속 6노트(약 10㎞)의 속도에 180m를 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해군사령관에 의해 구상된 이 어뢰는 그러나 오스트리아가 인수하지 못했다. 영국이 독점 생산권을 사들인 후 배의 갑판에서 발사할 수 있으면서 12노트 속도로 275m 또는 9노트 속도로 1100m를 항주하는 어뢰로 개량했다.

이 유형의 어뢰는 각국에 전파돼 1877년 러시아군은 터키의 증기선 한 척에 두 발을 발사, 이 선박을 흑해에 수장함으로써 해상의 주도적인 무기 체계로 자리잡아 나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성능은 계속 개선됐다. 화이트헤드는 1889년 자이로스코프(gyroscope)가 응용된 항속거리 900여m에 29노트의 속력을 내는 것을 만들었으며 1899년 오스트리아의 오브리는 자동 조타 장치를 발명했다.

미국에서도 1889년 존 호월이 미국 최초의 어뢰를 개발한 이후 1901년 석유를 연소시켜 4- 실린더 엔진을 구동시키는 Mk- 5를 선보였다.

또 1904년에는 연료를 압축 공기로 연소시켜 피스톤·터빈을 회전시키는 가열 장치를 발명, 항속력을 높이기도 했다.

일본 해군은 러일전쟁(1904~1905) 중이던 1905년 5월7일 쓰시마(對馬) 해협에서 8척의 전함으로 구성된 러시아 함대를 맞아 대승을 거두는 가운데 어뢰의 위력을 증명해 보였다. 거센 포탄 세례에도 끝까지 버티던 러시아 함대의 기함(旗艦)인 수보로프함에 어뢰 네 발을 발사, 깊은 바다 속으로 침몰시켜 버린 것이다.

이후 어뢰가 해전에서 보다 본격적으로, 그리고 위협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아무래도 디젤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과 결합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의 잠수함(정)이 비록 어뢰를 장착했다고는 하지만 실전에서 쓰임이 없었다. 더욱이 중유를 사용하는 잠수함은 구름같이 하얀 배기 가스를 내뿜어 잠수함의 특징인 은밀성이 덜했다.

독일은 1912년 엔진을 디젤로 바꾼 후에도 제1차 세계대전 초기까지만 해도 어뢰를 이용한 잠수함의 능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 1914년 9월5일 독일의 U-보트가 잠수함으로서는 처음으로 어뢰를 이용, 영국 순양함 패스파인더를 격침한 뒤인 9월22일 U-보트 한 척의 우연한 활약을 보고서야 잠수함이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깨닫게 됐다.

이날 웨딩겐 중령이 지휘하는 U-9는 벨기에 해안을 순시하기 위해 독일 북부 킬 항을 떠났으나 나침반 고장으로 항로를 벗어나 북해 멀리까지 오게 됐다. 이때 축전지 재충전을 위해 해면 위로 부상한 U-9는 영국의 호그함·크레시함 등 세 척의 순양함을 발견하고 채 한 시간도 안돼 약 275m 거리에서 각각의 함에 어뢰 한 발 내지 두 발을 쏘아 이들을 침몰시켰다.

영국은 62명의 장교와 1397명의 수병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단 한 척의 U-보트에 의해 그같이 참패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특히 독일은 잠수함의 유용성을 높이 평가하기에 이르렀으며 1915년 이른바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펴 일주일 만에 13척의 상선을 침몰시켰다.

또 “독일 선박이 아니면 어떤 배라도 격침해도 좋다”는 명령이 있은 1917년에는 작전 가능한 50여 척의 잠수함이 한 달간 250여 척의 상선을, 그다음 달에는 430여 척을 격침했다.

그렇더라도 당시의 독일 어뢰는 1.5톤의 무게에 30노트의 속력으로 6~14㎞ 정도의 사정거리를 가진 G-7로서 발사 이후 그저 직주(直走)해 목표를 맞힐 뿐이어서 명중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