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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원자력 (2)

◆ 원자폭탄을 산업에 이용

방사능이라는 복병 때문에 애물단지가 될지도 모를 원자력의 산업화에 물꼬를 튼 것은 원자력 잠수함이었다. 학자들이 물이나 용융된 금속을 냉각재로 사용하여 원자로를 제어하기만 하면 전기 생산이나 난방을 위해 많은 열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자 잠수함용 동력원으로 원자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했다.

잠수항속시간(거리)은 잠수함의 중요한 성능이다. 석유연료를 사용할 경우에는 연료보급을 빈번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연료의 연소에는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해면으로 떠올라 공기를 공급해야 하므로 잠수항속거리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므로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하면 1년 이상 연료교환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연료의 연소에 산소가 필요 없기 때문에 잠수시간이 비약적으로 증가된다. 가압경수로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원자력잠수함인 노틸러스 호가 1954년 1월에 진수하여 1955년 1월 17일 항해 시험에 성공했다.

원자력잠수함이 성공적으로 개발되자 상업용 발전에 원자력을 이용하려는 계획이 급속도로 추진된다. 군비확장경쟁과 원자력의 군사이용에 따르는 반발을 누그러뜨리는데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펜실바니아 주 쉬핑포트에서 1957년 12월 미국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가 상업운전에 성공하였다.




[사진설명] 세계 최초의 원자력잠수함 노틸러스호, 잠수함은 원자력을 산업화에 이용한 최초의 개발품이다.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의 최소 크기를 임계 크기라고 하고, 이때의 질량을 임계 질량이라고 한다. 만약 핵분열이 가능한 물질의 질량이 임계 질량 이상이 되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원자폭탄은 핵분열 물질을 임계 질량이 되지 않는 두 개의 덩어리로 배치한 다음 어느 순간 그 둘을 갑자기 합쳐 임계 질량을 넘도록 하는 것이며, 이 과정을 조절하여 전기 발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이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의 기본 개념은 모두 비슷하다. 모든 발전소는 터빈에 연결되어 있는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어낸다. 이때 터빈을 돌리는 동력으로 물을 이용하면 수력발전소가 되고 화력을 이용하면 화력발전소, 원자력을 이용하면 원자력발전소가 된다.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소도 그 원리만 놓고 보면 크게 복잡할 게 없다. 일반적인 화력발전소는 보일러에다 석탄 또는 석유 등의 화석 연료를 태워서 얻은 열로 물을 끓인다. 거기서 나온 수증기를 가지고 터빈을 돌리고, 이 터빈이 다시 발전기를 돌림으로써 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원자력발전소는 불을 때는 것이 아니라 핵분열을 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물을 끓인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원자로가 화력발전의 보일러 역할을 담당한다. 원자로는 우라늄이 핵분열하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도록 만들어진 우라늄 전용보일러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요소 중에서 감속재, 냉각재, 반사재 및 차폐제로 다양하게 두루 활용되는 것이 바로 물이다. 물은 열용량이 크고, 냉각재를 순환시키는데 필요한 펌프의 동력이 적게 들며, 질량이 작아서 감속 작용이 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값이 싸다.

원자로에서는 물이 100도에서 끓어 버리면 곤란하다. 그 정도 온도로는 급수를 데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청난 압력을 걸어 주면 100도가 넘어가도 물은 수증기로 변하지 않고 계속 액체로 남아 있게 된다. 이렇게 보통 물(경수)에 100배 이상으로 압력을 가하여 끓지 않도록 만든 원전을 ‘가압경수로' 원자력발전소라고 부른다. 한편 보통의 수소보다 두 배가 무거운 중수소와 산소가 결합한 중수를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하는 발전소를 ‘가압중수로' 원자력 발전소라고 한다.

경수형 원자로는 자연 상태에서 채취한 천연 우라늄의 농도를 3∼4퍼센트 정도로 높인 저농축 우라늄235를 사용해야 하지만 그 대신 냉각재와 감속재로 경수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비해 중수로는 우라늄235가 0.7퍼센트 포함되어 있는 천연 우라늄을 그냥 원료로 쓸 수 있으며 연료를 교체하기 위해 원자로의 가동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수를 사용해야 하므로 가격이 매우 비싸다.

