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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18)

사업 책임자(Project Manager)를 맡게 된 어뢰연구실장 박성희 박사, 그리고 김응범·현덕환·이재명·안창범 등 1970년대 말부터 어뢰 개발을 함께해 온 고참 연구원들이 자리를 함께한 회의장은 이미 담배연기로 가득했다.

연구 개발 동의서(LOA)가 확정되면서 연구팀은 차후 사업 진행 단계인 국방부로부터 사업 승인(계획)과 집행 승인(예산)을 받기 위해 먼저 사업 예산과 연구 인력·기술 확보 방안, 기술 개발 계획과 추진 과정 등을 담은 체계 개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야 했다.

1989년 8월16일에 마련된 이 회의는 바로 이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응범 연구원 등 각 연구원은 맡게 될 전공 분야가 각기 달라 어뢰를 구성하는 구성품 단위별 개발 방안과 인력 확보·배치 방안 등을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회의를 진행하던 박성희 박사가 문득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한마디 던졌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중어뢰를 만들 수 있을까?”

이게 웬 날벼락 같은 발언인가. 네 명의 연구원은 그들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그냥 던져 본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도 곧 깨달았다. 박성희 박사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제 사업이 시작된 거나 다름없는 마당에. 지금 포기하겠다는 겁니까. 게다가 이 사업을 하겠다고 끌어 온 사람이 누군데….”

김응범 연구원의 목소리가 작은 사무실 벽을 울렸다. 이어 현덕환·안창범 연구원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말라’고 덧붙였다. 박성희 박사의 얼굴은 변할 줄 몰랐다. ‘성공적인 개발’을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 분명했다. 분위기는 한마디로 험악해져 버렸다.

이재명 연구원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음향 탐지 부문은 김응범이, 유도 제어부는 안창범이, 추진 전지는 추진동력실에서 담당하고 탄두는 탄두개발실이 책임지고 할 테니 실장님은 체계종합과 모델링과 시뮬레이션(M&S)을 해 주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중어뢰 개발 추진을 주도해 온 박성희 박사가 한 발 뒤로 빼고 사업 추진 전에 ‘우리 기술에 비해 다소 앞서고 있는 거 아니냐’며 머뭇했던 연구원들이 오히려 더 적극성을 띠는 그런 형국이 돼 버렸다.

마침내 박성희 박사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갑자기 연구 노트를 확 펼쳐보였다. “좋습니다. 그럼 여기에다 각자 ‘각오’를 쓰고 서명합시다.” 김응범 연구원 등은 지체 없이 노트 한 쪽씩에 크게 각오를 써 나갔다. ‘우리 손으로 만든 어뢰가 우리의 바다를 지킨다’라고.

그동안 중어뢰를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던 박성희 박사는 이때 무슨 의도로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말을 했을까.

“우스갯소리로 ‘겁’이 나서 그랬다는 것도 일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거예요. 저도 사업책임(청상어)을 맡아 지난해 종료했지만 장장 10년은 수행해야 할 장기적인 프로젝트에 부담감이라든가 두려움이 없을 수 없지 않겠어요? 하지만 의도는 연구진의 뜻을 분명히 하고 결집하자는 것이지요. 도원결의(桃園結義)라고 하면 거창할까요?”(이재명)

이후 소형 잠수함 돌고래 개발팀 소속이었던 전완수 연구원이 합류하면서 어뢰연구실은 체계 관리, 체계 분석, 체계 시제, 시험평가·군수지원팀으로 진용을 재구성해 연구개발비와 보충 인력의 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 지휘부와 적지 않은 마찰을 빚었다.

당시 지휘부는 150억 이상은 획득이 불가하다며 그 선에서 개발을 추진할 것을 지시한 반면 어뢰 사업추진팀이 추정한 연구개발비는 300억 이상 소요되는 것이었다.

150억 이상의 차이를 조정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더욱이 어뢰연구실의 연구 인력은 10명 남짓했으므로 사업추진팀은 36명의 인력 충원을 요구한 상태였다. 연구 인력의 문제는 예산과 함께 향후 연구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까닭에 지휘부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때 합동참모본부에 근무하는 남무열(해사33기·현 해군병기탄약창장) 해군소령의 역할이 컸어요. 김영수 본부장을 비롯해 여러 간부가 모인 자리에서 인력 증원의 타당성을 연구팀보다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면서 인력 증원에 관련 기관 모두가 협조하자고 강조했는데 협의가 잘 마무리됐습니다.”

사업 계획서 제출은 그해 11월 말까지가 시한이었다. 사업추진팀은 3개월 동안 300억에 달하는 계획서를 작성해야 했다. 먼저 할 일은 총 사업 기간인 8년 6개월짜리 PERT(Program Evaluation & Review Technique : 계획관리 방식) 작성이었다. 연구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연구실 벽 한 쪽 면에 흰 종이를 붙이고 총 사업 기간의 PERT 작성을 했다.

수 백 가지의 중요한 활동 내역도 확정되면서 500여 쪽에 달하는 사업 계획서 작성도 활기를 띠었다. 워드프로세서 사용이 용이치 않았던 시절, 여직원을 긴급 채용했는데 야근이 필수이던 시절이라 그의 집이 연구소 근처인 것이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연구진은 자료 작성팀·예산 계산팀·자료 검토팀 등으로 나뉘어 매일 밤 2~3시까지 3개월간 작성과 보완·수정 등을 거듭했다. 밤 10시에는 야식을 겸한 그날의 진척 사항을 점검하는 회의를 갖기도 했다. 이렇게 작성된 사업 계획서는 국과연 운영위원회, 연구업무심의회를 통과해 11월 초에 국방부에 접수됐다.

“완벽을 기한다고 했는데 시제 가격에 ‘0’이 하나 빠져 1억 원짜리 시제 가격이 1000만 원으로 작성된 것이 훗날 발견돼 곤란을 겪기도 했어요. 업체에서 이의제기 없이 이를 그대로 수용해 줬습니다.”(박영일 연구원)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

2005-08-29 17: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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