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이 유난히도 기록적으로 더웠던 날로 기억하는 1994년 7월29일. 연구팀은 물론 돌고래 함장 이진규 소령(현재 대령)을 비롯한 돌고래 승조원들도 최초의 국산 중어뢰를 발사한다는 자부심을 안고 예행 연습과 모의시험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돌고래에 백상어를 장전하고 프리세터로 점검한 후 이날 남해 B 구역에 이르러 잠항, 발사 전 검사를 마쳤다. 이어 발사관에 물을 채우고 백상어 전원 입력, 데이터 입력 등 일련의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다. 이윽고 모함인 선진호에서 발사 허가가 떨어지고 카운트다운과 함께 프리세터의 발사 버튼을 눌렀다.

백상어는 힘차게 기동했다. 조용했다. 백상어의 ‘휘이잉’하는 추진 소음이 들렸을 뿐이었다. 이어지는 소리, ‘쿵 휘이잉~’ 이게 웬 소리인가? ‘잘못됐다’는 판단이 들자마자 돌고래는 즉시 부상해 선진호와 교신했다. 발사된 백상어가 수면 위로 부상한 후 물 속으로 들어간 다음 그 인근에서 뿌연 흙탕물이 올라온다고 전해 왔다.

돌고래 선수(船首)로 가 살펴보니 발사관 끝쪽에 백상어의 방향타 일부가 끼어있었다. 즉 백상어는 발사된 후 발사관과 훼어웨이캡 사이의 틈새(국방과학연구소 개발팀이 최초 설계 제작한 돌고래 1번 함과는 달리 선형을 바꾸어 후속 생산된 이 돌고래는 이 틈새 구간이 길었고 이것이 원인이었다)를 통과하면서 방향타가 부서진 것이었다.

이에 따라 백상어는 조종 불능 상태가 되면서 수면으로 솟구쳐 올라왔다가 이내 바닷물 속으로 숨어 버렸다. 수심이 20여m에 2m 정도의 두꺼운 뻘로 이뤄진 해역. 백상어는 계속 돌아가는 추진기에 의해 뻘로 박히면서 시커먼 흙탕물을 일으킨 것이었다.

해군 EOD 대원들이 백상어 회수를 위해 곧바로 입수했지만 백상어를 찾지 못했다. 대신 독성이 있는 해파리에 몸 곳곳을 쏘여 허벅지 같은 곳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더 이상의 잠수가 불가하다는 판단 아래 연구팀은 이곳에 부표를 내려 놓고 회항했다. 어선 한 척이 그곳을 지나는 것이 목격됐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튿날 백상어 회수를 위해 시험 장소로 나갔다. 그런데 부표가 보이질 않았다. 누군가 그 부표를 잘라가 버린 것이다. 바다에서 위치라는 것은 항해도나 GPS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선진호의 GPS 자료를 근거로 수중 탐색 소나를 갖춘 해군 함정의 지원을 받아 근 2주간을 이 잡듯이 찾았다. 하지만 없었다. 모두가 ‘백상어 어디로 갔나’를 읊조리듯 탄식했다.

74년 어뢰 개발 당시 KT75 분실 이후 처음으로 겪는 뼈아픈 사건에 모두 망연자실했다. 비록 이 사건을 계기로 후속 생산된 돌고래 발사관의 정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큰 교훈을 얻고 이후 발사관을 개량해 발사 시험은 순조롭게 진행했지만 그 대가는 너무 쓰고 아팠다.

연구팀은 선행시험 평가 종료에 따라 8월9일 시험 결과를 국방부에 보고하고 해군과 작전요구 능력(ROC-Ⅱ) 작성에 들어가 9월28일 실시한 제94 - 8차 해군 무기체계실무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때 해군은 유도무기인 어뢰 성능에 명중률을 표기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명중률을 규정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국과연과 해군은 기술적인 검토, 외국의 사례 검토, 시험평가 때의 확인 방안 등 전반적인 협의를 가진 끝에 ROC -Ⅱ에 명중률을 포함시켜 합참에 보고했다. 또 해군무기체계실무위원회의 결과를 기본으로 실용 개발 계획서를 작성, 94년 10월9일 국방부에 제출했다.

ROC -Ⅱ는 이듬해인 95년 1월7일 합참 무기체계심의회에서 확정됐다. 또 국방부는 95년 1월16일 획득심의회, 2월11일 전력정비위원회(전정위)의 심의를 거쳐 실용 개발 계획을 승인함으로써 연구팀은 실용 개발 단계에 돌입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