그래서 대부분의 원자력발전소는 경수형 원자로로 건설되며 한국의 경우도 경수형 원자로가 주력을 이루고 있다. KEDO의 주도하에 북한 신포시에 건설하던 신포원전도 물론 경수형이라고 ‘한국형원자력발전소’를 계획했던 이병룡 박사는 설명했다.




[사진설명] 월성 원자력발전소,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는 경수를 사용하지 않고 중수를 사용하므로 중수로라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료에 의하면 2004년 1월 말 현재 31개 국가에서 총 4백42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현재 27기가 건설 중) 설비용량은 3억6천3백82만 킬로와트이다. 원자력발전은 전 세계 총발전량의 16퍼센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은 1백4기, 프랑스는 59기, 일본이 54기를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압경수로형으로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4기, 영광원자력발전소에서 6기, 울진원자력발전소에서 5기(6호기는 2005년 6월 상업운전 예정) 총 15기가 운전되고 있으며 가압중수로형으로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4기를 가동하여 총 19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용하고 있다. 총 19기의 원자력 발전소에서의 출력은 1,585만 킬로와트로 한국의 총 발전량 중에서 40퍼센트를 담당하고 있다.


◆ 최악의 원전사고는 검증되었다

어느 기계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많이 있다. 원자력발전소도 예외는 아니다.

1986년 4월 구소련의 체르노빌(Chernobyl)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체르노빌 원전단지는 지리적으로는 우크라이나공화국 수도 키에프 북방 90킬로미터, 벨라루스공화국과의 접경지역으로서, 곡창 우크라이나 평원 중앙부에 흑해로 흘러드는 드네프르강의 지류인 프리피야트 강변에 위치한다.

체르노빌원전에서의 폭발사고는 발전소의 비상대책을 점검하기 위한 실험도중에 일어났다. 원래는 소외전원 상실 후 디젤발전기에 의한 비상전원 공급개시까지 걸리는 시간동안 충분한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가를 실험할 계획이었다.

실험 계획에 의하면 열출력 1000MW 정도로 운전하다 원자로를 정지하고 계획된 실험이 실시되어야 했다. 그런데 운전원의 운전미숙으로 인해 냉각수의 유량이 증가하여 증기압이 감소했는데 운전원은 저증기압 신호에 의한 원자로정지를 방지하기 위해 원자로 자동정지계통을 꺼버린 것이 결정적인 사고의 원인이었다.

체르노빌 당국은 발전소 직원, 소방대원, 긴급 작업자 등 다량 피폭 우려자 499명을 후송하여 검진한 결과 237명에게서 급성영향이 진단되었으며 이중 28명이 사망하는 등 기타 사망자 3명을 합하여 모두 31명이 사망하였다.

원전 사고에서 관련자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방사선에 인체가 노출되었을 때 치명적인 백혈병이 증가한다는 가설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소련 당국도 백혈병 증가에 촉각을 세우고 계속 추이하여 결과를 발표했다. 이재기 박사의 글을 이용한다.




[사진설명]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전경,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에서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나 방사능이 유출돼 몇 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370만 명의 오염지역 거주민과 초기 2년간 정화작업자 20만 명 중 각각 200명 정도의 백혈병 환자가 사고 후 10년 동안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실제 역학조사 결과는 기저 발병률에 머물렀다. 백혈병에 대한 역학조사는 체르노빌사고로 인한 방사선 피폭과 실제 백혈병 발생빈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사고로 인한 백혈병의 증가는 인지되지 않았으며 이것은 아동 갑상선암을 제외한 다른 암에서도 같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쓰리마일(Three mile)섬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원자로 내부가 파괴되어 원자로의 방사능물질이 누출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은 원자로에 공급되던 냉각수의 급수계통 이상이었다. 또 1차 급수계통에 고장이 나면 보조 급수계통에서 냉각수를 공급하게 되어 있었으나 보조 밸브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 후 5일 동안 발전소에서 방사능 물질을 계속 방출되어 주변을 오염시켰다. 사고가 일어나자 우선 임산부와 아이들에게 피난 권고가 내려지고 23개 학교가 폐쇄되었다. 또 인근 주민에 대해서도 긴급 대피명령이 내려졌으며 이 사고로 사고 지점에서 반경 80km 내에 거주하던 주민 200만 명이 이 방사능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미국의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은 2000년 4월, 1979년에 발생한 드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1992년까지 13년 동안 인근 주민 3만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암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당시 유출된 방사능과 주민 암 발생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체르노빌과 드리마일 원전의 사고는 역설적으로 최악의 원전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돌일 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로도 제시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들 사고를 참고삼아 보다 안정성을 강조하여 추후에 건설된 원전에서는 원전사고로 인한 부작용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사실 방사능의 부작용에 관한 한 원자력발전소 측의 주장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 환경문제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는 뉴질랜드의 예를 케이스 로케트의 설명을 인용한다.

