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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12)

어뢰는 발사함에서 목표물로 유도·공격케 하거나 목표물이 내보내는 음향을 추적, 공격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MK-44 경어뢰처럼 어뢰 스스로 수중을 항주하며 음파 신호를 쏘아(放射) 목표물에 부딪쳐 되돌아오는(反響) 신호를 따라 공격하기도 한다.

그런데 수중의 음파 신호는 목표물에만 부딪쳐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수면 또는 해저면에 의해서도 반향된다. 이때 바다 깊이 등이 충분하지 않다면 어뢰는 목표물에 반향된 신호보다 수면이나 해저로부터 반사되는 신호를 먼저 수신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뢰는 엉뚱하게도 목표물이 아닌 수면 또는 해저를 공격하게 된다.

1950년대의 기술로 개발된 어뢰는 이런 가짜 표적이나 복반사음(reverberation)을 제거할 수 있는 필터의 기능이 미약했다. 때문에 천해(淺海)에서의 오탐 확률이 매우 높아져 유효한 탐지거리도 상대적으로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미 해군은 70년대 베트남 통킹 만(灣)에서 MK-44 경어뢰의 천해 성능 시험을 수십 차례 실시해 이 같은 사실을 분석, 천해에서의 사용이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특히 미국의 방산업체 허니웰사는 천해 작전 능력 확보를 위한 MK-44 경어뢰 성능 개량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어뢰 연구팀도 MK-44 경어뢰를 한국 해역의 특성에 맞게 개량·개발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비록 ‘상어’를 통해 모방 개발의 성과를 거뒀지만 한편으로는 기술적 한계를 느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무기 체계를 해체, 역설계하는 등의 모방만으로는 그 무기 체계의 온전한 성능을 보장하기 어렵다.

ADD가 초기 ‘번개 사업’을 통해 박격포 등 다수의 기본 병기를 모방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밀도가 높은 무기 체계의 경우 얼마 못 가 성능에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20mm 벌컨포나 105mm 곡사포 등이 그러했다.

“어뢰도 일종의 미사일(유도 무기)입니다.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10여 명에 불과한 연구 인력으로 어뢰의 일부를 모방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해서 이것으로 즉시 전 체계를 독자 개발로 발전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선진국의 기술 도입이 불가피하죠.”(김영수 박사)

연구실장 김영수 박사 등 연구팀은 허니웰사와 공동으로 MK-44를 천해용으로 성능 개량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협의에 나섰다. 그 결과 81년 3월 ADD와 허니웰사는 천해 해역에서도 수중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음향탐지부는 허니웰사가, 천해에서 운용하기 위한 유도제어부 개조 부분은 ADD가 개발키로 하는 내용의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ADD 연구팀과 허니웰사는 1단계로 개발 가능성을 재차 확인하는 검토 연구를 1년간 수행했다. 허니웰사는 여러 가지 장비를 동원, 한국 주변 해역의 수중 음향 특성과 수심(水深)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들은 이를 ‘NISSM-Ⅱ’라는 수중 음파 해석 프로그램에 입력, 음향 탐지를 위한 주파수 선정과 복반사음 제거를 위한 필터 설계 등을 실시하고 천해용 음향탐지부의 하드웨어를 제작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ADD 연구팀 또한 제어 이론의 연구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유도제어부의 개조 가능성을 확인하고 시제(試製) 개발을 위한 2단계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개발 어뢰를 K744 경어뢰로 명명했다. 여기서 K는 Korea, 7은 해군용 무기 체계를 의미하므로 K744는 한국 해군용으로 개량된 MK-44 경어뢰라는 뜻이다.

이즈음 어뢰 연구팀에 구성 변화가 있었다. 국내 최초로 무유도 직진 어뢰 개발을 수행하다 독일 유학을 위해 퇴직한 송준태(宋俊泰·59·2체계개발본부장 역임) 박사가 81년 10월 재입소, 어뢰연구실장으로 K744 경어뢰 개발을 주관하게 됐다. 유도제어부는 김의형·이재명, 음향탐지부는 김응범·김영환·현덕환, 기계/추진부는 김용일·차상원·남문경, 전지는 백종성, 조립·시험은 김정식 등이 주축이 됐다.

그리고 초기부터 어뢰 개발 사업의 주 시제 업체였던 대한전선이 회사 사정으로 시제 업체 권한을 포기, 금성정밀(현 넥스원퓨처)이 K744 경어뢰 개발 사업의 주 시제 업체가 됐다.

2단계 시제 개발은 미국과 한국에서 순조롭게 착수됐다. 다만 음향탐지부의 체계 사양을 도출, 상세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허니웰사가 개발하는 음향탐지부와 ADD 연구팀이 개조할 유도제어부 간의 인터페이스가 사양서에만 규정돼 있고 별도의 시험 절차가 없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당시 K744에 대한 시험 평가는 키포트에서 2주 동안 수행하도록 돼 있었다. 만약 음향탐지부·유도제어부, 두 부체계를 조립한 후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성능 시험 평가에 들어간다면 2주라는 짧은 시간 내에 시험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두 부체계를 조립한 뒤 사전에 점검·보완할 수 있는 별도의 계획이 필요한데 허니웰사의 예산적·기술적 지원이 요구되는 상태였죠. 마침 김응범 연구원과 함께 허니웰사에 상세 설계차 출장 중이었는데 영업 담당자가 저녁 식사에 초대했습니다.”(김의형 책임연구원)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

2005-07-18 19: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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