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쥐잡기 대회, 담배만들기 대회, 교통정리 대회, 교련실기 대회, 통신경기 대회, 우량아 선발대회…. 지금 들으면 이름도 생소한 별난 경기들이지만 이 속에는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당시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를 살찌우는 게 모든 부모들의 소원이었던 60~70년대까지만 해도 우량아 선발대회는 국가적인 관심사였다. 1971년부터 남양유업과 문화방송이 공동 개최한 ‘전국우량아선발대회’는 제1회 대회에 총 1830명이 각 시·도별 예심을 거쳐 출천하는 등 경쟁도 치열했다.

이 대회로 사람들은 ‘분유를 먹어야 튼튼해진다’는 확고부동한 인식을 갖게 되었는데, 요즘 간혹 열리는 우량아 선발대회가 모유 홍보를 위해 열리는 것과 비교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1954년에는 문화공보부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연 기능 보유자들을 수소문해 연날리기 대회를 여는 등 민족문화 계승을 위해 정책적으로 연날리기를 장려했다. 1956년 6월25일 열린 제1회 전국연날리기 대회에는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참석, 직접 연을 날리기도 했다.

쥐잡기 운동도 1970년대까지 중요한 국가사업 중 하나였다. 1954년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쥐잡기 운동이 시작돼 전국민 쥐잡기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초중고교 학생들은 쥐꼬리를 잘라 학교에 가져가 검사를 받았다.

편지분류, 전화선 잇기, 전화교환, 도장찍기 등 체신종합원의 기술향상을 위해 체신부 주최로 매년 개최된 전국 통신경기대회도 지금은 낯선 풍경 중 하나이다. 50년대에는 전국 각 시·도에서 선발된 교통순경들이 참가해 전국교통정리 경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금이야 컴퓨터의 보급으로 구시대 유물이 됐지만 타자경기대회도 60~70년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요즘 열리는 핸드폰 문자메시지타자대회는 달라진 세태를 잘 대변해준다.

학생들은 주로 주산경기대회에 참가해 가감산, 곱셈, 나눗셈 등 종목별로 경합을 벌였다. 주산은 70~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다 어느 순간 사라졌는데, 최근 들어 다시 암산능력을 키우고 지능계발에 도움이 된다며 주산열풍이 불어 암산올림피아가 열리기도 했다.

연초공장에서 뽑힌 남녀직공들이 담배를 말고 빠른 속도로 담뱃갑에 넣어 포장하는 담배만들기 대회도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70년대에는 ‘호국학도로서 국가안보에 대한 의식을 드높이자’는 취지아래 매년 교련 실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제는 모두 추억 속으로 사라진 옛 풍경들이다.




[사진설명] 을지로 입구에서 열린 제2회 전국교통정리 경기대회에 참가한 교통순경들이 호각을 울리며 양손의 신속한 동작으로 교통을 정리하고 있다. (1954.11.12)




[사진설명] 이승만 대통령 생일을 맞아 열린 국궁 대회에 참가한 각 지역의 여궁사들. 한복을 입고 활을 쏘는 모습이 이채롭다.(1955.3.26)




[사진설명]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덕수궁에서 개최된 서울시 우량아 선발대회를 참관한 후 입상자들과 함께 했다. (1955.5.14)




[사진설명] 체신부가 주최한 제2회 통신경기대회. 편지분류, 전화선 잇기, 전화교환 등 각종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의 모습이 진지하다.(1955.10.15)




[사진설명] 1956년 1월14일 광교에서 열린 서울시 주최 제1회 연날리기 대회 참가자들.




[사진설명] 전국 초등학교 여자 주산대회(1963.6.2)




[사진설명] 전국남녀타자경진대회(1969.6.28)




[사진설명] 서울, 청주, 전주, 대구 등 4개 연초공장에서 뽑힌 68명의 남녀직공들이 담배 제조작업 경기대회에 참가해 담배를 빠른 속도로 담뱃갑에 넣고 포장하는 모습.(1961)




[사진설명] 1976년 부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부산학생 교련 종합실기대회 모습. 학생들의 입장과 학교별 응원 카드섹션에 이어 각종 훈련경기구보와 응급처치 등 시합이 벌어졌다.(1961)

< 출처 : 국정브리핑, 2005. 7. 22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