‘뉴질랜드의 흡연 인구는 약 320만 명으로 해마다 약 1000명이 폐암으로 사망하는데 이는 위험도로 볼 때 해마다 0.0033에 달한다. 미국에서도 하루에 한 갑 이상씩 담배를 피우는 2,200만 명의 애연가 중에서 75,000명이 죽는데 이는 위험도가 해마다 0.0034이며 일부 학자들은 담배 한 개피가 약 13분의 생명을 단축시킨다고 주장한다.




[사진설명] 원자로 구조.


그런데 뉴질랜드에 사는 사람들은 해마다 약 17mSv(1 sieverts = 1J/kg, 방사능 측정단위로 단위 질량 당 흡수된 에너지의 량)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한 번에 90Sv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인체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으며 22Sv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심한 질병을 앓게 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평균적으로 17Sv의 방사선에 노출된 24,000명이 치료를 받았으며 이들 중 81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원자폭탄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 경우에는 20명). 이 병은 방사선에 노출된 후 5년 간의 잠복기를 가지며 20년 간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20년만 지나면 더 이상 위험이 없다고 판정).

그러므로 뉴질랜드인이 1년 간 평균적으로 17mSv의 방사선을 흡수하므로 20년 간 흡수한 총량은 0.34Sv이며 이를 개인적 위험도로 계산하면 0.0000056이 되어 흡연에 의한 위험도의 1/600이다. 만약 벽돌로 만든 집에서 살고 있다면 벽돌을 구성하고 있는 미량의 방사성 원소에 의해 매년 5mSv의 방사선을 더 많이 흡수하며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집에 살 경우는 더 많은 방사선을 흡수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핵발전소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방사능으로부터 큰 위험을 느끼지 않는 것은 발전소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의 양을 1mSv보다 작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년 담배 한 개피를 피우는 위험도와 같은 수준이다.‘

한국인들은 방사능이라면 일단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연상하곤 한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가 바로 원자폭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핵폭탄이 터진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엄청난 방사능에 피폭된 것이 아니라면 방사능으로부터의 피해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원자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원자력시설을 선호하는 외국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핵폐기물(수거물) 처리장이다.

원전폐기물이란 원자력의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어느 기계를 작동하더라도 폐기물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동차의 경우 엔진오일을 정규적으로 교체해주어야 하며 성능이 좋은 보일러의 경우에도 재가 나오므로 정기적으로 청소해준다. 원자력 발전소도 이와 마찬가지이지만 원자력발전소의 속성상 폐기물에 방사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크게 두 가지 폐기물이 나온다. 하나는 작업복, 공구, 필터, 이온교환수지 같은 방사능 준위가 낮고 포함하고 있는 방사성물질의 반감기(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가 짧은 중‧저준위 원전폐기물이다. 다른 하나는 방사능 준위가 높고 플루토늄 등 반감기가 긴 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는 사용후연료이다.

