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박물관의 국방(관방)유적 조사사업 중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는 묻혀 있던 강화도의 국방유적 보고(寶庫)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강화도는 한반도 중심부인 경기도의 서북부에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해 있다.

고려의 수도인 개성과 조선의 수도인 서울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바다를 통해 수도로 들어오는 관문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방의 요충이었으며, 그래서 섬 전체가 국방유적으로 덮여 있다.

고려시대에는 몽고의 기병에 맞서 국왕을 비롯한 조정이 강화도로 옮겨 40여 년간 항쟁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여진족이 두 차례 침입했을 때 강화도가 항쟁의 중심이 됐다. 조선 말기에는 병인양요·신미양요에서 서구 열강을 막아낸 격전장이기도 했다.

이처럼 강화도가 국방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강화도의 국방유적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한 번도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국방유적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그러나 강화도 북부지역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군사보호 구역이었던 점도 조사가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였다.

이에 육군박물관은 1994년부터 시작된 휴전선 일대 국방유적 지표조사 10개년 사업 계획 일환으로 99년부터 2년에 걸쳐 강화도의 국방유적에 대한 종합적인 지표조사를 실시, 두 차례 지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보고서를 기초로 당시 강화군과 공동으로 ‘강화도의 국방유적’을 간행한 바 있다.

육군박물관이 조사한 강화도의 국방유적은 성곽·봉수대·요망대·진보·돈대·포대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중 돈대란 외적의 침입이나 척후활동을 사전에 방어하고 관찰할 목적으로 접경지역과 해안에 흙이나 돌로 쌓은 소규모방어시설물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돈대는 삼국시대부터 축조됐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잘 파악할 수 없고 조선 숙종 때의 강화도 돈대 축조 기록이 남아 있다.

강화도에 돈대를 처음 축조한 것은 숙종 5년(1679)으로 해안지역에 연해 49개소의 돈대를 축조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숙종 말년께 3개소, 영조 원년(1724)에 1개소를 증설해 모두 53개의 돈대가 축조됐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조사팀의 조사결과 기록에 나와 있지 않은 용두돈대가 발견돼 실제 강화도의 돈대는 54개임이 확인됐다. 돈대는 강화도 전 해안을 구역별로 나눈 12개 진(鎭)·보(堡)에 소속됐는데 진·보를 소초라고 한다면 돈대는 분초인 셈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1. 28 >