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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13)

김의형·김응범 연구원을 초대한 영업 담당자는 이름을 기억할 수 없지만 신장 190cm가 넘는 거구였다. 사전에 체계 종합 인터페이스 시험 문제를 어떻게 꺼낼까 하는 생각에 김의형 연구원은 스테이크를 제대로 씹지도 못했다. 기회를 보다 한 가지 양해를 구할 게 있다며 조심스럽게 요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이 영업 담당자는 “그것은 계약 외의 사항이고 허니웰사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반 이상이나 남은 스테이크를 더 먹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식사 중에는 그런 비중 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식사 예법이었다. 한마디로 결례를 단단히 한 셈인데 그 영업 담당자는 그 후 김연구원과의 토의조차 거절하곤 했다.

김연구원은 최후 수단으로 음향탐지부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사업관리자(PM)를 만나 경위를 설명했다. 음향탐지부를 납품받기 전에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유도제어부와 결합, 체계 종합 시험을 해야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요지였다. 하지만 이 PM 역시 “계약 외 일”이라며 거절하면서 “혹시 한국 측 유도제어부 때문에 음향탐지부의 회로가 타 버린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연구원은 재빨리 이 말을 되받았다. “허니웰사가 아무리 음향탐지부를 잘 만들어도 유도제어부와 잘 결합돼야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음향탐지부를 우리에게 팔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도 당신네도 실패다. 설령 시험할 때 문제가 발생해도 허니웰사의 높은 기술력과 우리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년에 가까운 그 PM은 젊은 김연구원의 이야기가 애처로웠는지 어땠는지 결국 승낙하고 추가 예산 없이 시험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키로 하고 담당 팀장을 불러 계획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개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이를 우선 해결해 놓으려는 김연구원의 이 같은 노력은 K-744의 성공적 개발과 직접 연결돼 있음을 나중에 시험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사실 국제 협력에 의한 기술 개발은 철저히 돈과 연관돼 있는데 추가 예산과 기간 소요 없이 시험이 가능토록 조치해 준 그 PM은 보기 드문, 참으로 고마운 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돈 시트모어였던 것 같아요.”(김의형 책임연구원)

K-744 어뢰 개발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 해군이 실제 운용할 어뢰를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었으므로 허니웰사가 공급할 음향탐지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부품을 국산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유도제어부의 전자 장치는 물론 몸체, 추진 전동기, 기어 박스, 추진 축계, 동력원인 해수전지(海水電池), 그리고 수십 종류의 고무 O-링까지 국내에서 제작해야 했다. 지금 국내 기술 수준으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기술적 시행착오 없이 쉽게 제작될 수 있는 부품은 하나도 없었다.

제어부 회로판 등 전자부와 몸체·기계부 부품 등은 그동안 축적된 기술로 비교적 용이하게 국산화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어뢰 수밀(水密)을 위해 완벽한 품질이 요구되는 고무 O-링이나 막대한 은(銀)이 소요되는 마그네슘 염화은 해수전지 등은 연구팀과 대구 평화산업㈜, 광주 로케트전기㈜의 현장 기술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렇게 국내에서 힘들여 제작한 2기의 어뢰(음향탐지부 제외)와 해수전지 12조, 그리고 분해 조립시 사용될 수십 종의 O-링 등이 1983년 5월로 계획된 수중 발사 시험을 위해 워싱턴 주 키포트에 위치한 미 해군 수중병기센터(NUWES) 시험장으로 운송됐다. 그리고 개발 책임자인 송준태 박사와 김응범·이재명·김정식 등 연구팀 4명이 시험준비팀으로 각종 육상 시험과 최종 정비·조립, 그리고 10회에 걸친 발사 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미 해군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준비팀은 허니웰사가 제작한 음향탐지부 2조와 국내 제작 어뢰 체계를 결합해 체계 연동·성능 검증 등 각종 육상 시험을 준비해 나갔다. 미 해군 수중병기센터는 단지 육상 시험을 위한 시설 제공과 지원만을 책임지고 있었으므로 육상 시험에서 발견된 다양한 기술적 문제들의 원인을 규명하고 수정·보완하는 일은 시험준비팀이 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시험준비팀은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에 직면했는데 그 중 하나는 어뢰의 추진 전동기가 회전하면서 발생되는 기계적 소음을 음탐부에서 얼마나 차단하는지를 파악하는 시험에서 발견됐다.

1983년 6월7일, 이 시험을 하기 위해 다이너모미터(동력계)에 어뢰를 고정시키고 추진 전동기에 풀 파워(full power)를 인가하기 위해 전지를 활성화하는 순간 허니웰사가 제작한 음향탐지부에서 커다란 스파크가 발생, 전동기가 회전을 중지하고 말았다.

시험준비팀은 혹시 국산 전지나 추진 전동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 온종일 원인 규명을 위해 노력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전력 트랜지스터의 단자와 새시 간에 절연시키는 절연지가 트랜지스터를 너무 세게 조립하면서 찢어졌고 이로 인해 전원선이 단락된 것에 원인이 있음을 발견하고 안도할 수 있었다.

추진 전동기 소음이 음탐수신부에 간섭 효과를 주는 문제도 발견돼 이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같이 원인을 규명하고 보완·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시험준비팀은 허니웰사 사업관리자와 사전 체계 종합 시험을 협의해 놓은 김의형 연구원의 노고를 새삼 떠올렸다. 그리고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기술적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깨치면서 향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독자적인 역량으로 어뢰를 개발할 때 피가 되고 살이 될 갖가지 전문 기술을 배양할 수 있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

2005-07-25 18: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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