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군사문화재 순례<25>승자총통





조선시대의 총통 중에 천·지·현·황자총통이 현대의 대포에 해당한다면 세총통은 권총과 비교할 수 있다. 전통 총통류 중에서 총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승자총통(勝字銃筒)이다.

승자총통 기본형의 경우 길이 56cm·구경 26mm 정도의 소형 총통으로 24회에 소개한 세총통과 마찬가지로 손으로 들고 사격한다.

승자총통은 선조(宣祖·재위 1567~1608) 초기에 경상병사 김지(金?)가 개발한 무기다. 현재 남아 있는 실물 유물 중에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른 것은 1575년이며 문헌기록에는 1583년에 처음 등장한다.

승자총통은 크기나 형태에 따라 다시 승자총통·중승자총통·차승자총통·별승자총통·소승자총통·쌍승자총통 등 여러 종류로 나뉜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조선군이 1583년 만주족(滿洲族) ‘니탕개의 난’을 진압했을 당시와 1588년 만주족 시전부락 정벌 당시 승자총통을 사용, 큰 효과를 보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각종 해전에서 대승자총통과 중승자총통을 사용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승자총통은 각종 문헌에 사용 기록이 풍부하게 남아 있으며 실물 유물도 80여 점이 남아 있어 조선 중기와 임진왜란 당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총통류로 생각된다.

승자총통은 어떤 장점을 가진 무기였기에 이토록 많이 사용된 것일까.

전통 화약무기 전문가인 채연석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조선 중기의 승자총통과 다른 총통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겉모양이 아니라 내부 구조에 있다”며 “승자총통은 격목(隔木)을 사용하지 않는 순수한 토격(土隔)형 총통이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소형 총통들은 16회에 소개한대로 사격시 총통 내부를 밀폐시켜 폭발압력을 높이기 위해 격목을 사용했다. 하지만 승자총통은 격목 대신 주로 흙(토격)을 사용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토격을 사용한 총통은 철환 발사에 적합하다. 승자총통은 화살보다 철환을 주로 사용한 최초의 총통이었고, 그것이 승자총통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장점이었다. 소형 총통의 경우 화살보다 철환을 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선의 소형 총통류 중에서는 가장 진화된 무기였지만 조총에 비하면 점화장치와 휴대성 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조선 중기의 전통 화약무기를 대표하는 무기라는 점에서 승자총통류 중에서 보물로 지정된 유물이 많다.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2중 총신을 가진 쌍승자총통이 보물 제599호,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승자총통이 보물 제648호,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차승자총통이 보물 제855호로 지정돼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1. 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