원전폐기물은 그 형태에 따라 기체, 액체, 고체의 세 가지로 나눈다. 기체폐기물은 일단 밀폐탱크에 저장한 후 방사능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고성능 필터를 거쳐 대기로 내보낸다. 액체폐기물은 저장조에 모았다가 증발장치를 이용해 깨끗한 물과 찌꺼기로 분류한 후 물은 재사용하고 찌꺼기는 안정된 고화체로 만들어 철제드럼에 넣어 밀봉해 저장한다. 고체폐기물은 압축해 역시 철제드럼에 넣어 밀봉상태에서 저장한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고체폐기물을 어디에다 저장하느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원전수거물 영구처분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원전폐기물은 발전소 내 임시 저장고 등에서 저장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임시저장시설이 오는 2008년 단계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므로 그 전에 영구대책을 마련하려는 과정에서 원전반대측과의 마찰이 발생한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1969년부터 25년간 방사능 폐기물 처분장이 운영되어 온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의 유명한 휴양지 셀부르 부근의 라망쉬 마을은 바닷가재로 유명하다(1994년 용량포화로 운영을 종료). 그러나 처분장이 운영되면서 관광객이 더 많아져서 바닷가재와 생선이 훨씬 더 잘 팔렸으며 주민들의 소득이 32퍼센트나 늘었다고 한다. 특히 이 지역은 젖소 목장으로도 유명한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전 프랑스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설명] 프랑스의 대표적인 휴양지 셀부르 항구, 프랑스의 유명한 휴양지 셀부르는 인근 라망쉬에 있는 핵재처리 시설을 프랑스의 대표적인 원자력 발전 관광지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프랑스는 라망쉬에 이어 파리에서 동남쪽으로 1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내륙 평지인 로브 처분장을 건설하여 현재 운용 중인데 주변의 마을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와 샴페인은 세계적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스웨덴의 포스마크 처분장이 있는 발트해의 처분장 앞 바다에서는 가자미가 많이 잡힐 뿐만 아니라 물개의 낙원이기도 하다. 이곳 물개의 숫자 역시 지난 10년 사이에 42.5퍼센트나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원전 폐기물 처리에 있어 원전 측과 환경단체 등 반원전단체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양측에서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원전 측에서는 원자력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며, 반원전단체들이 제기하는 원전 운영 및 원전수거물 처리의 안전성도 현재의 기술로도 안전하게 운영, 관리할 수 있으며 향후 기술의 발달에 따라 원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반핵 또는 환경 단체에서는 원전의 안전성이 확보된 것이 아니라 인류가 관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원전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원전수거물은 인간을 비롯한 제반 환경에 치명적인데다가 사회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물질이임이라고 강조한다.

양측의 주장에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일반 국민들도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을 보면 원자력은 여하튼 문제점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예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 지역이 원전 또는 원전수거물 부지로 선정되는 것에 대하여 대체로 부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문제 해결을 위해 전혀 손을 놓고 있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 문제가 아직까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유연백 박사가 명쾌하게 설명했다.




[사진설명] 원전폐기물 처리과정.


첫째는 과거에 원자력에 관한 한 전문가 중심의 일방적 결정으로 진행되는 등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가 확립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간의 추진 과정은 지역 주민이나 환경 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사전에 폭넓게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보다는 정부가 소수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공권력이나 행정력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원전 정책의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이나 갈등 관리 등 인문·사회적 측면을 배려하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즉, 지나치게 단기간 내 부지 선정을 추진함으로써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공권력에 의존하게 되는 문제를 반복하게 되었다.

셋째는 갈등 문제를 이성적 토론과 대화로써 해결해 나가지 못하고 대결 국면으로 치닫게 되는 사회적 성숙도가 높지 못하고, 이러한 국가적 갈등 문제를 풀어갈 제도적인 갈등관리 시스템도 확립되지 못하여 제도나 중재에 의한 해결을 원천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는 원인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즉,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권위 있는 중재자나 조직을 갖지 못함으로써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의 해결을 기대할 수 없어 극단적인 갈등과 투쟁 일변도로 치닫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나 영국, 스웨덴 등 소위 선진국인 경우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나 핵폐기물 처리장 때문에 한국처럼 문제점이 제기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불가사의라면 불가사의한 일이다.

선진국 중에서도 한국과 같이 에너지 자원이 빈약한 경우 원자력 발전소 등을 건설한다고 할 때 한국보다 더 큰 소란 사태가 일어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한국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각 국 정부에서 에너지 사정은 물론 원자력에 대한 실상을 정확히 사전에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데다가 국민들이 정부 정책의 투명성과 그들의 발표를 사실대로 믿기 때문이다. 더구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선진국의 경우 원자력에 관한 시설이 자기 지역에 들어서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므로 반대하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시설 유치를 위해 노력한다.



이종호(과학저술가)

<이종호 님>은 1948년생. 프랑스 뻬르삐냥 대학교에서 건물에너지 공학박사학위 및 물리학(열역학 및 에너지) 과학국가박사로 88년부터 91년까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해외연구소소장(프랑스 소피아앤티폴리스)과 92년부터 이동에너지기술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 <세계를 속인 거짓말>, <영화에서 만난 불가능의 과학>, <로마제국의 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다수

< 출처 : 국정브리핑, 2005. 3. 30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3-30 1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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